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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전] ‘고민 끝’ 구자철에겐 ‘전방’이 더 어울렸다
입력 2013-09-10 21:43  | 수정 2013-09-10 22:01
[매경닷컴 MK스포츠(전주) 이상철 기자] 최상의 중원 조합을 위해 꺼낸 구자철(24·볼프스부르크)의 후방 배치 카드는 결과적으로 큰 소득이 없었다.
구자철은 1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크로아티아와 평가전에서 전반 45분 동안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었지만,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포지션이 겹치는 김보경(24·카디프 시티)과 공존 문제를 고민하던 홍명보(44) 감독은 구자철을 전방이 아닌 후방으로 이동시켰다. 박종우(24·부산)과 더블 볼란치를 세운 것.
K리그 클래식에서 활동할 당시, 수비형 미드필더로 주로 뛰었던 터라 낯선 포지션은 아니었다. 그러나 A대표팀에선 참 오랜만이었다. 그는 전임 최강희(55) 감독은 물론 홍명보 감독의 올림픽대표 시절에도 공격적인 역할을 맡았다.

홍명보 감독은 구자철(사진)의 위치를 놓고 전,후반 각각 수비형 미드필더와 최전방 공격수로 뛰게 했다. 그러나 수비형 미드필더로서는 합격점을 받기 어려웠다. 사진(전주)=옥영화 기자
전체적으로 크로아티아의 빠른 패스와 침투에 한국이 고전하기는 했지만, 구자철은 중원에서 ‘조타수로서 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후방에서 공격의 활로를 열어주지 못했다. 전반 몇 차례 없던 한국의 공격에서 구자철의 기여도는 그리 높지 않았다. 되려 박종우와의 밸런스가 무너졌고, 이에 중원 싸움에서 밀리기도 했다.
또한, 안정감도 딱히 있지는 않았다. 전반 5분 후방에서 볼을 끌다가 빼앗기며 위기를 초래하기도 했다. 칼리니치(드니프로)의 슈팅이 크로스바를 살짝 넘겼기에 다행이지, 실점의 빌미를 제공할 뻔 했다.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본 김대길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은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미드필더의 밸런스가 흔들렸다. 홍명보 감독이 구자철의 위치에 대해 좀 더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 기성용(24·스완지 시티)이 돌아오면 전방으로 가는 게 낫다. 또한 꼭 타겟형 원톱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구자철을 공격수로 기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라고 평했다.
수비형 미드필더에서 제 기량을 마음껏 발휘하지 못했던 구자철은 결국 후반 시작과 함께 최전방으로 이동했다. 홍명보 감독은 조동건(27·수원)을 제외시키면서 한국영(23·쇼난 벨마레)을 교체 투입시킨 것.
‘구자철 시프트의 전방 이동은 효과를 봤다. 구자철의 플레이는 한결 살아났다. 김보경, 손흥민(21·레버쿠젠), 이청용(25·볼튼)과의 유기적인 호흡을 펼쳤다. 후반 초반 크로아티아의 수비를 위협하는 장면이 몇 차례 나왔다.
구자철은 후반 32분 이근호(28·상주)와 교체 아웃되며, 이날 할 일을 다 했다. 1번의 경기로 모든 걸 판단할 수는 없지만, 확실히 구자철은 후방보다 전방에 있는 게 더욱 좋았다. 홍명보 감독으로선 고민을 풀 실마리를 찾았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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