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 공사장 소음 심각…벌금만 내면 끝?

【 앵커멘트 】
가끔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집 근처에서 공사 소음이 심할 때가 있죠.
하지만 문제가 확인돼도 건설업체는 과태료만 내면 다시 공사에 나설 수 있다고 합니다.
있으나 마나 한 규정이 소음 발생의 면죄부가 되고 있습니다.
박광렬 기자입니다.


【 기자 】
서울 정릉동의 한 건물 신축 현장.

중장비를 이용한 작업이 한창입니다.

바로 옆 가게와는 불과 1m도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가만히 있어도진동이 느껴지고, 반복되는 진동에 싱크대는 내려앉았습니다.

제대로 장사를 하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 인터뷰 : 이둘남 / 서울 정릉동
- "(손님들이) 쉬러 왔는데 그게 아니잖아요. 접수하러 왔다가 그냥 다 가버리는 거예요."

대부분 집 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어르신들은 이런 소음 탓에 더 괴롭습니다.

▶ 인터뷰 : 박희순 / 서울 정릉동
- "환자가 집이 울릴 적에는 겁이 나나 봐요. 병이 더 생겼을까 봐 걱정이지."

▶ 스탠딩 : 박광렬 / 기자
- "실제 집 안에서 느끼는 소음이 얼마나 심한지 이 소음측정기를 이용해서 확인해 보겠습니다."

평균 85데시벨 안팎, 최고 95데시벨까지 나옵니다.

천둥소리나 야구장 응원 소리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이달 초 민원을 접수한 구청이 기준치를 넘은 소음 때문에 과태료를 부과했지만 그때뿐, 다시 공사는 재개됐습니다.

공사 지연에 따른 손해가 더 큰 탓입니다.

▶ 인터뷰 : 공사 관계자
- "또 측정해서 (기준 넘는 수치가) 나오면 (다시) 보완해야죠. (공사를) 빨리하고 끝내야 하는데 답답하지요."

느슨한 방음벽 규정도 문제입니다.

현행법에는 높이 규정만 있을 뿐, 두께나 재질에 관한 내용은 아예 없습니다.

▶ 인터뷰 : 배명진 /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장
- "(높기만 하면) 오히려 반사판 역할을 해서 실내에서 울리는 소리가 더 크게 증폭될 수도 있습니다. 방음재료들을 확실히 사용하고 높이보다는 재질을 잘 고려해서 소리를 막는 것이 더 중요한…."

과태료 말고는 공사장 소음을 규제할 마땅한 제재 방안이 없는 상황이어서, 결국 인근 주민들만 고통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MBN뉴스 박광렬입니다.[widepark@mbn.co.kr]

영상취재 : 전범수 기자
영상편집 : 이재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