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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굴로 떠나는 서울, ‘아자디의 저주’를 풀어라
입력 2013-09-28 06:34 
[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지난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에스테그랄과의 ACL 4강 1차전에서 시원스런 2-0 완승을 거둔 FC서울이 결승행 티켓의 도장을 받기 위해 28일 오후 이란으로 출국한다. 결승 진출 가능성이 상당히 높기에 떠나는 발걸음이 가볍다.
홈에서 실점을 허용하지 않고 2골을 뽑아냈으니 이상적인 결과다. 워낙 흐름이 좋아서 추가골을 터뜨리지 못했다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지만, 실상 4강쯤 올라온 클럽을 상대로 3골 이상의 다득점은 쉽지가 않다. 2차전에서 방심하지 않는다면, 2009년 포항을 시작으로 성남 전북 울산으로 이어진 K리그 클럽들의 ACL 결승진출은 5년 연속으로 늘어나게 된다.
FC서울이 에스테그랄과의 ACL 4강 2차전을 위해 28일 오후 출국한다. 결승행 티켓도 따내고 아자디 스타디움의 악연도 끊겠다는 각오다. 사진= MK스포츠 DB
상황은 분명히 좋다. 하지만 장담하는 분위기가 아닌 것은 ‘적진이 워낙 악명 높은 곳인 까닭이다. 에스테그랄의 홈구장은 아자디 스타디움. ‘원정팀의 지옥이라 불리는 아자디 스타디움은 1,200m 고지대에 위치해 있어 뛰는 자체가 버거운 장소다. 더군다나 크다.
1974년 테헤란 아시안게임을 위해 만들어진 아자디 스타디움은 2003년 보수 과정에서 좌석이 축소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8만명 이상은 충분히 들어가고, 좌석의 질서를 어긴다면 10만명에 육박한다. 남성 팬들이 대부분인지라 ‘웅웅거리는 일방적인 응원소리는 상대에게 공포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한국대표팀도 지금껏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이란대표팀을 꺾어본 적이 없다. 많이 맞붙은 것은 아니다. 1977년 11월11일 아르헨티나월드컵(1978년) 예선에서 2-2로 비긴 것이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이란과의 첫 A매치였다. 이후 한국은 2006년 11월 아시안컵(2007) 예선에서 0-2로 패했고, 2009년 2월 남아공월드컵(2010년) 최종예선에서 1-1로 비겼다. 가장 가까운 기억은 지난해 10월.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을 위해 아자디 스타디움을 찾은 한국은 0-1로 무릎을 꿇으면서 악연을 끊지 못했다.
부담이 되는 역사인 것은 사실이다. 1차전을 승리로 장식한 뒤 최용수 감독이 홈팬들 앞에서 원하는 내용, 스코어, 결과를 모두 가져왔다. 하지만 끝난 것은 아니다”면서 고지대와 시차, 텃세 등등 생각할 것이 많다. 원정에서도 골을 넣어야한다. 안일하게 대처한다면 뒤집어 질 수 있다”는 말로 경계심을 드러낸 것은 다 이유가 있다. 하지만, 두려움은 없다.
최용수 감독은 아지드 스타디움의 악연을 끊고 싶다. 여기까지 왔는데 멈출 수 없다”는 다부진 의지를 전했다. 이어진 멘트는 꽤 멋지기도 했다. 최 감독은 경기 외적인 요소들이 많이 작용할 것이란 것을 예상하고 있다. 각오를 단단히 하겠다. 하지만, 어차피 축구란 정해진 원칙과 룰이 있다. 경기 외적인 방해공작이 우리를 막진 못할 것이다. 반드시 결과를 가지고 올 것이다”는 말로 전의를 불태웠다.
당당한 출사표다. 각오라는 추상적인 말에 ‘정답이 있을 수는 없으나 최용수 감독의 각오는 정답에 가깝다. 본질을 넘어서는 외적 요소는 없다는 믿음이 필요하다. 아자디 스타디움도 결국 축구를 하는 경기장이다. 지난 6월 울산 문수경기장에서의 복수를 해줬던 FC서울이 아자디 스타디움의 악연도 끊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러면, 결승행 티켓은 따라온다.
[lastuncl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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