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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실함을 제압한 강함, 전북과 포항의 저력
입력 2013-09-16 10:19 
[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2013년 대한민국 축구 최강클럽을 가리는 ‘하나은행 FA컵 결승전 매치업은 전북과 포항, 포항과 전북의 대결로 결정됐다. 포항은 14일 제주 원정으로 펼쳐진 4강전에서 4-2로 승리를 거뒀고, 전북은 15일 역시 원정 경기로 치러진 준결승에서 부산을 3-1로 제압하고 최종무대에 올랐다.
각각 3회 우승 경력을 가지고 있는 두 팀이 최종전에 오르면서 2013년 FA컵은 최다우승팀을 탄생시키는 뜻 깊은 대회가 됐다. 전북은 2000년을 시작으로 2003년과 2005년에 FA컵을 품었고, 1996년 초대 대회 우승팀인 포항은 2008년과 지난해에 트로피를 추가했다. 누가 정상에 오르든, 통산 4회로 FA컵 최다우승팀에 등극하게 된다.
전북과 포항이 FA컵 결승에 올랐다. 절실하고 간절한 상대를 꺾고 마지막 무대에 오르는 과정에서 그들의 강함이 입증됐다. 사진= 전북현대 제공
포항도 전북도 쉽지 않은 상대와의 준결승이었다. 간절함으로 따지면 제주와 부산이 더 컸다. 포항이 상대했던 제주는 K리그 챌린지로 떨어진 상태다. 시즌 초중반 만해도 무난하게 상위 스플릿에 오를 것으로 전망됐던 제주지만 여름 들어 급격히 무너졌다. 제주는 6월부터 8월까지 펼쳐진 정규리그 12경기에서 3승3무6패에 그쳤다. ‘섬을 연고지로 쓰고 있는 어려움과 함께 매년 여름이면 고생이 컸으나 이렇게까지 무너질지는 예상치 못했다.
따라서 FA컵은 제주가 기댈 수 있는 마지막 언덕이었다. 박경훈 제주 감독이 세운 목표였던 ‘ACL 진출을 위한 최후의 보루였다. 다음 시즌 ACL 진출권은 정규리그 1~3위팀과 FA컵 우승팀에게 주어진다. 제주로서는 희망이 있었다. 14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의 준결승은 배수진이었다. 앞선 정규리그 2경기를 모두 포항전 맞춤전술로 치렀을 만큼 집중했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포항은 그만큼 강했다.

정규리그 득점 선두 페드로를 축으로 마라냥과 서동현 등 공격수들을 앞세워 다득점을 올리면 확실한 골잡이가 없는 포항을 잡을 것이라 예상했으나 외려 난타전에서 당했다. 맞불을 예상했던 황선홍 감독의 대응책은 현명했고, 고무열 노병준 박성호 조찬호 등 공격수 4명이 4골을 터뜨리는 확실한 결정력으로 절실했던 제주를 제압했다. 최근 정규리그 4경기에서 1승3패에 그쳤을 만큼 분위기가 떨어진 포항이었으나, 그들은 쉽게 쓰러지지 않는 강함을 갖췄다.
전북 역시 어려웠던 부산 원정이다. 상위 스플릿에 막차로 턱걸이한 부산에게도 FA컵은 현실적으로 우승할 수 있는 유일한 대회였다. 1위와 승점 10점 이상 벌어진 정규리그 순위를 뒤집고 정상에 오르기란 쉽지 않은 시나리오다. 부산의 주장 박용호가 팀의 1차 목표였던 상위 스플릿 진출은 달성했다. 다음 목표는 FA컵 우승이다. 이것을 이루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던 각오는, ‘FA컵에 올인한다는 다른 말이었다.
그런 부산을 상대하는 전북의 페이스는 주춤한 상태였다. 지난 8일 포항에게 홈에서 0-3으로 패했던 전북은 11일 인천 원정에서도 1-1 무승부에 그쳤다. 최근 정규리그 4경기의 전적은 1승2무1패. 이전까지 8경기에서의 6승2무 무패가도에 비하면 저조한 성적이었다. 이 흐름에서 떠난 부산 원정은 꽤나 부담스러웠다. 정상멤버를 풀가동할 수도 없었다.
공격의 핵 이동국과 이승기가 부상으로 빠진 상황이었다. 누수가 컸다. 하지만 최강희 감독은 베테랑 김상식을 비롯해 이규로 김신영 서상민 등 그간 출전기회가 많지 않았던 멤버들을 적절하게 섞으면서 부산의 간절함을 쓰러뜨렸다. 교체로 들어간 이규로와 서상민이 결승골과 쐐기골을 터뜨렸으니 용병술의 승리였다.
포항과 전북 모두 강호다움을 입증했던 한판이었다. 지난해 FA컵 우승팀이자 올 시즌 정규리그 1위를 달리고 있는 포항이나, 2011년 우승, 2012년 준우승 등 꾸준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전북 모두 밖에서 ‘위기라고 규정하는 암초를 해쳐나갈 수 있는 내공을 갖췄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어떤 선수가 나서도 제몫을 한다는 점도 설명에 힘을 더한다.
이명주가 대표팀에 차출됐을 때 중원을 지킨 김태수나 신진호가 카타르로 임대되고 황진성이 부상으로 빠졌을 때 등장한 신예 김승대 등 백업들이 주전 못지않은 힘을 발휘했다. 전북 역시 다르지 않다. 이동국이 없어도 케빈이 중심이 된 공격력은 역시 ‘닥공이었고, 이승기가 빠졌으나 중원의 힘은 떨어지지 않았다. 결코 ‘잇몸 수준이 아니었다.
강호의 가장 큰 미덕은 ‘꾸준함이다. 반짝 잘할 수는 있어도 한결 같기는 어렵다. 그것이 가능해야 ‘강하다는 수식이 가능하다. 전북과 포항은 ‘강하다는 표현이 껄끄럽지 않다. 절실한 팀을 제압하며 FA컵 결승에 오르는 과정에서 그 힘을 증명했다. 그것이 ‘저력이다. 속에 간직된 든든한 힘은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lastuncl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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