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2차전] 삼성의 무기력증, 다 잡은 승기마저 놓치다

[매경닷컴 MK스포츠(대구) 이상철 기자] 2연패다. 연장 13회 혈투 끝에 삼성이 졌다. 경기 후반 들어 계속 찬스를 만들며 주도권을 잡았지만 이를 살리지 못하더니 끝내 두산에게 승리를 내줬다. 쉽게 갈 수 있는 승리로의 길을 스스로 망친 삼성이었다.
삼성은 25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두산과 2차전에서 연장 13회 접전 끝에 1-5로 졌다. 2연패로 충격이 크지만 전력 소모 또한 컸다. 주축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졌고, 손가락 부상으로 정상이 아닌 박한이까지 대주자로 투입했다. 게다가 승리를 지키는 수호신인 오승환은 9회 등판해 13회까지 마운드에 올라왔다. 투구수가 53개에 이르렀는데 오재일에게 결승 홈런까지 허용했다. 타격이 너무 많다.

25일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연장 10회 삼성의 공격, 이승엽의 2루수 땅볼로 3루 주자 정형식이 홈에서 아웃되고 있다. 이 기회만 잘 살렸다면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삼성이다. 사진(대구)=김재현 기자

삼성으로선 속이 타들어가는 패배였다. 후유증이 적지 않다. 8회와 10회, 11회 찾아온 결정적인 추가 득점 기회를 살렸다면 충분히 이기며 시리즈를 원점으로 돌릴 수 있었다. 그러나 어느 하나도 살리지 못했다.
0-1로 뒤진 삼성은 8회 1사 1,2루에서 채태인의 적시타로 1-1 동점을 만들었다. 찬스는 계속됐다. 타석에는 타격 부진에 빠졌지만 큰 경기에 유난히 강했던 이승엽이 들어섰다. 1점만 더 추가하면 사실상 승부의 추는 삼성으로 기우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승엽은 1루수 땅볼에 그쳤고, 이어 나온 김태완도 3루수 땅볼로 힘없이 물러났다.

삼성의 답답한 타선은 연장 들어 더욱 심각했다. 두 차례나 만루 기회가 찾아왔지만 승부를 마칠 한방이 좀처럼 터지지 않았다.
10회가 가장 아쉬웠다. 그렇기에 더욱 뼈아팠다. 정형식과 최형우, 채태인이 잇달아 사사구를 얻어 출루했다. 1사 만루의 황금 찬스였다. 외야 깊숙이 날아가는 타구 하나면 충분했다. 그러나 이승엽이 친 타구는 내야를 벗어나지 않았고, 2루수 오재원은 홈으로 던져 3루 주자를 아웃시켰다. 이어 대타 우동균 카드를 꺼냈지만 유격수 플라이로 아웃됐다.
경기를 끝낼 수 있는 기회는 11회에도 있었다. 선두타자 진갑용이 안타를 치고 나간 뒤 정현의 희생번트와 윤명준의 폭투로 1사 3루 찬스가 찾아왔다. 정형식이 삼진 아웃됐지만, 배영섭과 박석민이 각각 볼넷과 고의4구로 출루해 루상에는 주자가 꽉 찼다. 10회에 이어 또 한 번의 만루였다. 그러나 강명구는 2루수 땅볼을 치면서 ‘영웅이 될 기회를 놓쳤다.
그리고 그 ‘영웅은 두산의 오재일이 됐다. 오승완의 완벽투로 짓눌려 힘을 못 쓰던 두산은 13회 오재일의 1점 홈런으로 승부를 갈랐다. 경기 후반 세 번의 기회를 놓친 삼성과 달리, 두산은 한 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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