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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카 가수 조용필? ‘헬로’로 새 출발이죠”
입력 2013-11-08 07:34 
예전엔 일본에서 ‘엔카 가수로서의 조용필이었다면, 지금은 새롭게 출발하는 쇼케이스를 하는 느낌입니다.”
조용필 밴드 ‘위대한 탄생 멤버 최태완(피아노)은 15년 만에 일본 무대에 오르기 전 설렘을 이렇게 표현했다.
실제로 1982년 일본 도쿄 NHK 리사이틀홀에서 열린 첫 단독 콘서트 이후 현지에서 보여준 조용필의 활약상은 외국 가수로서는 손에 꼽기 힘들 정도다.
1983년부터 15개 도시 투어 콘서트를 개최한 조용필은 이듬해 ‘돌아와요 부산항에로 일본 CBS-SONY 골든 디스크상을 수상했으며, 3년 뒤인 1986년에는 일본 78개 도시 순회 공연을 해냈다. 같은 해 연말에는 ‘추억의 미아1 앨범이 100만 장을 돌파하며 골든 디스크상을 수상했다.
1987년에는 일본 NHK TV 가요 홍백전(홍백가합전)에 외국인 최초로 출연, 4년 연속 해당 프로그램에 모습을 비췄으며, 90년대 중, 후반까지 왕성한 공연 활동을 하다 1998년 도쿄, 오사카, 교토, 모니야마, 히메지, 나라, 효고, 카시와라, 와카야마, 고베, 아마가사키 등 11개 도시에서 벌였다.

이후 조용필은 뜨거운 스포트라이트 속 화려했던 3, 40대를 뒤로 한 채 국내 활동에 집중했다. 2003년 정규 18집 ‘오버 더 레인보우를 내놓은 조용필은 TV 활동 중단을 선언하고 매 년 전국 투어 콘서트를 진행하며 팬들과 교류를 이어왔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단 한 차례도 일본에서 콘서트를 선보이지 않아 일본 현지 교민과 팬들에게는 그렇게 그리움의 대상으로 남아버렸다. 2013년 현 시점, 활동 이력만 놓고 보면 그야말로 ‘그땐 그랬지인 셈이다.
그랬던 그가 무려 15년 만에 일본 단독 콘서트를 전격 성사시켰다. 7일 오후 6시 30분 일본 도쿄 국제 포럼홀에서 조용필 & 위대한 탄생 ‘Hello 투어 in 도쿄 ‘원나잇 스페셜 콘서트를 선보인 것. 이날 공연을 통해 조용필은 과거 자신을 ‘엔카 가수로 각인했던 수많은 현지 팬들에게 진정한 ‘가왕으로서의 새 출발을 알렸다.
공연은 60대의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세련된 감각으로 사랑받은 정규 19집 타이틀곡 ‘헬로로 시작됐다. 이날 조용필은 ‘미지의 세계, ‘단발머리, ‘고추잠자리, ‘널 만나면, ‘나는 너 좋아, ‘남겨진 자의 고백, ‘꿈, ‘못찾겠다 꾀꼬리, ‘판도라의 상자, ‘친구여, ‘걷고싶다, ‘설렘, ‘바운스, ‘창밖의 여자, ‘자존심, ‘장미꽃 불을 켜요, ‘킬리만자로의 표범 등 풍성한 선곡으로 한층 다양해진 음악 스펙트럼을 펼쳐보였다.
공연 중반부, 과거 일본에서 골든 디스크의 영예를 안겨준 ‘추억의 미아와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일본어로 부르자 객석에서는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점잖기로 유명한 일본 팬들도 한 소절이 끝나기가 무섭게 박수와 함성을 보냈고, 그럴수록 조용필은 혼신의 열창으로 화답했다.
하지만 공연 후반부 ‘모나리자가 연주되자 한국에서 온 팬들이 전원 기립하며 ‘오빠 조용필에게 힘을 실었고, 조용필 역시 커다란 무대를 누비며 팬들과 호흡했다. 어쩌면 이런 조용필의 모습이 낯설었을 일본 팬들이지만, 그들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마지막까지 공연을 즐겼다. 열기는 앵콜곡 ‘그대여와 ‘여행을 떠나요까지 계속됐다.
공연에 앞서 조용필은 본격적으로 (일본 활동을)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오랜만에 좋은 기회가 돼 공연을 하게 돼 너무 기쁘다”며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기분”이라고 했다.
‘LTE급 속도로 대변되는 21세기 추세라면 강산이 두어 번 바뀌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15년의 세월이 흐른 2013년, 가수로서 여전히 정진 중인 현재 자신의 모습을 모처럼 일본 팬들 앞에 선보이는 남다른 소회가 드러나는 발언이다.
일본에서는 지난 15년의 시간이 공백으로 비춰지겠으나, 그 오랜 시간 동안 쉼 없이 공연만 바라보고 살아온 이가 바로 조용필 아니던가. 두 시간 여 공연을 무리 없이 소화하기 위해 지금도 매일 런닝머신을 할 정도로 노력하는 조용필 그리고 ‘형님 의 공연이라면 언제든 발 벗고 나서는 ‘위대한 탄생이 보여준 수십 년의 합은, 그 옛날 추억에 젖어 있는 일본 중장년 팬들을 다시 청춘으로 불태우게 하기에 충분했다.
공연을 더욱 빛나게 한 것은 비단 음악뿐 아니라 무대 연출도 한 몫 단단히 했다. 무빙 스테이지를 비롯한 다양한 기술을 접목시켜 진화하는 공연을 선보여 온 조용필은 이번 일본 콘서트에서 도트 이미지(DOT IMAGE)와 LED 라이트스타를 이용한 3D 연출 기법을 구현해냈다.
실제 이날 공연에서 도트 이미지는 ‘미지의 세계, ‘못찾겠다 꾀꼬리, ‘돌아와요 부산항에, ‘친구여, ‘킬리만자로의 표범, ‘헬로 등 다수의 무대에서 연출됐다. 때로는 날아가는 새처럼 혹은 반짝이는 별 혹은 일렁이는 물결처럼 움직이며 색다른 감동을 선사했다.
무대 위에서 살아온 40년. 여전히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해내는 추진력과 의지까지 겸비한 ‘장인의 모습을 봤으니, 이제 일본에서도 더 이상 그를 ‘엔카의 대표 가수로 국한시킬 수 없다. 진짜 조용필이 누구인가를 보여준, 그의 음악 인생 제 2막은 이미 시작됐다.
[도쿄(일본)=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사진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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