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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일의 맥] 서울 팬들의 ‘부정행위’를 다시 보고 싶다
입력 2013-10-23 10:49  | 수정 2013-10-23 13:55
2013년 아시아 최강 클럽을 가리는 AFC 챔피언스리그가 이제 마지막 무대만을 남겨두고 있다. K리그 챔피언 자격으로 대회에 출전한 FC서울과 중국축구를 제패한 광저우 에버그란데가 양국리그의 자존심까지 건 대결을 펼친다. 1차전은 10월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며, 2차전은 중국으로 건너가 11월9일 진행된다.
FC서울에게는 26일 경기 밖에 없다는 배수진의 각오가 필요하다. 홈&어웨이 방식을 생각할 때 아무래도 2차전을 홈에서 치르는 것이 심리적으로 여유가 있다. 1차전 결과가 어긋났을 때 뒤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큰 차이다. 중국대륙의 텃세를 생각할 때 서울은 반드시 홈에서 열리는 1차전을 잡고 이동해야한다. 무승부도 어렵다. 이겨야한다.
FC서울이 광저우와의 ACL 결승 1차전을 앞두고 있다.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팬들이 해야 할 일이 있다. 아름다운 부정행위가 다시 필요하다. 사진= MK스포츠 DB
대신 이겼을 땐 의외로 편한 2차전이 될 수 있다. FC서울은 지난 4강에서 경험했다. 이란 클럽 에스테그랄과의 4강에서도 서울은 똑같은 방식으로 경기를 치렀다. 1차전이 홈이었고 2차전이 원정이었다. 상황은 더 부담스러웠다. 에스테그랄의 홈구장이 ‘원정팀들의 지옥이라 불리는 아자디 스타디움이었다. 한국대표팀도 그곳에서는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다. 하지만 서울은 달랐다. 1차전 결과가 컸다.
9월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4강 1차전에서 FC서울이 2-0으로 승리하자 아자디 스타디움의 기운은 반감됐고, 결국 10월3일 열린 2차전에서 2-2로 비기면서 결승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2골차 패배라는 부담이 컸던 에스테그랄은 안방에서도 쫓기듯 경기에 임했고, 서울은 편하게 자신들의 경기를 펼칠 수 있었다. 결승전도 같은 시나리오가 필요하다.

아쉬운 것은, 올해 농사의 풍흉이 결정되는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FC서울 분위기가 썩 좋지 않다는 사실이다. 서울은 지난 20일 울산과의 K리그 클래식 홈경기에서 예상 외 완패(0-2)를 당했다. 최용수 감독은 좋은 예방주사를 맞았다”고 했으나 기세라는 측면에서 달가울 것 없는 패배다. 때문에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빨리 분위기를 전환하는 것이다. 전술적인 준비 이상으로 정신적인 준비가 필요한 경기다. 그런 측면에서 ‘12번째 선수들의 도움이 절실하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탤런트 기질이 있다. 팬들의 환호성이 큰 곳에서 더 좋은 플레이가 나온다”는 이야기를 자주한다. 상암벌을 가득 메우는 홈팬들에 대한 고마움을 에둘러 전한 것이지만,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도 아니다. ‘보이지 않는 기운이라는 것은 설명키 어려운 일이고 그런 힘 때문에 결과가 달라졌다고 말하는 것은 논리적이거나 과학적이지 못한 접근이다. 하지만 분명 그런 힘은 존재한다.
홈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받는 팀이 말도 안 되는 기운이 솟구쳐 믿을 수 없는 승리를 만들어내는 것은 ‘보이지 않는 힘 아니면 설명키 어렵다. 너무도 잘하고 있던 팀이 집중적인 야유에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원정경기가 홈경기에 비해 힘든 것은 다 이유가 있다. 팬들과 함께 뛰는 것은 일종의 ‘아름다운 부정행위다. 축구팬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이야기다. 2002월드컵을 통해 대부분의 국민들이 눈으로 몸으로 확인했다.
FC서울도 올 시즌 ACL에서 그 ‘부정행위의 힘을 느꼈다. 지난 5월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베이징 궈안과의 ACL 16강 2차전에서 서울은 전반 8분 만에 선제골을 허용했으나 후반에 3골을 몰아치며 3-1 역전승을 거뒀다. 5월14일 중국에서 펼쳐진 1차전에서 0-0으로 비겼기 때문에 서울은 안방에서 무조건 승리해야 8강에 오를 수 있었다. 원정다득점 원칙이 적용되는 규정상, 1골을 먹는 순간 비기는 것은 곧 지는 것과 다름없었다. 때문에 전반 8분 카누테의 득점과 함께 서울은 2골 이상이 필요해졌다. 꼬여버렸다.
베이징은 수비가 상당히 좋은 팀이다. 그런 팀이 마음먹고 내려앉았으니 경기는 어려워보였다. 최용수 감독도 경기 후 솔직히 불안한 기운이 돌았던 것도 사실”이라는 솔직한 고백을 전했다. 그런데 놀라운 변화가 생겼다. 후반 들어 선수들보다도 뜨거웠던 것은 FC서울 팬들이었다. 서울 선수들 뒤에서 들불처럼 번지던 팬들의 서포팅과 함께 양상은 확 바뀌었다. 결국 후반 15분과 24분 그리고 추가시간까지, 3골을 거푸 터뜨리면서 서울은 8강에 올랐다. 그 과정이 없었으면 지금 결승도 없었다. 그때의 그 ‘부정행위가 다시 필요한 시점이다.
광저우 에버그란데는 ‘머니파워로 만들어진 팀이다. 무리끼, 콘카, 엘케손 등 초특급 외국인 선수 3명을 데려오면서 2,100만 달러를 썼다. 우리 돈으로 약 225억이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팀을 이끄는 리피 감독의 연봉은 160억원으로 알려진다. 그들의 ‘머니파워는 손쉽게 중국대륙을 정복했고 이제 아시아까지 노리고 있다. FC서울이, K리그가, 찬물을 끼얹으며 돈으로 안 되는 것도 있음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서울의 스쿼드도 만만치 않으나 해외 베팅 사이트나 전문가들은 광저우의 우세를 점치고 있다. 모든 대회를 통틀어 올 시즌 단 3번밖에 패하지 않은 광저우는 분명 강팀이다. 서울이 늙은 여우 리피 감독이 이끄는 광저우를 잡으려면, 12번째 선수까지 끼고 싸워야할 필요가 있다. 분명 원정 2차전에서 FC서울 선수들은 중국 팬들의 ‘웅웅 거리는 일방적인 응원에 엄청난 압박을 받을 것이다. 우리도 ‘공포감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FC서울의 대회지만 이젠 K리그의 자존심까지 걸린 문제다. 필드에서 플레이하는 이들은 최용수 감독과 FC서울의 선수들이지만, 팬들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관중석에서 발 한번 같이 구르고 간절함으로 소리치면 분명 기운은 전달된다. 이것은, FC서울 팬들만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MK스포츠 축구팀장 lastuncl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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