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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방송진단] 음식 권하는 TV 속 예능…아무리 맛있어도 반복되면 질려요
입력 2013-10-25 10:25  | 수정 2013-10-25 10:31
[MBN스타 금빛나 기자]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에서는 오늘도 어김없이 먹는 풍경이 펼쳐진다.

다섯 아빠와 아이들이 시골 오지로 여행을 떠나는 ‘아빠 어디가 속 먹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 윤후는 아빠 윤민수가 준비한 맛있는 음식을 두 볼이 미어터지도록 입안 가득히 넣으면서 저녁시간대 시청자들의 식욕을 자극한다. 시청자들의 침샘이 채 마르기도 전, 군대를 다루는 ‘진짜 사나이에서 샘헤밍턴과 박형식은 윤후의 바통을 이어받아 고된 훈련 뒤 먹는 식사의 황홀경과 같은 맛을 온 몸, 그리고 표정으로 표현하며 또 다시 입맛을 다시게 한다.

이와 같이 스타들이 자신의 앞에 놓인 음식을 맛있게 먹고, 안방극장의 허기를 자극하는 모습을 담은 프로그램은 비단 ‘일밤 뿐이 아니다. 한동안 ‘건강을 위해 잘 먹는 법을 알려주는 ‘웰빙(Well-being)에 대해 말하던 프로그램들은, 이제 이를 맛있게 먹는 ‘먹방(먹는 방송)에 카메라의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혼자 떠난 제주 여행에서 1일 9식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우며 먹방계의 또 다른 대표주자로 떠오른 데프콘은 현재 자신이 출연중인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매 회 다양한 음식과 먹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얼마나 맛있게 먹는지 그의 출연 분을 보다보면 과연 ‘나 혼자 산다가 혼자 사는 남자의 일상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인지, 아니면 음식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이다.

사진=일밤 캡처
어찌됐든 이들의 먹방이 펼쳐질 때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검색어 순위는 이들이 먹었던 음식들의 이름이 가득 채워질 정도로 지대한 관심을 모은다. TV화면 속 연예인들이 맛있게 먹으면 먹을수록 사람들은 열광하고, 어느새 먹방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느껴질 정도로 각 예능프로그램들 마다 속속들이 등장하며, 극의 재미를 위해서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소재로 자리 잡고 있다.


KBS2 예능프로그램 ‘해피투게더-야간매점은 음식을 소재를 아예 코너로 만들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6월 28일 ‘야간매점은 출출한 밤 간단한 조리법으로 먹을 수 있는 스타의 다양한 야식들을 소개한 뒤, 이중 가장 맛있고 반응이 좋은 메뉴의 경우 매점의 정식메뉴로 등록시키는 콘셉트의 코너로 출범했다. 안방극장은 맛있게 야식을 먹는 스타들을 보며 각 음식의 레시피와 맛에 지대한 관심을 표하기 시작했고, ‘야간매점이 ‘해피투게더의 대표코너로 자리 잡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방송 초반 해외에서 발품 팔아 생고생하며 직접 돈을 벌다가 한국으로 돌아와 다이빙에도 도전하는 등 ‘맨발로 생고생을 한다는 기획의도로 시작된 SBS 예능프로그램 ‘일요일이 좋다-맨발의 친구들(이하 ‘맨친) 역시 지난여름부터 펼쳐진 ‘집밥 프로젝트를 통해 요즘 방송계에 불고 있는 먹방의 인기에 편승하기 시작했다. 홀로 사는 독거 연예인들의 부실한 집 밥을 보완해준다는 의도 하에 연예계 숨은 집밥 고수를 찾아 그 비법을 배워오고 전해준다던 기획 하에 다양한 음식들을 보여주고 있다.

tvN 예능프로그램 ‘화성인 바이러스는 앞선 프로그램과 성격은 다르지만, 애벌래와 같은 괴식에서부터, 단맛집착, 폭식까지 유독 음식을 주제로 하는 것만큼은 일맥상통한다. 최근에는 엄청난 식욕을 자랑하는 포크레인식탐녀가 등장해 치킨에 족발, 보쌈 등 방송 내내 먹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함께 등장한 식욕제로녀가 하루에 자신과는 달리 라떼 밖에 먹지 않는다고 고백하자 폭크레인식탐녀는 세상에 맛있는 게 많고 아직 젊은데 자신이 못 먹는다고 생각하면 슬프다”라며 눈물을 흘리다 또 다시 먹는 일에 집중해 그야말로 ‘먹방의 절정을 찍었다.

사진=해피투게더, 맨발의 친구들 캡처
예능이 먹방과 사랑에 빠진 이유 중 하나는 먹는다는 행위 자체가 원초적인 기쁨과 행복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보릿고개(햇보리가 나올 때까지의 넘기 힘든 고개라는 뜻으로, 농촌의 식량 사정이 가장 어려운 때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가 무엇을 말하는지 모를 정도로 물질의 풍요로움 가운데 살아가는 시대다. 이제 사람들은 살기 위해 먹는 것이 아니라, 먹기 위해 음식을 먹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맛집 탐방 등 맛있는 것에 눈을 돌리게 된다. 이렇게 맛있는 것을 찾고 있는 가운데 화면 속 스타들은 이 세상 그 누구보다 행복하고 즐거운 표정으로 음식을 먹고 있고, 이를 보면서 사람들은 대리만족을 느끼고 열광한다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예능에서 먹방은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쉽게 전달하는 도구로 쓰일 뿐 아니라, 실제 한동안은 시청률 상승에도 도움을 주기도 한다. ‘해피투게더의 경우 ‘야간매점을 하기 전 약 한 달 동안 평균 시청률 9%에 머물러야 했었지만, ‘야간개점을 한 이후에는 약 한달 이상 10%를 넘는 시청률을 보이며 ‘먹방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맨친의 경우 집밥프로젝트를 하기 전 시청률이 평균 4% 안팎을 기록한 반면, 음식이 나오면서부터 평균 5%에서 6%사이를 기록하며 시청률 상승을 이루었음을 알려주었다. 여전히 안방극장에 음식이 통한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입증한 셈이다.

하지만 아무리 예쁜 옷이라도 유행이 지나면 입기 싫은 것처럼, 맛있는 음식이라도 세 번만 먹으면 질리는 것이 사람 심리다. 우후죽순으로 등장하는 바람에 더 이상 먹방이 주는 웃음은 그 신선함을 잃은 지 오래다. 실례로 24일 ‘해피투게더가 기록한 시청률은 8.6%. 이마저도 17일 방송분이 기록했던 7.7%에 비해 0.9%P 상승한 수치다. ‘해피투게더가 ‘야간매점을 시작한 후 약 1년하고도 4개월이 지난 지금 이는 더 이상 먹방 자체가 시청률을 무조건 보증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있다. 뭐든 과하면 부족함만 못하다는 말이다. 게다가 사람들은 늘 새로운 것을 원하고, 그러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예능의 경쟁은 치열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계속 ‘먹방이라는 부분에만 집착한다면,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는 건 시간문제가 될 것이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917@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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