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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 2차전] 오승환마저 울린 두산의 `미라클 뒷심`…`2연승` 휘파람
입력 2013-10-25 23:37  | 수정 2013-10-25 23:46
두려울 정도로 무서운 '뒷심 미라클'이다. 두산 베어스의 무서운 상승세가 대구 밤하늘을 울렸다. 두산은 대구 원정에서 5시간 30분이 넘는 한국시리즈 역대 최장시간 혈투 끝에 오재일의 극적인 결승 솔로 홈런으로 '끝판대장' 오승환과 삼성 라이온즈를 동시에 울렸다.
두산은 25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2013 프로야구 한국시리즈(7전4선승제) 2차전에서 삼성 라이온즈를 연장 13회 접전 끝에 5-1로 꺾고 원정에서 2연승을 거두는 엄청난 뒷심을 발휘했다. 3~5차전을 잠실 홈에서 치르는 두산은 우승까지 2승을 남겨두고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이날 경기는 종전 5시간15분(2006년 10월28일 한화-삼성전 한국시리즈 5차전 연장 15회)을 17분이나 넘긴 역대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최장 경기 시간 신기록인 5시간32분이 걸린 혈투였다.
25일 대구야구장에서 벌어진 2013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스의 한국시리즈 2차전, 1-1 동점이던 연장 13회 초 1사에서 두산 오재일이 삼성 오승환을 상대로 1점 홈런을 친 후 노경은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대구)=김재현 기자
7회까지는 팽팽한 투수전이었다. 양 팀의 외국인 선발 투수들의 호투가 빛났다. 삼성 선발 릭 밴덴헐크는 5⅔이닝 4피안타 3볼넷 7탈삼진 무실점으로 두산 타선을 잠재웠고, 더스틴 니퍼트도 6이닝 3피안타 3볼넷 4탈삼진으로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밴덴헐크와 니퍼트는 투구수도 각각 99개, 100개를 기록하며 양보없는 투수전을 펼쳤다.

밴덴헐크는 4회까지 매이닝 주자를 내보냈으나 실점을 하지 않았다. 운도 따랐다. 3회 1사 1, 3루 위기에서도 최준석의 투수 정면 직선타가 글러브 안으로 빨려들어가며 1루 주자까지 잡아내 더블아웃으로 위기를 넘겼다. 이후 안정을 찾은 밴덴헐크는 5회 첫 삼자범퇴를 잡아낸 뒤 6회 최준석의 볼넷과 김재호의 좌전안타로 내준 2사 1, 2루서 차우찬과 교체됐다. 차우찬이 오재원을 3루수 땅볼로 돌려세우며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니퍼트는 역시 ‘삼성 킬러였다. 니퍼트는 경기 초반 운이 따르지 않았다. 1회말 2사 후 박석민과 최형우에게 연속으로 빗맞은 중전안타를 허용하며 1, 2루 위기에 몰렸다. 후속타자 채태인을 투수 앞 땅볼로 잡아내며 실점 없이 첫 이닝을 막아내 안정을 찾았다.
니퍼트는 2회말 선두타자 이승엽에게 볼넷을 내준 뒤 후속 세 타자를 범타로 처리했다. 이후 3, 4회 연속 삼자범퇴를 기록하는 등 5회말 2사까지 11타자 연속 범타로 잡아내는 완벽투를 선보였다. 니퍼트는 정병곤과 배영섭에게 연속 볼넷을 내줘 1, 2루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정형식을 1루수 땅볼로 잡아냈고, 6회말에도 1사 후 최형우에게 우전안타를 내줬으나 채태인과 이승엽을 범타로 처리해 선발 역할을 확실하게 해냈다.
0의 균형은 8회 깨졌다. 두산이 먼저 나섰다. 8회 1사 후 김현수가 삼성 두 번째 투수 차우찬을 상대로 내야안타를 때려내 살아나갔고, 최준석이 바뀐 투수 안지만에게 볼넷을 골라내 1, 2루 찬스를 잡았다. 홍성흔의 좌익수 플라이 때 김현수가 3루까지 진루했고, 김재호가 초구를 공략해 좌전 적시타를 터뜨리며 선취점을 뽑았다. 이어진 1, 2루 찬스서 오재원이 삼진으로 물러나 추가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삼성은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선두타자 정형식이 오현택에 이어 세 번째 투수로 나선 홍상삼을 상대로 볼넷을 골라냈고, 박석민의 2루수 내야안타 때 1, 2루 찬스를 잡았다. 최형우가 삼진으로 물러났으나 1사 후 채태인이 우전 적시타로 1-1 동점을 만들었다. 삼성도 두산의 네 번째 투수 데릭 핸킨스를 상대로 추가 득점에 실패했다.
9회에도 승부를 내지 못한 양 팀은 결국 연장전에 돌입했다. 삼성은 9회 1사 1루 위기서 마운드에 오른 마무리 오승환이 정수빈의 희생번트 이후 연장 10회까지 4타자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뒷문을 틀어잠궜다.
오승환의 든든한 마운드는 10회말 타선에 그대로 전달됐다. 정형식이 볼넷과 도루로 무사 2루 찬스를 만든 뒤 박석민의 희생번트로 1사 3루 찬스를 잡았다. 두산은 핸킨스를 윤명준으로 교체해 승부수를 띄웠다. 그러나 삼성은 최형우가 볼넷을 골라낸 뒤 대주자 강명구가 2루 도루에 성공해 1사 2, 3루 기회를 이어갔고, 채태인의 고의4구로 만루를 만들었다. 진루타 하나면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결정적 기회였다.
그러나 삼성의 타선은 무기력했다. 이승엽과 김태완의 대타로 나선 우동균이 각각 내야땅볼과 내야뜬공으로 물러나 단 한 명의 주자도 홈으로 불러들이지 못했다.
삼성은 11회 오승환이 김재호와 오재원을 연속 삼진으로 잡아내며 6타자 연속 삼진쇼를 펼쳤고, 최재훈마저 초구 중견수 플라이로 돌려세워 2이닝 연속 삼자범퇴로 두산 타선을 완벽하게 봉쇄했다.
삼성은 11회말 다시 한 번 득점 기회를 잡았다. 선두타자로 나선 베테랑 포수 진갑용이 중전안타로 포문을 열었고, 정현의 희생번트 때 대주자 박한이가 2루에 안착했다. 이어 윤명준의 폭투와 볼넷으로 1사 1, 3루 찬스. 그러나 홈까지 거리는 너무도 멀었다. 정형식이 바뀐 투수 정재훈에게 삼진을 당했고, 박석민의 고의4구로 2사 만루 기회를 또 잡았으나 강명구가 2루수 땅볼로 허무하게 기회를 날렸다.
연장 12회 돌입. '끝판대장' 오승환은 흔들림이 없었다. 삼진 2개를 솎아내며 3이닝 연속 삼자범퇴. 첫 타자 손시헌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2010년 10월15일 SK 와이번스 김광현 이후 한국시리즈 최다 연속 타자 탈삼진 6개 타이기록(2호)을 세웠다. 삼성 타선은 두산 정재훈의 눈부신 호투에 12회말에도 삼자범퇴로 물러나며 점수를 뽑지 못했다.
위기 뒤 기회. 두산은 놓치지 않았다. 13회 1사 뒤 오재일이 오승환을 상대로 초구를 받아쳐 우월 솔로 결승포를 터뜨렸다. 53개의 투구수를 기록한 오승환의 투혼도 힘없이 물러난 방망이 앞에서는 별 수 없었다. 오승환이 마운드를 내려가자 두산의 방망이가 불을 뿜었다. 홍성흔의 대타 양의지의 중전안타, 김재호의 볼넷으로 찬스를 만든 뒤 실책으로 추가점을 뽑았고, 손시헌의 2타점 쐐기 적시타로 승부를 갈랐다.
정재훈이 1⅔이닝 1볼넷 3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승리투수가 됐고, 오승환이 4이닝 1피안타(1피홈런) 8탈삼진을 기록하고도 패전투수가 됐다.
[mi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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