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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리듬파워 “힙합, 트렌드보다 중요한 건…”
입력 2013-11-01 08:04 
그렇게 완벽한 네가? 나를? 좋아한다고? 왜~애?
여자의 고백을 내치는 나쁜 남자가 아니다. 보잘 것 없는 자신을 좋아해주는 여자의 마음에 자꾸만 의심이 가는, 한마디로 소심한 남자의 솔직한 외침이다. 다변화되는 힙합씬에서도 유쾌함으로 둘째 가라면 서러운 힙합 트리오, 리듬파워의 신곡 ‘본드걸은 이렇듯 가감 없이 솔직하고 ‘느낌 있다.
행주, 보이비 그리고 지구인까지. 힙합을 좋아했던 고교 동창 3명이 의기투합해 가요계 강력한 ‘리듬파워를 보여주고 있다. 범상치 않은 예명만큼이나 그들의 음악 또한 예사롭지 않다. 무대 위 퍼포먼스도 아이돌 못지 않게 화려하고 개성있다.
최근 미니앨범 ‘더 트리오-스테이지 원을 발표한 리듬파워를 충무로 매경미디어센터에서 만났다. 무대 위 선글라스로 강한 인상을 자아냈던 것과 달리 그 뒤에 숨어있던 눈은 서글서글하기 그지없다. 그런 이들이 무대 위에만 서면 물 만난 고기마냥 쉴 새 없이 흥을 내놓으니 역시나 끼가 남다르구나 싶다.
앨범은 리듬파워의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보여준다는 의미에서 스테이지를 나눠봤다. 이번 첫 스테이지의 모토는 이전 리듬파워의 음악에서 한층 더 세련돼지자는 것이었다.

지난 미니앨범과는 다른 세련됨이라는 옷을 입어보면 어떨까 싶었어요. 전작은 한국적인 댄스에 대한 오마주가 강한 레트로풍이었는데, 이번 앨범에 수록된 ‘DDR은 최신 유행 힙합 사운드고, ‘본드걸도 프라이머리형 전매특허인 어반 사운드죠. 거기에 우리가 녹아들면 어떨까 싶었어요.”(지구인)
첫 앨범은 콘셉트가 일정했어요. 앨범을 관통하는 콘셉트가 있었는데, 우리는 여러 가지를 할 수 있는 팀이라고 믿고 해오기 때문에 이번에는 그런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각 수록곡마다 다른 장르이기 때문에 일관성은 덜하지만 우리의 또 다른 면모를 보여드릴 수 있는 앨범이라 생각합니다.”(보이비)
타이틀곡을 ‘본드걸로 정하게 된 배경은 일단 심의 통과한 곡이 그 곡 밖에 없었기 때문”(행주)이지만 그에 앞서 본능적으로 ‘우리 노래다는 생각이 들었다”(보이비)는 게 리듬파워의 설명이다.
수록곡 모두가 일당백의 정신으로 강한 개성과 완성도를 자랑하는 가운데 눈길을 끄는 트랙은 ‘DDR이다.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그것을 소재로 한 곡이다. 지금까지 남들이 안 해왔던 걸 귀엽게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골때리는 아이들이고 싶었고, 그런 걸 표현하기에 딱 좋은 소재였죠. 기승전결도 딱 맞고. 하하 얘기하다 보니 민망하네요. 하지만 우리끼린 곡이 되게 잘 빠져서 만족스러운 결과물이었죠.”
보너스트랙 ‘쿨가이는 미니앨범의 연장선에 있으면서도 극점에 있는 곡이라고. 힙합 사운드로 가다가 후반부에는 트로트풍으로 바뀌는, 장르적 변주가 심하면서도 개성이 충만한 곡으로 이들은 미니앨범에 추구하던 사운드에서 전체적으로 많이 변하다 보니 이전 리듬파워의 음악을 너무 부정하는 느낌을 내고 싶지 않아서, 그 때 작업하던 곡들을 일부러 넣은 것”이라 설명했다.
앞서 언급했든 세 사람은 고교 시절 같은 반 친구로 만난 사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만남이었지만 새삼 생각해봐도 같이 음악을 하고 있을 것이라곤 생각해본 적 없다던 그저 절친이었다. 그랬던 서로에 대한 첫인상은 어땠을까.
고교 생활의 대표적인 캐릭터는 행주는 운동, 저는 공부였고 보이비는 딱 중간 정도 친구였어요. 사실 우리 셋이 이렇게 힙합 음악으로 뭉치게 될 줄은 예상 못했죠. 고3 때 다이나믹듀오 선배가 1집을 내셨는데, 그 때 힙합을 전도한 친구가 보이비였어요.”(지구인)
저는 힙합을 깊이 아는 건 아니었지만 관심은 있었어요. 성격상 무언가 분위기를 주도하는 타입이 아니라 혼자 음악 들으며 적당히 공부하곤 했는데 이 친구들이 음악을 좋아했어요. 고3 때였죠. 그 때 음악을 통해 가까워지면서 공연도 함께 하게 됐고요.”(보이비)
아폴로눈병이 유행했던 시기, 이들은 나름의 사유(?)로 격리돼 가사를 쓰며 친해졌다. 처음엔 방사능이라는 팀으로 시작했고,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언더그라운드에서 음악을 하게 됐어요.”
바야흐로 리듬파워의 시작이었다. 유튜브에 랩 영상을 올리며 존재감을 조금씩 보여온 이들은 다이나믹듀오 소속사 아메바컬쳐 오디션에 당당히 합격하며 ‘차세대 힙합 스타 자리를 예약했다.
처음 유튜브에 영상을 올린 건, 자신이 많이 있었기에 올린 거였어요.”(행주) 단계단계 위로 올라가는 쾌감을 느껴보고 싶었죠. 패기처럼요.”(지구인) 우린 언더에 있을 때부터 공공연하게 ‘우리 TV에 나올 거예요라고 얘기하고 다녔거든요.”(보이비)
좋아서 시작한 음악이었지만 단순히 순간의 즐거움을 위함은 아니었다. 힙합 뮤지션으로서 나름의 청사진은 마음 속에서 점점 구체화돼 갔다.
우리는 밴드처럼 계속 오래 하고 싶은데, 그렇다면 우리가 노는 판을 더 키워야 하지 않겠나 싶었어요. 그렇다고 연예인 되고 싶은 건 아니었지만, 다이나믹듀오가 예능도 하고 음악도 하는 걸 보고, 롤모델로 삼았죠.”(지구인)
시작부터 지금까지 6년 여 도안 함께 해오는 과정에서 의가 상하거나 주위의 유혹을 받은 적은 없었을까.
처음 리듬파워 EP 앨범을 발매했을 때 소규모 레이블에서 제안이 들어왔는데, 우리가 바라보는 지향점과 달랐기 때문에 흔들리진 않았어요. 물론 이 길의 불확실성에 대한 고민은 분명 있었죠. 우린 어느 정도 사회생활이나 대학생활 등 평범한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그런 모습과의 괴리에 대한 부담감은 있었지만, 그것 때문에 다투지는 않았어요. 지칠 땐 서로 위로하고 대화도 많이 나눴죠”
셋이서 똘똘 뭉쳐 리듬파워의 길을 만들어가다 갑자기 조력자가 많아진 현 상황은 이전에 접하지 못했던 생경한 경험이기도 하다. 특히 최신 힙합 명가 아메바컬쳐에서, 롤모델로 꼽았던 다이나믹듀오를 비롯해 슈프림팀, 프라이머리, 자이언티 등과 함께 활동한다는 것은 누구라도 부러워할 기회이자 한편으론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기도 하다.
방사능으로 활동할 때 우리는 무모하기도 하고 패기만만했었는데, 뭔가 이런 시스템을 경험하거나 잘 하는 분들이랑 부딪치면서 많은 걸 느꼈어요. 잘하는 사람이 정말 많구나 싶은 생각도 들고 인간적으로도 성숙해지는 것도 있었고요. 우리 음악이 최고라는 마음보다는 배우려는 마음이 큰 작업이었습니다.”(지구인)
이들은 친구이기 때문에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만약 혼자였다면 무너질 수도 있고, 실제로 그런 사례도 종종 보게 되죠. 기세등등하고, 무너지고 빠져버리는. 하지만 우린 친구이기 때문에 만약 한 명이 그런 생각을 갖고 있을 땐 두 명이 잡아줄 수 있는, 그런 강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최근 1~2년 사이 힙합이 가요계 중심으로 떠올랐지만 힙합 뮤지션들 사이에선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심리도 생길 수 밖에 없을 터. 트렌드와 캐릭터 사이 중심을 잘 잡아가는 일은 현재 리듬파워에게 주어진 과제이기도 하다.
요즘 힙합은 나왔다하면 음원차트 1위를 하곤 하는데, 예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일들이죠. 그런데 사실 주목받는 힙합 사운드는 주로 사랑 얘기도 담겨져 있는데,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과 좀 거리가 있어서 고민은 되요. 이런 흐름에 발을 담가야 하나 싶은 마음도 있지만, 우린 셋이서 특별하게 할 수 있는 것을 밀고 나가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해요. 원래 하던 대로, 우리가 입을 수 있는 옷을 입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지구인)
솔직히 우린 차트에서 많이 보이는 감성 힙합 사운드를 많이 만들 수 있는 팀은 아니에요. 요즘의 추세는 어떤 캐릭터로 보여지느냐는 건데, 그런 것들에 대해서도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보이비)
음주 에이스 지구인과 위닝(일레븐) 외교의 달인 보이비, 여성 팬들에 강력하게 어필하는 행주 등 3인 3색 개성 가득한 리듬파워. 긍정을 노래하는 이들이지만 앞으로 보여줄 음악은 무궁무진하다.
우리 개개인의 성향은 참 많이 다른데, 셋이 모여서 무언가 하면 유쾌한 에너지가 나오는 것 같아요.”(지구인) 하지만 그 모습이 마치 가공된 것처럼 비춰지는 건 좀 불편해요. 사실 우리는 마냥 긍정적이기만 하진 않고 골때리는 면도 있고 다양한 면이 있거든요. 앞으로 여러 모습을 보여드릴테니 기대해주세요.”(보이비)
보이비가 군대를 가면 저희는 입간판이라도 세워놓고 활동할 계획이에요. 아마도 보이비의 존재감이 강렬하겠죠? 하하”(행주·지구인)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사진 아메바컬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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