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MK인터뷰] 홍정호 “다 좋은 독일, 담배만은 싫어”(上)
입력 2013-10-02 06:34 
[매경닷컴 MK스포츠(독일 아우크스부르크) 이상철 기자] 지난 여름 유럽 이적 시장이 문을 닫기 직전, 또 한 명의 코리안 분데스리거가 탄생했다. 홍명보호의 중앙 수비수 홍정호가 제주를 떠나 아우크스부르크로 이적했다. 중앙 수비수가 유럽 빅리그 1부 팀에 입단한 건 처음이었다.
홍정호는 9월초 A대표팀 소집 일정을 마친 뒤 본격적인 독일 생활을 시작했다. 약 1달이 안 된 초보 유럽파의 독일 생활은 좌충우돌이 따로 없다. 언어 장벽에 막히고 모든 게 서툴기만 하다. 그렇지만 그의 표정은 즐겁다. 모든 게 낯설지만 하나씩 부딪힐 때마다 행복감을 느끼는 홍정호를 9월 30일(현지시간) 독일 아우크스부르크에서 만났다.

홍정호는 아우크스부르크 이적 후 독일로 넘어온 지 약 1달도 안 됐다. 아직은 모든 게 서툴고 모르는 게 많지만, 하나씩 배워가는 게 즐겁다는 홍정호다. 사진(독일 아우크스부르크)=김영구 기자
▲독일어요? 카페서 주문 정도쯤은”
홍정호는 현재 아버지와 함께 생활한다. 며칠 뒤에는 어머니가 오셔서 따뜻하고 맛있는 음식도 마음껏 먹을 수 있다.
그러나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의 집에는 늘 혼자였다. 운동을 마친 뒤 장을 본 뒤 직접 밥을 해먹었다. 평소에도 외식보다는 집 밥이 그에겐 든든한 보약이었다. 그래도 요리 실력이 꽝은 아니다. 요리하는데 관심이 많아 김치찌개, 제육볶음은 여유있게 만들 정도였다. 하지만 시차 적응도 안 된 가운데 독일어 공부를 해야 하고 음식도 만들어야 하니, 다른 뭔가를 하기도 어려웠다. 평소 집에 오면 잠만 잤다. 너무 피곤했다”라는 게 홍정호의 토로다.

그래도 씩씩하다. 홍정호는 타지 생활이 힘들다는 건 형들에게 많이 들어 어느 정도 예상했다. 쉽지는 않지만 그런 걸 감안해서 그런지 그래도 아주 힘들지는 않다. 적응 단계이니 당연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가 오신 뒤에는 밥도 잘 먹고 있다. 체중이 1kg이 늘었다. 경기는 못 뛰는 뒤 잘 먹기만 해서 큰일이다”라고 가벼운 농을 치기도 했다. 여유가 묻어있다는 것이다.
동료들과 관계도 허물없다. 스스럼없이 장난을 친다. 아우크스부르크에는 구자철(볼프스부르크), 지동원(선더랜드)과 지내며 한국 축구선수에 대해 좋은 인상이 남아있다. 묄더스, 필립, 베르너 등이 먼저 말을 걸며 홍정호의 생활을 돕고 있다. 홍정호는 팀 분위기가 정말 좋다. 내게 기대감이나 관심도 크다. 약간 부담도 되나 열심히 하면 잘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성공적인 해외 진출의 밑바탕은 현지 완벽 적응이라는 조건이 깔려있다. 의사소통도 원활해야 한다. 홍정호는 이제 걸음마 단계지만, 개인 과외를 받으며 독일어가 조금씩 귀에 들어오고 있다. 틈틈이 공부하고 있지만 쉽지가 않다. 그래도 간단한 인사와 훈련에서 쓰이는 말들은 계속 들어 알아듣는다. 또 혼자 카페에서 주문할 정도는 된다라고 장난끼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외롭지는 않지만, 독일 생활은 참 어려운 게 많다. 무언가를 사도 즉시 쓸 수가 없다. 마냥 기다려야 한다. 현지 휴대폰 개통한 지도 오래됐는데, 절차가 오래 걸린다.
그래서 그가 세상 사람들과 연결된 창구는 한국에서 쓰던 휴대폰뿐이다. 이마저도 로밍 등으로 통신료가 만만치 않다. 그래서 밖에 있을 때 전화가 와도 받지 않는다. 홍정호는 집에서 무선인터넷을 쓸 수 있다. 집에 들어와 스마트폰 어플로 전화를 한다. (구)자철이형, (박)주호형, (손)흥민이랑 통화도 자주 한다. 무료 통화라 마음껏 할 수 있어 다행이다”라고 활짝 웃었다.

홍정호는 아우크스부르크 이적 후 독일 분데스리가 및 DFB 포칼 등 공식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아직은 준비가 덜 됐다는 홍정호는 매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사진(독일 아우크스부르크)=김영구 기자
▲전반기 끝나기 전 한 번은 뛰지 않을까요?”
홍정호는 아직 분데스리가 데뷔를 하지 않았다. 조직력이 중요시되는 포지션인 데다, 팀 성적(3승 1무 3패)도 좋으니 갑작스레 변화를 주기도 어렵다. 클라반과 칼센 브래커가 주전 중앙 수비수로 줄곧 뛰고 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홍정호의 몸 상태도 완전치 않았다. A대표팀을 다녀온 뒤 시차 적응 등으로 준비기간이 필요했다. 바인지를 감독도 서두르지 않는다. 홍정호의 몸 상태가 완벽해질 때까지 아끼며 기다릴 따름이다.
홍정호 역시 조바심은 없다. 적어도 3개월은 최대한 몸을 만들고 적응하는 단계로 잡았다. 때문에 경기를 뛰지 못하는 것에 대해 대수롭지 않다. 홍정호는 어느 정도 예상했다. 팀에서도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한다. 천천히 준비하면서 하나씩 배워가는 중이다”라고 했다.
홍정호는 경기날 홈구장인 SGL 아레나의 VIP석에서 동료들이 뛰는 경기를 지켜본다. 자리는 1년 전과 같다. 재활 치료차 아우크스부르크에 머물렀을 때도 구자철의 도움으로 VIP석에서 경기를 보며 유럽 진출의 꿈을 꿨다. 1년 전에는 그저 편안하게 즐기기만 했던 것과 달리, 이제는 경기 내용을 찬찬히 살피며 더 집중하고 있다.
그의 심장을 뛰게 했던 분데스리가의 뜨거운 축구 열기도 여전하다. 볼 때마다 그 매력에 흠뻑 젖는다. 다 좋은데 홍정호를 곤욕스럽게 하는 게 하나 있다. 담배다. 독일에서는 경기장 내 흡연이 가능하다. 따로 흡연구역이 있는 게 아니라, 좌석에 앉아서 자연스럽게 담배를 피우며 경기를 관전한다. 사방팔방에서 피는 담배 연기 때문에 힘이 든다. 홍정호는 그라운드 바로 앞이라 경기가 잘 보인다. 그렇지만 심할 정도로 주위에서 담배를 많이 피운다. 그래서 그 독한 연기 속에서 90분간 경기를 보는 게 힘들기도 하다”라고 털어놨다.
경기를 뛰지 못한다 해도, 그래도 VIP석에 앉아있는 것과 벤치에 앉아있는 것은 큰 차이다. 벤치라도 앉고 싶은 생각은 없냐고 물으니 냉정하게 스스로를 판단했다. 홍정호는 솔직히 벤치는 앉고 싶다. 하지만 아직은 좀 더 몸을 만들어야 한다. 감독님의 배려도 있다. 엔트리에 제외되면 가장 먼저 알려주며 실망하지 말고 최상의 몸 상태를 갖췄을 때 뛸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하신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전반기 내 데뷔전을 치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홍정호는 전반기가 끝나기 전 12월쯤에는 한 번은 뛰지 않을까. 준비 잘 하면 분명 기회를 줄 것이다. 지금은 빨리 팀에 적응해야 한다. (데뷔전이)더 빨라질 수도 있겠지만, 좀 더 긴 관점으로 보려한다”라고 말했다.
[rok1954@maekyung.com]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