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M+인터뷰] 진혜경 “연기로 사람 마음 움직이고싶다. 단지 그것 뿐”
입력 2013-10-18 10:19  | 수정 2013-10-18 21:58
미국서 유학하고 돌아와 입시 미술학원을 운영하는 여자 문희(진혜경 분)는 이혼해 주지 않는 남편과 별거하며, 오랜 연인인 인규와 사제지간 이상의 관계를 가져온 윤 교수 사이를 오가며 자유로운 연애를 즐긴다.

한편 그녀의 어린 학생 주원(김도성)은 수업시간에 늘 문희의 얼굴만 그린다. 어린 시절 할머니를 따라간 예식장에서 신부 문희를 보고 첫눈에 반한 주원은 그녀를 만나기 위해 미술을 시작했고 학원까지 다니게 됐다며 문희와의 만남이 운명적이었음을 고백한다. 그런 주원의 순수한 모습에 조금씩 마음을 빼앗긴 문희는 어느 날 둘만 남겨진 화실에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헤어 나올 수 없는 탐닉에 젖어 든다. - ‘녹색의자2013 줄거리

[MBN스타 여수정 기자] 보기와 달리 나는 원래 시크하다. 여성스럽기보다는 털털해 주위에 남자인 친구들이 많다. 그들이 주로 형이라고 부르는 그런 스타일말이다.”

커다란 눈, 오똑한 코, 단아하고 새침해보이지만 차분하고 친절한 말투 한눈에 봐도 1등 신붓감으로 보이는 배우 진혜경이 자신의 실제성격에 대해 언급한 말이다. 보통의 여배우들은 예쁜미모에 실제성격을 숨긴 채 용서가 되는(?) 내숭으로 소위 이미지 관리를 하곤한다. 그러나 첫 주연작으로 스크린 데뷔를 앞둔 겹겹사 배우 진혜경은 오픈 마인드로 자신의 매력수치를 맘껏 올리고 있다.

대중들에게 조금은 낯선 진혜경은 ‘그대를 사랑합니다 ‘기담전설 ‘로맨스헌터 ‘닥터K ‘위대한 유산 ‘파 송송 계란 탁 ‘블러디쉐이크 ‘본아베띠 등 드라마와 영화 장르를 불문하고 출연해 연기내공을 쌓아왔다. 비중이 없는 역할도 성실히 수행하며 연기자의 길을 걷던 그녀는 지금은 고인이 된 영화계의 영원한 영화 청년 박철수 감독의 유작 ‘녹색의자 2013-러브 컨셉츄얼리(이하 녹색의자 2013)에 여주인공으로 출연해 스크린 데뷔를 앞두고 있다. 또한 개봉에 앞서 지난 3일부터 12일간 부산 일대에서 진행된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 ‘녹색의자 2013이 박철수 추모전을 통해 관객에게 첫 선을 보였고 당시 폭발적인 환호 속에 그녀를 향한 대중의 관심을 증명했다.

진혜경은 ‘녹색의자 2013-러브 컨셉츄얼리로 첫 주연이자 스크린 데뷔를 한다. 사진=이현지 기자
큰 화면으로 (영화를) 보니 부담스럽고 민망하더라. 죄송스럽기도 하고 만감이 교차했다. 주변 분들이 (부산에) 많이 와 관람을 했다. 상영 전 그들에게 ‘나의 발연기와 노출이 부담스러우면 영화가 끝나고 나를 만나지 말고 그냥 집에 가라고 미리 제안했다. 그러나 다행히 모두 나를 기다려주더라. (하하) ‘야한영화가 아니다 ‘노출이 부각될까 걱정했는데 전혀 야하지 않았다고 하더라.”

노출, 특히 신인 여배우의 노출은 관심사 중 하나다. 양날의 칼처럼 노출이 여배우의 심도있는 연기에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노출로 인기를 얻으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도 한다. 진혜경 역시 이 사실을 알기에 출연 당시 망설인 것으로 알려졌다.


책으로 먼저 접하니 상상하게되더라. 또한 처음 시나리오는 노출이 있었는데 조금씩 수정하면서 故 박철수 감독님이 노출에 대한 부분을 고려했다. 노출 때문에 처음에는 출연을 거절했는데 문희라는 캐릭터와 감독님의 신뢰 덕분에 출연을 결정지었다. 문희의 마음을 잘 알 수 있었고 그녀가 나를 선택해 이끌어 준 것 같다.”

문희라는 캐릭터가 자신을 이끌어줬다고 배역에 대한 무한애정을 밝힌 진혜경은 누가봐도 문희 역에 푹 빠진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녹색의자 2013 속 문희는 너무도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자유로운 영혼이다. 34살의 문희는 19살 연하남 주원(김도성 분)과 사랑에 빠지며 그에게 점점 물들어간다. 제자와 허물없이 지내며 하고싶은 것을 맘대로 하고 오직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사는 여자다. 때문에 누구든지 문희를 보면 금세 매료될 수밖에 없다.

과거 단역으로 짧은 모습만 보여줬기에 깊이있는 연구가 부족했다. 그러나 문희 덕분에 한 사람에 대해 연구하는 계기를 갖게됐고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생기더라. 문희를 연기하면서 치유를 받기도 했다. 한 영화의 주연이라기보다는 그냥 막연히 문희로 살면서 연기한 것 같다. 이런 삶도 있구나를 느끼며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알게됐다. 이 모든건 故 박철수 감독님이 선물로 주신거다. 정말 감사하다. 대중들에게 나는 이런 연기도 할 수 있는 이런 사람이다 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어 평생남을 나의 대표작이 될 것 같다.”

배역은 물론 영화에 대한 애정, 故 박철수 감독을 향한 존경심이 느껴지며 진혜경의 진가를 다시 한 번 느끼게 한다. 故 박철수 감독을 향한 진혜경은 애정은 대단하다.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 의상을 고르던 중 감독님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다는 것은 이미 대중들에게 잘 알려졌다. 그녀는 감독님은 나의 아버지이자 나에게 배우라는 타이틀을 달아준 은인이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인터뷰 중에도 故 박철수 감독의 이름만 나와도 진혜경은 눈시울을 붉히며 그녀가 얼마나 감독님을 믿고 의지했는지 가늠케 했다. 이에 진혜경은 이상하게 시간이 많이 흘렀는데도 감독님 이야기만 나오면 울컥한다.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원래 잘 안 울고 여린사람이 아닌데…”라고 쉽사리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털털하다고 자신을 소개했던 당찬 모습과 달리 진혜경은 故 박철수 감독의 이야기만 나오면 너무도 여린여자로 변한다. 화제를 돌려 진혜경은 문희와 비슷하면서도 다른점을 언급해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쏟아냈다.

나는 문희처럼 성에 자유분방한 사람은 아니다. 나는 스스로에게 보수적이다. 털털한데 왜 보수적인지 의문이다. 때문에 문희와 나의 삶은 정반대다. 10시가 되면 전화도 안 받고 밖에도 안 나간다. 답답하게 살았다. 그래서인지 문희 역이 더욱 재미있었다. 문희를 통해 분출할 수 있어 행복했다. 문희의 자유분방함을 위해 여러 사람을 만나며 노력했다.”

진혜경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배우가 되고싶다고 언급했다. 사진=이현지 기자
문희앓이를 이어가며 화려한 외모 때문에 생긴 웃지못할 에피소드로 공개했다. 그녀는 나는 술을 못 마신다. 그러나 이 사실을 알지못한 ‘녹색의자 2013 소품팀이 촬영장에 진짜 맥주를 갖다놓았다. 나 또한 소품 맥주인줄알고 마셨는데 바로 촬영이 중단됐다. 술 한잔에 제정신이 아니더라. 술에 취해서 정신력으로 버틸 상황도 아니다. 때문에 다음날 촬영을 이어갔다. (하하)”

그녀의 노력 덕분에 우려했던 음주 장면은 매끄럽게 앞 뒤 상황과 이어지며 ‘녹색의자 2013을 빛나게 한다. 아름다운 여배우의 더 아름다운 노력이 ‘녹색의자 2013에 고스란히 담겨있기에 진혜경하면 ‘녹색의자 2013이라고 바로 떠올릴 것이다. 당당히 주연자리를 꿰차 스크린에 얼굴을 알릴 모든 준비를 마친 진혜경의 미래가 궁금해지며 다양한 작품으로 폭넒은 연기를 선보일 모습이 기대가 된다.

배우다운 배우로 성장해 보답하는 게 나의 역할같다. 나의 연기를 보고 울고 웃고 희망을 가지는 나 역시 내가 느낀 연기의 희열과 감정을 뽑아내면 속이 시원하다. 다른 연기를 할 용기도 생긴다. 나의 연기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싶다. 단지 그것뿐이다. 과거 연기를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그 목표가 확고하며 노력할 것이다.”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