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6년만의 첫 승, 정대훈의 간절함과 감사
입력 2013-09-17 06:13 
[매경닷컴 MK스포츠(대전) 김원익 기자] 데뷔 6년 만에 첫 승을 거둔 투수가 있다. 기회가 한 번 더 생길 것 같아서 기쁘다는 그 투수는 결국 부모님을 떠올리며 먹먹한 가슴에 눈가가 붉어졌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언더핸드 투수 정대훈(28)이 16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2013프로야구 KIA타이거즈와의 경기서 2⅓이닝을 1피안타 1볼넷 1사구 무실점으로 막고 데뷔 첫 승을 거뒀다. 이날 정대훈은 팀의 두 번째 투수로 나서 직구 26개, 싱커7개, 커브 3개를 효과적으로 섞어 KIA타선을 제압했다.
2008년 2차 5번 전체 39순위로 한화에 지명된 이후 프로 데뷔 6년만의 감격적인 승리. 불운으로 야구에서 멀어질뻔했던 시련과 기약없는 기다림 끝에 얻은 단 열매.
6년만의 감격적인 첫 승을 거둔 정대훈의 머리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이는 부모님이었다. 사진=김재현 기자
하지만 경기 종료 후 만난 정대훈은 편안한 얼굴로 취재진을 맞았다. 정대훈은 그냥 별다른 것 없이 기회가 한 번 더 주어질 것 같아서 기쁘다. 계속 서산(2군)에 있으면서 기회를 얻기 힘들었다”며 담담한 소감을 털어놨다.

감격스럽지 않을리 없었다. 정대훈은 2009년 빗길에 차가 미끄러지는 교통사고를 당해 제대로 걷지도 못할 만큼의 중상을 당했다. 야구 선수로서의 생명이 끊어질 뻔 했던 시련. 이후 경찰청에 입대해 다시 공을 던지면서 바닥부터 자신을 새롭게 갈고 닦았다.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았던 1군 선수의 꿈. 그리고 첫 승. 가장 떠오른 이는 누구였을까. 당연히 부모님이다”라며 곧바로 대답을 한 정대훈은 그 후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눈시울이 붉어진 정대훈은 나 때문에 고생하신 부모님이 가장 먼저 생각나고 감사하다”고 어렵사리 말문을 열었다.
다시 한 번 말을 멈춘 정대훈은 사실 엊그제까지 1군에 올라온 것도 부모님이 몰랐다. 금방 2군에 내려간 경우가 많으니까 (또 실망하실까봐) 뒤늦게 통화하면서 말씀을 드렸다. 그런데 이렇게 첫 승을 해서 부모님께 좋은 추석선물이 될 것 같아 기쁘다”며 활짝 미소를 지었다.
그에게나 가족에게나 긴 기다림이었다. 정대훈은 (부모님이) 참 오랫동안 뒷바라지를 해주셨다. 2군에 있는 동안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만 온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래서 그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꾸준히 늘 해왔던대로 준비를 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올해 달라진 점이 있다. 지난해 정대훈은 16경기에 나서 10⅓이닝을 소화하며 2홀드 평균자책점 5.23을 기록했다. 올해는 그보다 적은 9경기에 등판해 1승 1홀드 평균자책점 4.50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퓨처스리그 31경기서 36이닝 동안 2패 2홀드 2.50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더 많은 경험을 쌓았다.
정대훈은 사실 작년까지는 하루살이 같았다. 오늘 등판하면 또 내일은 나올 수 있을까 그 생각을 매일 했었는데 올해는 등판 간격이 길어지더라도 늘 똑같이 준비를 했다. 오늘도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좀 더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고 마음가짐의 변화를 설명했다.
다음이 더 간절해졌다. 지금 당장 어떤 목표는 없다. 더 열심히 준비를 해서 다음 번 등판 기회가 생기면 더 잘 던지고 싶다.” 아직 보여줄 것이 더 많고, 그래서 더 배가 고픈 정대훈이다.
동료들과 기자들의 축하가 쏟아졌다. 첫 승은 착하고 성실하게 준비해온 정대훈에게 온 당연한 결과라는 이야기들이었다. 하지만 정대훈은 착하기만 한 건 소용없다. 야구를 더 잘해야 한다”며 고개를 저었다.
정대훈은 올해도 명절에는 부모님을 찾아 뵙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또 미안한 아들이다. 그래서 더욱 지금 기쁨보다 다음을 먼저 생각하는 정대훈이었다.
[one@maekyung.com]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