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항명 VS 소신…대선불복 VS 부정선거
입력 2013-10-22 11:28  | 수정 2013-10-22 17:18
박근혜 새 정부가 출범한 지 8개월이 지났지만, 우리는 아직도 지난해 12월 그 시간에 머물러 있는 듯합니다.

도무지 지난 대선 정국에서 정치권이 빠져 나올 기미가 보이질 않고 있습니다.

어제 서울중앙지검 국감은 그 대결의 결정판이었습니다.

▶ 인터뷰 : 조영곤 /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
- "보고 자체를 받지 못했고, 구두로 공소장 변경을 하겠다고 얘기를 들었습니다. 어떤 절차도 절차적 정의를 확실히 세우고 조그마한 틈새나 흠결이나 이런 것이 없도록 하는 것이 재판에서는 반드시 갖춰야 될 도리라고 생각하고 법도라고 생각했습니다."

▶ 인터뷰 : 윤석열 / 전 '국정원 댓글' 특별수사팀장
- "향후 수사계획까지 적어서 검사장님댁에 들고가서 검사장님께 보고를 드렸습니다. 보고서를 내놨더니 검사장이 처음엔 격노했다. '야당 도와줄 일이 있느냐. 야당이 이걸 가지고 정치적으로 얼마나 이용하겠냐'"

▶ 인터뷰 : 김회선 / 새누리당 의원
- "의지가 관철되지 않을까봐 결재없이 체포도 하고 공소장도 변경하고 대한민국은 어떻게 되겠어요."

▶ 인터뷰 : 박지원 / 민주당 의원
- "무능한 검사장으로 낙인 찍혀 있습니다. 상하로부터 샌드위치 검사장이 됐다고 생각하고요."

조영곤 중앙지검장은 눈물을 흘렸고, 윤석열 전 팀장은 송구스럽다면서도 할 말을 끝까지 했습니다.

검사동일체라고 으시대던 선후배 검사들은 다시 안볼 사람들처럼 시선을 피했고, 여야 의원들은 서로 편이 갈려 싸웠습니다.

"국가정보원 심리전단 소속의 트위터 팀이 5만 여건의 노골적인 대선 개입 글을 올렸다"

"아니다. 국정원 직원 관련 증거는 2천 여건에 불과하다"

"윤석열 수사팀장은 부적절한 돌출 행동과 항명을 했다"

"아니다. 소신껏 행동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국민은 그 모습을 TV 통해 고스란히 봤습니다.

저 모습이 과연 우리 검찰의 모습인가? 저 모습이 과연 우리 국회의 모습인가?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우리 사회는 다시 갈라지고 있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됐고, 어디서 잘못된 것일까요?

검찰이 공소장 변경에 첨부한 트위터 글도 적지 않은 충격을 줬습니다.

민주당은 국정원 직원들이 대선 초반에는 당시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를 비방하는 트위터를 달았고, 대선 후반에는 박근혜 후보 지지글을 썼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후보들의인상 착의- 박근혜의 친근한 미소, 문재인의 놀란 토끼눈. 안철수의 느끼한 능구랭이 얼굴…. 결론 - 사람은 미소짓는 모양이 아름답다(9월18일)"

"대선 후보 기호 1번 대한민국, 기호 2번 북조선인민공화국"(11월25일)

검찰 공소장 변경 신청서에 첨부된 국정원 직원들의 트위터 글에는 욕설과 막말도 많았고,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민주당은 이것이 빙산의 일각이라며 공세를 강화하려는 태세입니다.

그리고는 다시 장외로 나가 촛불을 들었습니다.

▶ 인터뷰 : 이춘석 / 민주당 법사위 간사(10월20일)
- "특히 인터넷 여론이 댓글에서 트위터로 넘어 가고 있다고 보면 규모나 파급 효과도 규모가 다른 선거개입으로 밖에 볼수 없다"

국정원은 이를 반박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대선 개입 글이라고 주장한 내용 대부분은 타인이 올린 글이나 신문 기사를 개인적으로 리트윗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겁니다.

또 검찰이 주장한 야당과 야당 후보 비아 5만 여건에는 '특정 단어'만 들어가도 비방글로 분류한 오류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예를 들어 'NLL 포기'를 비판했는데 이게 '문재인 후보 반대'로 동일시되는 식입니다.

새누리당 역시 검찰과 민주당이 부풀리기를 했다며, 정치적 저의를 의심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윤상현 /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10월20일)
- "지난 정부의 국정원에 대해 일어난 일인데 비호할 생각은 없지만, 이 문제에 대해 말씀드리겠다. 법적인 의미에서 직접적 증거라고 할 지라도 법률상 불법 취득한 정보이기에 법적인 정보의미는 없을 것이라고 본다."

갈라진 민심과 두 당의 공방은 대선불복과 부정선거로 커져 버렸습니다.

그 치열했던 대선이, 그래서 선거가 끝난 뒤 과연 두 진영이 통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컸던 그 때로 돌아갔습니다.

▶ 인터뷰 : 정우택 / 새누리당 최고위원(어제)
- "(민주당이) 아마 지난 대선에 대한 불복의 마음이 마음속에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자꾸 대선불복 분위기 조성하는 건 국민을 화합과 통합이 아니라 분열과 여론을 나누는 대한민국 발전에 큰 장애를 자꾸 일으키고 있다."

▶ 인터뷰 : 전병헌 / 민주당 원내대표(오늘)
- "기가막힐 노릇이다. 이 사안의 본질은 검란도 항명도 아니다. 유례없는 선거 부정사건과 유례없는 불법 사건에 대한 유례없는 선거 범죄에 대한 검찰 수사의 방해와 외압일 뿐이다."

정치로부터 멀찍이 떨어져 있어야 할 검찰은 의도했든, 아니든 그 소용돌이의 한복판에 섰습니다.

정치권에서 불어오는 외풍에 맞서 단단히 하나가 돼야 할 검찰은 내부에서부터 갈라짐이 생겼습니다.

'이유가 어쨌든 상부에 보고하도록 한 내규를 위반한 것은 잘못이다.'

과정이 잘못되면 목적이 옳더라도 정당화될 수 없는 논리입니다.

상명하복인 검찰에서 이런 식의 돌출행동은 심하게 말하면 '콩가루 집안'이 되는 길이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반면 윤 팀장이 사전에 몇차례 구두보고를 했기에 수사팀 배제는 과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조 지검장이 뜨뜨미지근한 태도를 보여 윤팀 장이 어쩔 수 없이 소신 껏 행동을 했다는 겁니다.

특히 법원이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을 보면, 윤 팀장의 행동은 정당하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대선이 끝난 뒤에도 이렇게 오랫동안 대선 문제로 옥신각신한 전례가 있을까요?

검찰 역사사상 이렇게 오랫동안 조직이 흔들리고, 조직내 이견이 밖으로 분출된 적이 있을까요?

국민은 혼란스러워하고 있습니다.

빨리 정치권이 과거의 터널에서 빠져나와 당면한 민생의 힘겨움에 대해 고민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빨리 검찰이 안정을 찾아 본연의 역할에 전념해 주길 원하고 있습니다.

언제쯤이면 조간 신문에 이런 국민의 여망이 담긴 기사를 볼 수 있을까요?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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