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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사` 정우·고아라·유연석, 10년 기다림의 미학
입력 2013-11-29 08:43 
정우, 고아라, 유연석.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의 이 세 명의 배우들은 이런 관심과 인기를 오래도록 기다렸다. 누군가는 '역시 인생은 운 좋은 한방'이라고 생각하고, 누군가는 '기다림의 미학'이라고 한다. 이들은 후자에 속하는 게 맞다.
극 중 나정(고아라)을 은근슬쩍 챙겨주는 따뜻한 남자로 매력을 폭발시키고 있는 쓰레기 역의 정우는 데뷔한지 10년이 넘었다. 굳이 따져 2005년 드라마 '슬픈연가'가 데뷔작이라고는 하지만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2003) 등의 단역을 거쳤다.
그는 2010년 영화 '바람'으로 주목을 받았고, 제47회 대종상영화제에서 신인상까지 따내며 영화계에서 인정을 받았다. 정우의 실제 학창시절 이야기를 담았던 '바람'은 맛깔스러운 그의 연기력과 부산 사투리가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응사'의 신원호 PD가 정우를 이번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캐스팅한 계기도 '바람' 때문이다.
최근 정우가 영화 '좋은 친구들'에 출연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지만, 현재 정우는 그 외에도 다양한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이름만 대면 아는 감독과 신인감독, 유명 제작사 드라마 작품까지 그를 노리는(?) 이들이 많다.

정우 소속사 측은 "오래 기다린만큼 사랑을 받아 좋은 일"이라면서도 "다음 작품을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좋은 기운을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조심스러워했다. 소속사 관계자는 또 "어떤 작품을 차기작으로 선택해야 할지 머리가 아플 지경"이라며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고아라도 '응사'의 엄청난 인기에 연일 방긋 웃는다. 2003년 제5회 SM 청소년베스트 선발대회 대상 수상자인 고아라는 SM엔터테인먼트에서 알아주는 미모의 소유자. 성장드라마 '반올림'으로 얼굴을 알린 그는 통통 튀는 매력으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반올림'의 옥림이는 고아라를 10년 가까이 따라 다녔다. 영화 '페이스 메이커'와 '파파' 등에서 변신하고 노력했으나 마음처럼 그를 알아주지 않았다. 흥행이 잘 안 된 탓도 있지만, 작품 운이 없었다. 오죽하면 'SM의 연기 저주'라는 말까지 있을까.
하지만 고아라는 '응답하라 1994'를 통해 자신이 예쁘기만 하지 않다는 걸,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로 보여주고 있다. 여성 시청자들이 정우나 유연석 등 남자주인공들의 매력에 빠졌다고 하지만, 털털한 동시에 첫사랑 앓이하는 귀여운 나정의 볼을 꼬집어주고 싶은 남성팬도 꽤나 많다.
유연석도 오래 기다렸다. 유연석은 불과 지난해까지만 해도 '유지태 아역'이라는 꼬리표가 달렸다. 영화 '올드보이'(2003) 때문이었다. 본인은 여러 인터뷰를 통해 그 수식어를 지겨워하거나 싫어하진 않았는데, 그 영향이 너무나 컸다. 지난해 흥행한 '늑대소년'이나 '건축학개론'에서 악역으로 나오는 모습이 주목되기는 했지만, '유지태 아역'이 더 강한 인상을 이어갔다. 하지만 유연석은 '응사' 속 칠봉이를 통해 순둥이의 모습으로 여심을 흔들고 있다.
'응사'라는 좋은 작품을 만난 운도 있겠지만 차분히 기다리며 차곡차곡 실력을 쌓은 노력을 간과할 수 없다.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유연석은 '혜화, 동'과 '열여덟, 열아홉' 같은 수작의 독립영화에 출연해 "이 사람이 같은 사람이야?"라고 할 정도의 연기력을 선보였다. 물론 고아라의 재발견도 예견돼 있었고, 정우도 마찬가지다. 10년 기다림의 미학이란 이런 것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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