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구할 수 있었는데"…소방관들의 '상처'
입력 2013-11-08 20:01  | 수정 2013-11-08 21:14
【 앵커멘트 】
내일은 11월 9일, 119 소방의 날입니다.
큰 불이나 사고가 나면 소방관들이 가장 먼저 달려와서 가장 마지막에 현장을 떠나는데요.
이 과정에서 생긴 마음의 상처는 돌보지 못한채 오늘도 화재현장이나 사고현장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주진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여기 누구 없어요? 구조대입니다.

시뻘건 불길 속에서 사람을 발견하고 서둘러 구조하는 소방관, 하지만 뒤에서 덮친 불길에 그만 큰 부상을 입고 맙니다.

영화 속 한 장면이지만 현실 소방관들에게도 낯설지 않은 일입니다.


단일 화재로는 가장 많은 소방관이 희생된 2001년 서울 홍제동 다가구주택 화재.

건물이 무너지면서 소방관 6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벌써 10년도 더 지났지만 남겨진 동료들에겐 마치 어제 일같이 생생합니다.

▶ 인터뷰 : 생존 소방관
- "동료 시신 나오고 전 언제 나왔는지…. 전 의식이 없었겠죠. 바로 병원으로 이송됐고…."

이처럼 참혹한 사건을 경험한 뒤 당시 고통을 반복해서 느끼는 증상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라고 합니다.

실제로 소방관들은 눈앞에서 요구조자나 동료를 잃는 경우가 많아 전체의 13%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고위험군에 속할 정도입니다.

▶ 인터뷰 : 장정기 / 경찰병원 정신의학과 전문의
- "소방공무원들은 비슷한 스트레스에 지속적으로 노출된다는 측면에서 다른 환자들과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지난해 8월 전국 소방서에 심신치유실을 마련하는 내용의 법률이 마련됐습니다.

▶ 스탠딩 : 주진희 / 기자
- "이곳은 소방관들이 현장에서 느꼈을 스트레스와 충격을 치유하는 곳입니다. 전국 모든 소방서에 있어야 하지만, 제대로 된 시설을 갖춘 곳은 전국에서 단 4곳 뿐입니다."

상당수는 휴게실로 전락했습니다.

가장 큰 원인은 예산, 관계부처는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습니다.

▶ 인터뷰 : 소방 관계자
- "(정부는) 시도지사한테 돈을 줬다는 거예요. 시도지사는 돈이 없어서 못 하겠다는 거고…."

불은 진압해도, 이들의 마음 속에 있는 상처는 여전히 치유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MBN뉴스 주진희 입니다.

영상취재: 김회종·배완호 기자
영상편집: 김민지
취재협조: 경기 부천소방서·서울 서대문소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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