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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리뷰]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 더 잔혹하고 아름답게 돌아오다
입력 2013-09-13 10:31 
[MBN스타 금빛나 기자] 오른손엔 가방을, 그리고 왼손에 든 우산으로 동풍을 타고 날아온 보모가 있다. 엄마가 필요했던 아이들의 엄마가 되어주며, 행복해지는 주문을 외워주었던 그녀의 이름은 ‘메리 포핀스.
신비한 마법으로 아이들을 신나는 모험의 세계로 빠져들게 했던 영화 속 마법사 유모 ‘메리 포핀스가 뮤지컬로 돌아왔다.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를 암시하는 ‘블랙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고서 말이다.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는 대저택 화재사건으로 얽힌 네 남제와 그들의 보모 이야기를 담은 심리추리스릴러다. 암전된 무대 위, ‘블랙메리포핀스 스릴러라는 장르를 알리 듯 어딘가 구슬픈 멜로디와 함께 하얀 커튼 뒤 메리와 네 남매 한스와 헤르만, 안나, 요나스가 벌이는 그림자극이 관객들은 아름답지만 슬픈 잔흑동화의 세계로 인도한다.
배경은 1926년대 나치 정권하에 독일. 저명한 심리학자 그라첸 박사의 대저택에 원인모를 화재사건이 일어난다. 저택의 보모 메리가 4명 아이를 극적으로 구출했다는 사실 외에는 아무런 증거도 없으며, 유일한 증인인 아이들마저 겁에 질린 듯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결국 사건은 한 젊은 보모의 헌신으로 사람들의 뇌리 속에 사라지는 듯 했으나, 12년 후 한 젊은 변호사에 의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다. 젊은 변호사는 바로 구출된 네 아이들 중 장남 한스. 한스로 인해 각기 다른 집으로 입양 됐던 아이들은 한 자리에 모이고, 기억의 조각을 맞춰나가면서 숨겨졌던 진실에 점차 접근하게 된다.
사진=아시아브릿지컨텐츠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관객들과 만나게 된 ‘블랙메리포핀스는 이미 제18회 한국뮤지컬대상에서 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을 뿐 아니라, 올해 창작뮤지컬지원사업작품에 선정되는 등 대내외적으로 그 작품성과 흥행성을 인정받았던 작품이다.
대학로 아트원씨어터를 떠나 조금 더 커진 동국대 이해랑극장 무대에 오른 ‘블랙메리포핀스는 관객과 멀어진 거리로 인해 발생한 빈자리를 채우고자 초연 당시 두 개의 피아노 선율로만 최소화했던 넘버에 스트링과 퍼커션, 기타, 베이스 등 다른 악기들을 사용하여 초연과 차별화를 꾀했다. 음악적인 이미지를 유지할 수 있는 부분은 그대로 살리면서 감정적 표현이 필요한 부분들은 템포의 변화와 악기가 쌓이는 방법 등을 다양하게 시도하여 드라마적인 상황에 맞게 다양한 변화를 시도한 것이다. 귀에 쏙쏙 들어오는 가사와 대사에서 노래로 연결되는 이음새가 자연스럽다는 것도 강점으로 작용한다.
등장인물 중 눈길을 끄는 캐릭터 하나를 꼽자면 바로 극을 이끌어 나가는 한스일 것이다. 이에 서윤미 연출가는 ‘블랙메리포핀스는 한스의 기억 속에 들어가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러다보니 한스라는 캐릭터가 하나로 정형화되기를 보다 다양한 해석을 보여주기 원했다. 이경수의 경우 강인하고 냉철한 한스를, 김재범은 내면에 고독과 날카로움을 지닌 알코올중독자 한스를, 박한근의 경우 겉으로 유약해보이지만 안으로 봤을 때는 강인한 한스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이들 배우들을 살펴보면 대사도 다르고 동선도 다르다. 비교해 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라며 ‘한스라는 인물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사진=아시아브릿지컨텐츠
초연과 미묘하게 달라진 안무 역시 볼거리 중 하나다. 잡다한 움직임을 최소화 한 ‘블랙메리포핀스의 안무는 작품이 갖는 그로테스크한 매력을 극대화하며 초연 당시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겨준 바 있다. 이 같은 안무는 재연에서 더욱 상징적이고 미니멀하게 변화됐다. 편곡된 음악과 함께 어우러지는 이같은 안무들은 시선과 움직임이라는 배우들의 비언어적인 행위를 부각하도록 도와주며 감정전달에 일조하는 역할을 했다.
한층 성숙해진 모습으로 연일 호평세례를 받고 있는 ‘블랙메리포핀스이지만 만약 이 작품을 통해 소름끼치는 스릴러나, 치밀한 추리극을 기대했다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다. 작품의 주제가 범인이 누구냐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면 의미가 없어지는 극이 된다. 이는 ‘누가가 아니라 ‘왜에 초점을 맞추고 작업을 진행해 나갔기 때문”이라는 서 연출가의 말처럼 범인을 찾아가는 자체는 뻔하게 흘러가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는 내달 27일까지 동국대학교 이해랑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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