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대선 불복론' 기름 부은 문재인,
입력 2013-10-24 13:50 
국정원 사건의 불똥이 대선 불복 논쟁으로 번져가는 모습입니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이 대선 불복을 하고 있는게 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고, 민주당은 대선 불복이 아니라 국가기관의 잘못된 '선거 부정'을 바로잡자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가세하면서 대선 불복 논란은 더 커져 버렸습니다.

문재인 의원이 어제 한 말입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민주당 의원(어제)
- "'지난 대선이 불공정했다.'라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또, 박근혜 대통령이 그것을 알았든 몰랐든, '박근혜 대통령이 수혜자'이라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왜 자꾸 대선 불복을 말하면서 국민과 야당의 입을 막으려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알았든, 몰랐든 박 대통령이 수혜자라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이 말에는 박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하는 강한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과거 정부로부터,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다고 수차례 얘기해 왔던 박근혜 대통령으로서는 참으로 난감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문재인 의원의 어제 성명서는 문 의원이 의도했든, 아니든 '대선 불복' 논란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습니다.

침묵하던 문 의원이 박 대통령을 겨냥해 '불공정 선거'를 언급하자, 당장 새누리당에서는 '대선 불복' 얘기가 튀어 나왔습니다.

▶ 인터뷰 : 황우여 / 새누리당 대표(오늘)
- "민주주의 무너뜨리는 의심의 독사과를 경계한다. 당이 수차례 경고했는데 어제는 지난 대선 후보인 문재인 의원이 직접 이 부분 거론했다. 어느 대선에서도 선거사범이 있었지만 모든 후보가 선거사범 문제 삼아 대선불복을 내건 예는 없었다. 깨끗이 승복하고, 법정 기간 내에 논의하고 문 닫는 것이 민주주의의 태도다."

새누리당은 문 의원이 대선 불복 심리가 있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아니면, 그렇게 몰아부치는 것이 정국 주도권을 잡는데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문 의원은 어제 성명서로 '대선 불복'의 늪으로 빠져들었습니다.

스스로 빠져든 셈입니다.

국정원과 군사이버사령부, 국가보훈처까지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으로 수세에 몰렸던 새누리당으로서는 국면 전환의 기회를 맞은 셈입니다.

대선에서 박 대통령과 경쟁했던 당사자가 불복 가능성을 내비쳤으니, 가만 있을 수는 없겠죠.

▶ 인터뷰 : 최경환 / 새누리당 의원(오늘)
- "자신이 최종적으로 책임질 사초 실종에 대해 책임을 모면하려는 것으로 비춰지는 것을 문재인 의원은 명심해야 한다. 이런 분을 대통령 선택 안 한 우리 국민 참으로 현명하다."

민주당에서는 문 의원 발언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더 큽니다.

적어도 겉으로는 말입니다.

▶ 인터뷰 : 김한길 / 민주당 대표(오늘)
- "국가기관 개입 잘못을 대선불복이라 하는 것은, 헌법을 무시한 헌법불복세력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부정선거를 부정선거라 말하지 말라는 건, 긴급조치 비판하면 무조건 투옥했던 유신시대 논리나 다름없다."

그러나 민주당의 다른 한쪽에서는 문 의원이 또 일을 그르쳤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새누리당의 대선불복 논리에 끌려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문 의원이 성명서를 내면서 결국 모든 게 허사가 됐다는 겁니다.

제1야당 대선 후보의 불공정 선거 발언은 김한길 대표의 발언과 달리 지난 대선 결과를 승복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다는 겁니다.

지금 민심은 선거 결과 자체를 부정하는 것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데, 그 민심과 거꾸로 갈 수 있다는 겁니다.

▶ 인터뷰 : 전병헌 / 민주당 원내대표
- "수사검사 왈 유례없는 선거부정에 대해 민주당은 선거결과 바꾸자는 게 아니고 대통령 사과하고 책임자 처벌하라는 건데, 침묵하고 있는 건 답답하다."

어쨌든 이런 논란 속에 문 의원은 박 대통령의 책임과 사과를 직접 언급하는 초강수를 뒀습니다.

아직 청와대는 반응이 없습니다.

무대응이 상책이라고 본 것일까요?

아니면 적절한 기회를 엿보는 것일까요?

여권 내에서는 박 대통령의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만일 박 대통령까지 국정원 논란에 가세한다면 불공정 선거와 대선불복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을 거칠 것 같습니다.

지난주부터 어렵사리 시작된 국정감사는 물론 각종 법안과 새해 예산안 처리 등 향후 정기국회 진행도 차질을 빚을 게 뻔합니다.

그렇다고 박 대통령이 침묵을 지키자니 꼬인 정국을 이대로 안고는 도저히 정상적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 없다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어찌됐든 대통령으로서 이 난국을 풀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여기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나는 의혹과 검찰내 잡음은 대통령의 심기를 더욱 불편하게 하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참으로 어려운 숙제를 앞에 놓고 있는 셈입니다.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결국 열쇠는 민심입니다.

민심이 원하다는 대로 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런데 민심은 어디로 흘러갈까요?

지금으로서는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