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돌아온 서청원, 격동의 새누리당, 그리고 청와대
입력 2013-10-31 11:45  | 수정 2013-10-31 17:22
"우정은 변치 않을 때 아름답다"(서청원. 2010년 12월 수감생활을 마치며)

"의리가 없으면 인간도 아니다"(박근혜. 2011년 12월 서 의원 등산모임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불렸던 서청원 전 대표가 화려하게 부활해 국회로 들어왔습니다.

'우정'과 '의리'로 표현된 서 전 대표와 박 대통령의 관계는 아마 우리가 생각하는 그 이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서 의원은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캠프의 상임고문을 맡아 '이명박 대 박근혜' 선거운동의 선봉에 섰습니다.

당시 박근혜 후보를 도운 탓일까요?

이명박 후보가 대선 후보가 되고, 대통령이 된 이듬해인 2008년 서 전 대표는 이른바 '친박 공천 학살'의 표적이 되고 맙니다.

서 의원은 이에 반발해 친박연대를 만들어 14석을 얻는 기염을 토햇습니다.

당시 친박연대 1주년 자리에서 서청원 당시 대표가 했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서청원 당시 친박연대 대표(2009년 3월20일)
- "당에서 표적공천을 통해 특정세력을 배척하는 일이 이제 정당사에는 없어야 한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만약에 우리가 당선되면 한나라당으로 돌아가도록...그것이 정치적 도의이기때문에...친박연대! 친박연대!"

그러나 서 의원은 선거 과정에서 공천 헌금을 받은 혐의로 실형을 받고 나오기도 했습니다.


▶ 인터뷰 : 서청원 당시 친박연대 대표 (2010년 성탄절 가석방)
- "많은 사람들이 오셨는데, 저한테 어떤 희생이 또 뒤따르더라도 함께...

친박연대는 와해됐지만, 서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새누리당 선대위 상임고문으로 컴백했고, 등산모임 '청산회'를 조직해 박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습니다.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그의 공천을 놓고 당내 반발 기류도 있었지만, 청와대의 강한 뜻과 친박계 인사들의 지지를 얻고 고비를 넘겼다는 말도 들렸습니다.

야권에서는 박지원 민주당 의원이 서 의원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10년 서 의원이 수감 중 건강이 악화됐을 때 박 의원은 '만약 교도소에서 사고라도 나면 어쩔 건가"라며 형집행정지를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서 의원은 화성갑 출마를 결심했을 때 박 의원에게 전화해 자문했다고도 합니다.

이처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한결 같은 마음. 야당과도 통하는 친화력. 7선의 최다선 의원.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여야 관계, 그리고 새누리당 내 역학구도에 상당한 변화가 올 수 있다는 뜻일까요?

새누리당과 청와대의 당청 관계에 상당한 변화가 올 수 있다는 뜻일까요?

서청원 의원의 당선 소감을 들어보겟습니다.

▶ 인터뷰 : 서청원 / 새누리당 의원 (10월30일)
- "국회에 입성하면 당의 화합과 단합하는데 울타리 역할을 할 것이고, 제 경륜과 경험을 동원해서 박근혜정부의 울타리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새누리당내에서는 그동안 내년 당권이 유력했던 김무성 의원의 독주가 어떻게 변할 지 주목됩니다.

서 의원과 김무성 의원은 모두 YS계로 서 의원이 선배입니다.

김영삼 정부 당시 김 의원은 민정수석과 내무부 차관을 지냈고, 서 의원은 정무장관과 원내총무를 지냈습니다.

서 의원은 이미 당 대표까지 한만큼 당권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김무성 의원의 당권 장악을 청와대가 불편해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터라 서 의원의 의사와는 관계 없이 상황이 그를 움직일 수 있습니다.

당권에 나름 관심이 있었던 최경환 전 원내대표는 저 만치 밀려날 수 있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당청 관계도 변화가 올 것이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대통령과 신뢰가 두텁고, 7선이 된 서 의원이 여의도를 장악하며 청와대 김기춘 실장과 호흡을 맞출 것이라는 겁니다.

이른바 '급'이 같고 '말'이 통하는 두 사람이 박 대통령의 좌청룡 우백호가 될 것이라는 말입니다.

앞으로 두 사람이 만나는 일이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당장 두 사람이 풀어야 할 일은 국정원 논란으로 얼어붙은 정국을 푸는 일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오랜 침묵 끝에 오늘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 박근혜 대통령(오늘 수석비서관회의)
- "개인적으로 의혹 살 일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선거(지난해 대선)에국가기관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데, 그 의혹들에 대해서는 반드시 국민들께 정확히 밝히고 책임을 물을 것이 있다면 물을 것이다."

박 대통령의 입장 표명은 서청원 전 대표의 귀환으로 정국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일까요?

적어도 오늘 입장 표명이 야당의 공세에 끌려간 것으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을 듯 싶습니다.

여당이 재보궐 선거에서 압승한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굳이 야당에 굴복하는 것처럼 비쳐질 일을 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오히려 어제 선거 패배로 '국정원 논란'에 대한 투쟁 동력을 잃은 민주당에게 '자. 이번에 민심을 보지 않았느냐..나도 이 정도 입장 표명을 했으니, 이제 더 이상 국정원 논란을 정쟁으로 가져가지 마라" 이런 신호를 준 것 같기도 합니다.

야당에게 타협점을 제시한 것 같기도 하고, 더 투쟁하면 역풍을 맞을 것이라는 경고를 준 것 같기도 합니다.

이런 박 대통령의 뜻을 야당에 전달하고, 타협점을 찾는 일에 이제 서 의원이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서 의원이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떻게 꼬인 정국의 실타래를 풀어갈 지 궁금해집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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