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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라 2013’ LG, 5일보다 위대한 190일의 감동
입력 2013-10-21 07:19  | 수정 2013-10-21 07:34
[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LG 트윈스의 2013시즌이 막을 내렸다. 11년 만의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LG는 가을야구 축제를 마음껏 즐기지 못했다. 5일의 가을야구 기억은 잔혹했으나 190일의 여정은 행복한 감동 드라마였다.
LG는 지난 20일 두산 베어스와의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에서 1승3패로 무릎을 꿇으며 한국시리즈 진출이 좌절됐다. 정규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 직행에 성공한 LG는 준플레이오프 5차전을 치르고 올라온 두산을 넘지 못했다. 경험 부족이 발목을 잡으며 경기 감각을 회복할 여유도 없이 실책에 무너졌다.
LG 트윈스 선수들이 지난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서 최종 2위가 결정되는 순간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LG 선수들은 한국시리즈 진출이 좌절된 순간 그라운드에 주저앉았다. 고개를 숙인 채 망연자실했다. 경기를 마친 뒤 더그아웃을 쉽게 떠나지 못했다. 허망한 패배에 대한 분을 삭이지 못한 아쉬움 때문이었다. 정규시즌의 영웅들이 포스트시즌 패배자로 전락한 순간이었다.
김기태 LG 감독은 선수들에게 고개를 들라”고 다독였다. 누구보다 아쉬움이 컸을 김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잘했다. 영광을 누릴 자격이 충분하다. 정말 고맙다”며 의기소침해진 선수들의 가슴을 울렸다.

올 시즌 LG는 각본 없는 극적인 드라마를 연출했다. 지난 10년 동안 움츠렸던 LG 팬들에게 무한한 감동을 선사하며 ‘유광점퍼의 한을 풀었다. 비록 포스트시즌은 짧게 끝났지만, 페넌트레이스의 감동은 프로야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만큼 기억해야 하는 순간들이 많았다.
LG는 올 시즌 개막 전 4강 예상 후보군에 없었다. 중위권을 대부분 예상했고 하위권으로 내려놓기도 했다. 지난 10년의 포스트시즌 좌절 역사가 뒤를 받쳤다. 특히 김기태 감독 체제로 돌아선 지난 시즌 57승4무72패를 기록하며 7위로 마감해 기대치는 낮았다.
LG는 지난 시즌에 비해 전력이 크게 나아진 것도 없었다. FA를 통해 투수 정현욱을 영입했고, 트레이드로 포수 현재윤, 최경철, 내야수 손주인을 보강했다. 또 해외파 투수 류제국과 극적으로 계약을 성사시켰다. 류제국 역시 공백 기간이 길어 성공 여부를 장담할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올 시즌 LG를 이끈 성공적인 전력 강화였지만, 영입 당시 안정성을 제외하면 기대 가치는 높지 않았다.
그러나 LG는 예상을 완전히 뒤엎었다. 5월까지만 해도 7위에 머무르던 LG는 6월부터 치고올라가 2위까지 수직 상승했다. 이후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며 8월 삼성 라이온즈를 제치고 1위 등극하는 감격적인 순간을 누리기도 했다. 결국 LG는 74승54패(승패+20), 정규시즌 2위의 뛰어난 성적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무려 11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의 쾌거를 이뤄냈고, 16년 만의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을 따냈다. 페넌트레이스 마지막 날 결정된 최종 순위에 감동은 더 컸다.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던 반전 드라마였다. LG는 조롱 섞인 ‘DTD(Down Team is Down)=내려갈 팀은 내려간다 수식어의 역사를 지우며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2013시즌 LG가 보여준 신바람 야구는 1994년에 이어 또 한 번의 기억할 만한 가치가 있는 한 해였다.
[mi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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