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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 삼성, 난해한 ‘1번’ 문제를 풀어라
입력 2013-10-31 06:34  | 수정 2013-10-31 07:19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생명 연장과 함께 다시 대구로 돌아온 삼성은 기적 같은 역전 드라마를 꿈꾼다. 5차전에서 타선의 집중력이 빛나면서, 희망을 엿봤다. 그러나 한 가지 못 푼 문제가 있다. 시리즈 내내 첫 번째 문제부터 못 풀면서 꼬였다. 지금껏 5경기를 치렀지만, 1번 타자 문제를 잘 푼 적은 거의 없었다. 그나마 두산은 몇 번이라도 반짝거렸지만, 삼성은 이리저리 떠올려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삼성은 시리즈 내내 1번 타자가 부진하고 있다. 공격의 물꼬를 터줘야 하는데 그 임무를 충실히 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은 1차전부터 4차전까지 배영섭이, 5차전에 정형석이 1번 타순에 기용됐다. 그런데 무게감이 떨어진다. 이들의 실력을 탓하는 게 아니다. 능력 있는 선수들이고, 정규시즌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유난히 한국시리즈에서 1루로 출루하기가 벅차다.
삼성의 배영섭은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부터 4차전까지 1번 타자로 나섰다. 하지만 16타수 1안타 3볼넷으로 극심한 부진을 겪었다. 사진=MK스포츠 DB
5차전까지 삼성의 1번 타자 성적은 초라하다. 19타수 1안타로 타율이 5푼3리에 그쳤다. 타율이 1할도 안 되며, 안타도 딱 1개였다. 3차전에서 3회 1사 이후 배영섭이 중전안타를 친 게 유일했다. 이마저도 김태완의 병살타로 금방 아웃됐다. 그나마 볼넷 4개를 골라냈지만, 홈까지 들어온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두산과는 대조적이다. 두산의 1번 타자가 맹활약을 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순간순간 빛났다. 이종욱은 1차전에서 5타수 2안타 1타점을, 3차전에서 4타수 2안타를 올렸다. 시원시원하게 두산의 공격을 만들어갔다. 두산의 1번 타자 타율은 2할(20타수 4안타)이었다. 걸어서 출루하는 경우가 많지 않기는 하나, 그래도 삼성보다는 나았다.
그래도 희망의 빛줄기는 보이는 삼성이다. 그토록 콱 막혔던 1번 타자가 공격의 활로를 열어주기 시작했다.
5차전 8회 나온 정형식의 희생번트는 승부에 매우 결정적이었다. 5-5로 맞선 8회 무사 1,2루에서 정형식은 두산 내야진의 압박에도 재치있는 희생번트로 주자를 한 베이스씩 더 진루시켰다. 그리고 곧 이어 박한이의 2타점 적시타가 터졌다. 정병곤의 강공과 박한이의 해결 능력이 부각됐지만, 밥성을 더 맛있게 차려준 정형식의 번트도 돋보였다.
삼성은 아직 완성형이 아니다. 타선도 완전히 불타오르지 않았다. 타순의 처음이 살아야 한다. 톱타자 싸움에서는 그 동안 두산에게 밀렸고, 그 때문에 시리즈 내내 어려운 위치에 놓였다. 때문에 1번 타자가 잘 해야 한다. 테이블 세터로서 본분을 다해야 한다.
아직 많이 부족하다. 그래도 5차전 정형식의 센스로 만든 희생번트로 희망을 엿봤다. 그 하나가 난해했던 1번 타자 문제를 푸는 열쇠가 될 수 있을까.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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