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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흥실만 걸었던 초고속 황금길, 이명주가 도전한다
입력 2013-11-29 09:28 
[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신인상은 생애 딱 1번 밖에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상이다. 올해부터 ‘영플레이어상으로 바뀌면서 데뷔시즌인 선수들로만 후보를 한정하지 않고 23세 이하로 확장, ‘생애 딱 1번도 옛말이 됐으나 어쨌든 ‘때를 놓치면 탈 수 없는 상이다.
시즌 최고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MVP 역시 기회는 많아도 1번 받을까말까 한 영광이다. 자신이 굉장히 잘했던 때 팀 성적도 좋아야한다. 때문에, 신인왕을 받았던 선수가 나중에 MVP까지 수상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그야말로 황금길을 걷는 선수다.
지난해 신인왕을 받은 이명주가 올해 MVP에 도전한다. K리그 30년 역사에 이런 황금길을 걸었던 인물은 이흥실 뿐이다. 까마득한 후배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사진= MK스포츠 DB
K리그 30년사에 신인왕과 시즌 MVP를 모두 수상한 최고의 선수는 몇 명이나 될까. 불과 6명뿐이다. 하나 같이 K리그를 빛낸 최고의 선수들이다. 김주성(1987/1997), 신태용(1992/1995, 2001), 최용수(1994, 2000), 이동국(1998, 2011), 이천수(2002/2005) 등 최고의 별들만이 밟을 수 있던 고지다. 여기에 1명이 추가된다. 이 신인상-MVP 코스를 처음으로 개척한 선구자다. 바로 지난해 전북현대 지휘봉을 잡았던 이흥실 감독이다.
이흥실 감독은 1983년 출범한 K리그 역사에 처음으로 신인왕 제도가 만들어진 1985년 최고의 루키로 선정되면서 ‘초대 수상자의 영예를 안았다. 그리고 이듬해인 1986년, 이흥실 감독은 소속팀 포항제철을 리그 우승으로 이끌면서 시즌 MVP까지 받는 기염을 토했다. 당시 현대 소속이던 최강희 감독과의 공동수상이었으나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신인왕을 받은 사람이 나중에 MVP를 받는 경우도 흔치 않는데 연거푸 최고의 활약을 펼친 것이다. 많은 이들이 ‘2년차 징크스에 시달릴 때 이흥실은 최고의 2년차를 보냈다. 근 30년 전 이흥실의 성공 이후 ‘신인상→MVP로 이어지는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탄 선수는 지금까지 단 1명도 없다. 그런데 드디어, 2013시즌에 이르러 이흥실만 걸었던 비단길에 도전장을 내민 후보가 등장했다. 공교롭게도 포항스틸러스(포항제철) 까마득한 후배 이명주가 주인공이다.
프로축구연맹이 발표한 올 시즌 MVP 후보는 총 3명이다. 울산의 진격의 거인 김신욱, FC서울의 캡틴 하대성 그리고 포항 스틸타카의 핵 이명주다. 후보는 3명이나 사실상 2파전에 가깝다. 결승전 같은 시즌 마지막라운드 맞대결을 앞두고 있는 울산과 포항의 에이스인 김신욱과 이명주 사이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겉으로 드러난 개인기록에서는 김신욱이 유리하다. 시즌 19호골을 기록 중인 김신욱은 데얀(18골)과의 치열한 득점왕 경쟁을 펼치고 있다. 만약 데얀이 뒤집기에 실패해서 김신욱이 상을 받는다면 생애 최초의 득점왕 등극이다. 도움도 6개나 기록했다. 반면 이명주는 7골4도움에 그친다. ‘그친다고 표현될 활약상은 아니나 아무래도 김신욱과의 저울기에서는 부족하다. 하지만 이명주에게는 마지막 뒤집기 찬스가 있다.
울산과 포항이 12월1일 시즌 마지막 라운드 맞대결을 통해 우승팀을 가리게 되는 기막힌 판이 마련되면서 이명주에게도 기회가 왔다. 한 선수의 시즌 활약상을 두고 평가하는 MVP지만 소속팀의 성적이 영향을 주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대분의 시즌 최우수선수가 우승팀에서 나왔던 이유다. 소위 ‘우승팀 프리미엄을 간과할 수 없다.
만약 포항이 극적으로 울산을 잡아내면서 역전 우승에 성공한다면, 이명주의 MVP 경쟁 뒤집기도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어차피 포지션상 김신욱에 비해 이명주의 공격포인트가 적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포항이 자랑하는 미드필더 축구의 중심에 이명주가 있었다는 것이 고려된다면 수상도 가능한 일이다. 게다 하필, 김신욱은 마지막 경기에 경고누적으로 출전할 수가 없다. 이명주에게는 호기다.
28년 전 포철 선배 이흥실만 걸었던 초고속 황금길에 이명주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신인왕 이듬해 MVP를 받을 수 있는 기회는 정말 생애 딱 1번뿐이다.
[lastuncl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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