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포항의 대단한 뒷심, 인천과 극적인 2-2 무승부
입력 2013-09-28 18:13 
[매경닷컴 MK스포츠(인천) 임성일 기자] 리그 선두 포항은 올 시즌 인천과 두 번 만나 1무1패에 그쳤다.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지난 6월에는 3년여 만에 인천에게 패(1-2)했다. 그 전까지 인천전에서의 8경기 연속무패(4승4무) 행진도 깨졌다. 따라서 28일 인천 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원정은 자존심이 걸린 대결이었다. 비록 승리하지 못하면서 복수극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자존심은 지켰다.
포항이 28일 인천 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포항과의 K리그 클래식 30라운드 홈경기에서 2-2 무승부를 거뒀다. 비겼으나 승리 같은 무승부였다. 전반 38분 이천수의 선제골, 후반 27분 박태민의 추가골을 묶어 인천이 2-0까지 달아났으나 교체투입된 박성호가 후반 31분과 추가시간에 2골을 터뜨리면서 2-2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포항이 대단한 뒷심을 발휘하면서 0-2로 끌려가던 경기를 2-2 무승부로 만들었다. 교체투입된 박성호가 2골을 넣었다. 사진= MK스포츠 DB
초반부터 인천의 공세가 강했다. 경기를 앞두고 김봉길 감독이 포항은 리그 1위이고 분명 강팀이다. 하지만 상대가 누구든 이제 우리는 1점(무승부)은 큰 의미가 없다. 게다 홈에서 열리는 경기다. 공격적으로 임할 수밖에 없다”는 각오대로 전체적인 주도권을 잡고 적극적으로 포항을 압박했다.
김남일이 전체적인 키를 잡으면서 볼의 소유권을 많이 가지고 있었으며 이천수 이석현 설기현 등 공격수들이 적극적인 드리블을 시도하면서 프리킥과 코너킥 등 데드볼 상황을 많이 연출했다. 전반 20분 내에 인천이 얻은 코너킥과 프리킥이 5~6차례나 됐다. 최근 공격수들의 득점력이 떨어지는 것과 맞물려 세트피스에서 득점을 올리고자 하는 의도가 엿보였던 인천이다.

하지만 포항은 쉽게 쓰러지지 않았다. 강하게 몰아치던 인천의 분위기를 넘기면서 위협적인 역습 찬스를 만들어냈다. 권정혁 골키퍼의 선방이 아니었다면 골이 됐을 장면도 나왔다. 포항 역시 쉽게 흔들리지 않는 저력의 팀이었다. 팽팽했던 흐름을 깬 것은 2002월드컵 삼총사의 노련함이었다.
전반 38분, 김남일 설기현 이천수의 합작품이 나왔다. 김남일이 상대 공격을 차단한 뒤 곧바로 크로스를 올렸고 설기현과 신화용 골키퍼, 상대 수비가 경합하는 과정에서 공이 흐르자 이를 이천수가 비호처럼 낚아챘다. 그리고 침착하게 공을 드리블한 뒤 왼발슈팅으로 비어있는 골문을 정확하게 갈랐다. 이천수의 시즌 2호골이자 홈 팬들 앞에서 처음으로 골 세리머니를 펼친 순간이다.
후반 초중반까지 포항이 고전했던 경기다. 포항이 자랑하는 빠르고 정확한 패스워크는 나오지 않았다. 주도권을 인천이 쥐고 있었던 까닭이다. 치고 나가기 위해 승점 3점이 필요한 포항이 부러 내려앉지는 않았다. 운영이 쉽지 않았던 것은, 인천의 베테랑 미드필더 김남일의 영향이 컸다. 판 전체를 바라보는 넓은 시야와 상대의 힘을 역으로 이용할 줄 알았던 노련함으로 포항의 젊은 미드필더들과의 싸움에서 우위를 이끌어냈다.
황선홍 포항 감독은 후반 14분 신인 김승대를 빼고 박성호를 투입했다. 최근 경기들에서 황진성의 부상 공백을 훌륭하게 메워줬던 김승대지만 인천전에서는 활약이 미미했다.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빨리 만회골을 넣는 게 필요하다는 의미에서의 교체이기도 했다. 후반 24분에는 유창현을 빼고 신영준을 넣었다. 높이와 스피드를 모두 높이겠다는 의도였다. 효과는 천천히 나왔다.
골은 포항의 만회골이 아닌 인천의 추가골로 이어졌다. 후반 27분 이천수가 오른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신화용 골키퍼가 펀칭해 냈으나 이것을 왼편에서 박태민이 왼발 슈팅으로 연결하면서 추가골을 터뜨렸다. 흐름이 인천으로 급격히 넘어갈 수 있었던 골이지만 포항은 저력이 있었다. 불과 4분 뒤인 후반 31분, 포항 특유의 아기자기하고 정확한 패스워크가 인천 페널티 박스 안에서 펼쳐졌고 교체 투입된 박성호가 왼발로 연결하면서 만회골을 만들어냈다.
이후 흐름은 박빙이었다. 어느 쪽의 우위를 말하기 힘든 공방전이 펼쳐졌다. 따라잡느냐 지키느냐의 싸움이었는데, 결국 포항이 따라잡았다. 인천은 버티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김봉길 인천 감독은 후반 33분 체력이 다소 떨어진 이천수를 빼고 남준재를 투입했다. 종료 5분을 남겨두고는 이석현을 빼고 김태윤을 넣었다. 1점차 승리를 지키겠다는 의도였다. 2분을 남기고는 김남일 대신 손대호를 투입했다. 하지만 기어이 포항이 벽을 뚫어냈다. 주인공은 다시 박성호. 박성호는 4분이 주어졌던 추가시간에 기어이 동점골을 터뜨리면서 팀에 천금 같은 승점 1점을 안겼다.
[lastuncle@maekyung.com]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