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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리뷰] 한 마디 대사보다 더 값진 배우들 눈빛과 침묵…‘무게‘
입력 2013-11-08 13:49 
‘무게라는 영화 제목처럼 그리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지극히 평범하고 감각적인 작품이자, 영화에서 배우들의 대사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MBN스타 여수정 기자] 등이 굽은 꼽추(조재현 분)와 성에 대해 비밀스럽게 2% 부족한 여자(박지아 분), 충격비주얼 때문에 얼굴을 숨기는 남자(이준혁 분)는 각자 세상, 사람들에게 숨기고 싶은 무언가를 지닌 인간들이자 현대사회에서 소외받은 계층이다. 이들이 처한 상황은 본능과 욕망마저 철저하게 숨기게 만들고 사람다운 삶이 아닌 괴물로서 하루하루를 살게 만든다. 이들을 감싸주기엔 세상은 아직도 냉정하기만 하다.

이름대신 정씨로 불리는 꼽추는 굽어버린 등 때문에 시체안치소에서 생활 중이다. 활동적으로 움직이는 사람이 아닌 각자의 사연으로 삶을 멈춰버린 사람들 즉 시체와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 한다.

꼽추 정씨는 너무도 정성껏 시체를 닦는다. 이는 굽어버린 등을 무시한 채 자신을 단장하고싶은 일종의 욕망표현이자 대리만족으로도 보인다. 순박하고 착한 정씨에게는 이복동생이자 절친인 한 여자가 있다. 그녀는 성 구실에 대한 고민으로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당최 여자인지 남자인지 알 수 없는 양면성으로 관객들을 당황시키지만 여자인 자아와 남자인 껍데기의 불일치가 왠지 모르게 짠함을 안기며 결국 그녀의 진심을 이해하게 돕는다.

충격비주얼로 늘 헬멧을 쓰고사는 한 남자도 등장한다. 그는 충격비주얼 때문에 번번이 소외받으며 외롭게 살아간다. 이들의 사연을 보고있자면 암울 그 자체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의 본성을 거부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태초부터 숨어 살아야만 했던 사람들의 분출하지 못하는 기괴한 욕망을 담은 ‘무게(감독 전규환·제작 트리필름)는 한국개봉에 앞서 제69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베니스 데이부문에 초청돼 퀴어 라이온 상(영화제 상영작 중 주제, 스토리, 캐릭터가 가장 훌륭한 작품에게 수여되는 상)을 국내 최초로 수상한 바 있다. 베니스 국제영화제 측은 ‘무게에 대해 매우 시적이면서도 기술적으로 설득력있게 감정을 전달한다. 외면당한 소재를 통해 여러 테마를 한꺼번에 담아냈고 보편적 정서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잘 표현했다”고 극찬했다.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호평세례를 받은 것과 반대로 한국에서는 개봉이 불확실했었다.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은 후 총 두 차례의 심의 반려 끝에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고 개봉을 확정 지었다. 이에 대해 주연이자 배우 조재현은 ‘무게가 제한상영가를 받았다는 소식에 분노했다. 보통 배우가 영상물등급위원회를 방문하지 않는데 나는 방문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생각이 들더라. 해외 관계자들의 평가와 반대되는 판단이 나와 슬프기도 했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만약 ‘무게가 개봉이 확정되지 않았다면 이런 감각적이고 공감 가능한 영화를 대중들은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특히 충격적인 스토리에 한번, 조재현과 박지아, 이준혁, 은하수, 라미란 등 연기파 배우들의 열연에 또 한 번, 한 마디 대사보다 강한 의미를 지닌 배우들의 살아있는 눈빛과 침묵에 다시 한 번 총 세 번의 놀라움을 안긴다. 상상을 뛰어넘는 영상미는 섹슈얼 그로테스크(21세기 초현실 예술가들에 의해 그림이나 조각, 영상들로 표현, 죽음과 성욕사이의 쾌락이나 변형화된 금기의 욕망을 다룬다) 표현하며 신선한 충격을 선사하고 있다. 예상치 못한 반전은 극에 정점을 찍으며 그의 선택을 존중하게 돕는다.

‘무게가 11월 7일 개봉했다. 사진=포스터
시체였던 남녀가 나체로 아름다운 음악에 맞춰 왈츠를 추는 장면은 ‘무게의 명장면으로 꼽히기에 충분하며 뇌리에 강하게 기억될 것이 분명하다. 조재현과 박지아의 조화는 환상적이고 그 어디에서도 보지못한 영상 덕분에 영화 관람 후 평범하지만 좀처럼 하기 힘든 잘 봤다”라는 말을 절로 나오게 만든다.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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