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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조정석 “‘이승기 옆 걔’였는데 이젠 이름 불러주죠”
입력 2013-09-14 10:31 
뮤지컬에서는 유명했지만, 영화계에서 그의 이름이 알려지게 된 건 얼마 되지 않는다. 영화 ‘건축학개론의 납득이, 400만 명의 관객에게 웃음 보따리를 안겼던 배우 조정석(33) 얘기다. 정말 영화를 하고 싶었다”며 보폭을 넓힌 그는 이제 잇따라 러브콜을 받는 블루칩이 됐다.
첫 사극 도전 영화 ‘관상(감독 한재림)에서 그는, ‘건축학개론 속 그의 유행어를 빌리자면, 관객의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만든다. 맛깔스럽게 송강호와 콤비를 이루며 재미를 준다. 웃음만이 아니라 눈물도 흘리게 만든다. 조정석이 뿜어내는 페이소스는 선배 이정재가 부럽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다. 최고다 조정석이다.
‘관상은 얼굴을 통해 앞날을 내다보는 천재 관상가가 조선의 운명을 바꾸려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송강호, 이정재, 김혜수, 이종석 등 스타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조정석은 이 배우들과 함께해 무척이나 즐겁다. (송)강호 선배님이 체코에서 ‘설국열차를 끝내고 오셨을 때 의상 피팅하러 가 처음 만났어요. 가는 길에 매니저에게 ‘형, 나 떨린다. 과연 어떤 분일까?라고 얘기했던 게 기억나요. 아니나 다를까요? ‘어, 네가 정석이냐. 작품 잘 봤다고 하시는데 카리스마 있으시더라고요. 그런데 옆자리에 앉아서 이런저런 얘기하는데 정말 편하게 해주셨죠. 친해지니 촬영 때 편했어요.”(웃음)
그래서일까? 두 사람의 호흡은 찰떡궁합보다 더한 표현을 찾아야 할 정도다. 한양 기생집으로 올라와 술 먹고 각기 춤을 추는 조정석과 송강호의 어우러짐이 유쾌하다. 조정석은 감독님이 기방에서 놀 때 춤을 추자고 했다”며 혼자 구석에 가서 연습하고 있는데 송강호 선배가 ‘그거 괜찮다고 해서 사용이 됐다. 감독님이 제안했고, 내가 아이디어를 냈으며 송강호 선배가 실행하도록 했다”고 웃었다. 편해지니 애드리브도 터져 나왔다. 그가 대사할 때 폭소를 터트릴 수밖에 없다.

조정석은 과거 재미있게 봤던 드라마 ‘모래시계의 이정재도 이번에 함께했고, 시대의 섹시 아이콘 김혜수와도 호흡을 맞췄다. 생각만 해도 날아갈 듯하다. 사실 김혜수와는 안면이 있다. 지난 2005년 김혜수의 동생 김동현과 뮤지컬 무대에서 ‘그리스 공연을 했고, 그 인연으로 김혜수 남매와 친해졌다. 조정석의 성격을 알아본 김혜수는 이듬해 오디션을 추천했고, 비록 떨어지긴 했지만 계속해서 연을 이어왔다.
조정석은 김혜수의 팬임을 자랑스레 드러냈다. 늘 한결같이 멋지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아요. 간식도 싸와 나눠주기도 하시고, 정말 따뜻하시죠. 몸에 좋은 음식 정보들을 어디서 보면 카톡으로 복사해서 보내주세요. ‘관상에서도 기술 시사를 보는데 전 기생 연홍이 최고로 보였어요. 감독님께도 그렇게 얘기했죠. 길잡이 역할을 정말 잘 해주셨어요.”
조정석은 계유정난이라는 큰 사건에 휩싸인 한 가족의 비극에 대해 정말 잘 표현한 것 같다”며 계속 볼수록 더 괜찮은 영화 같다”고 말했다. 자신이 출연한 영화니 당연한 칭찬 아닐까? 기자의 반응이 마뜩잖은지 그는 상품을 팔 때 내가 봐도 아닌데 좋다고 할 수 없지 않나. 립서비스를 할 바에는 말을 하지 않는다”며 기술 시사회, 언론시사회, VIP시사회를 봤는데 세 번째가 가장 좋았다. 내가 직접 경험한 점을 전달하고 싶고, 그 기분을 관객들이 느껴봤으면 좋겠다”고 추천했다.
조정석을 언급하면 어쩔 수 없이 따라붙는 납득이라는 단어. 그는 이 꼬리표를 싫어하지 않는다. 납득이가 어찌나 강했는지 혹자는 ‘관상 속 팽헌 캐릭터가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시대로 간 납득이라며 비판적으로 본다. 다를 게 없다는 지적이다.
조정석은 납득이는 항상 짊어지고 가야 할 캐릭터”라고 했다. 일부 지적에 서운함이나 섭섭함보다 고맙다는 마음이 더 크다. 자신이라는 존재를 알게 만든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그는 납득이가 원맨쇼를 했다면, 팽헌은 내경과 앙상블을 이루는 모습이 가장 다르다”고 짚었다.
또 자신 있게 응대한다. ‘건축학개론은 처음이라서 긴장을 많이 했어요. 촬영 때는 200% 자신 있게 연기했는데 집에 와서 ‘이게 맞나?라는 고민을 많이 했죠. 개봉하고 보니 ‘열심히 한 게 보람 있었구나하는 만족감이 컸다면, ‘관상은 내가 행복하고 즐겁게 찍었으니 결과가 어떻든 상관없어요. 물론 흥행이 잘되면 좋겠지만 지금도 만족해요. 가장 행복한 작품이 뭐냐고 묻는다면 뮤지컬이나 드라마 등을 통틀어 전작들에 미안하기는 한데 ‘관상이에요. 서울에서 다른 일로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관상 촬영하러 지방으로 떠날 때는 행복한 나를 발견했어요. 그만큼 좋았죠.”(웃음)
좋은 배우와 함께 연기한다는 게 좋다는 조정석. 차기작도 기대되는 눈치다. 배우 현빈과 영화 ‘역린에서 호흡을 맞추는 그는 살수 역할로 또 한번 사극에 도전한다. 늘 변화무쌍한 마음을 갖고 또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지 않을까 해요.”
공연 무대를 그리워한다는 그는 부러 시간이 나도 공연을 보지 않는다고 했다. 공연을 보면 피가 끓고, 무대에 서고 싶기 때문”이다. 그는 무대를 떠나 드라마나 영화에서 활동하는데 아직은 좀 더 확실한 눈도장이 필요한 것 같다”며 이후 내년 정도 정말 좋은 작품을 만나면 무대에 꼭 서고 싶다”고 바랐다. 무대 위 조정석을 좋아하던 팬들이 자신의 아이템을 다른 이들에게 빼앗긴 것 같은 서운함을 토로하기도 한다는데,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말라고 다독였다고 한다. 무대 위 조정석을 좋아하던 팬들도 조금만 더 참으면 예전 모습 그대로의 폭발력을 다시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드라마와 영화계로 넘어오며 어딜 갔을 때는 ‘건축학개론 때문에 납득이라고 했고, ‘더 킹 투하츠 때문에는 ‘이승기 옆에 걔라는 소리를 들었죠. 하지만 지금 밖에 나가면 ‘조정석이라고 이름을 얘기해줘요. 아, 정말 기분 좋아요. 흐뭇하죠.” (웃음)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유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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