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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관상’ 이정재 “분량 아쉬워? 전혀 상관없다”
입력 2013-09-10 14:10 
영화 절반이 지나야 나오니 첫 등장에 힘을 많이 줬죠. 어떤 다른 중요한 인물이 등장하면 영화가 한 번 변화되니까요. 수양대군이 이런 사람이라는 걸 한 번에 보여주는 것이니 고민이 많이 됐어요. 감독님이 공들여 잘 찍어줘서 좋죠.”(웃음)
본인도 꽤 놀란 눈치다. 영화의 반이 지나야 등장하기 때문이다. 영화 ‘관상으로 돌아온 배우 이정재(40) 얘기다. 얼굴을 통해 앞날을 내다보는 천재 관상가 내경(송강호)이 조선의 운명을 바꾸려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에서 이정재는 반정의 중심이 되는 수양대군을 연기했다.
출연 결정을 하는 건 고민이었다. 제의를 받고 1주일 정도 생각했다. ‘수양대군을 연기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고민. 일단 위압적인 목소리 톤을 생각했고, 눈빛과 행동도 변화시켰다. 기분 나쁠 정도는 아니지만 귀에 거슬리는 웃음이면 좋겠다”며 웃음소리도 연구했다. 얼굴 흉터는 기본이었다. 그가 생각하는 수양대군은 오롯이 스크린에 담겼다.
극 중 ‘역모의 상으로 나오는데 왠지 기분 나쁘지는 않았을지 우문을 던지니 현답이 돌아온다. 제 모습이 아니라 극 중 수양대군이니까요”라고 웃는다. 전 당연히 제 역할이 악역이라고 생각 안 했죠. 김종서(백윤식)가 나쁜 놈이라고, 내 조카를 자기 마음대로 하려는 사람으로 생각했어요.”
이정재의 캐릭터 연구와 본인이 연기할 캐릭터를 향한 애정에 한재림 감독도 만족했다. 한 감독은 이정재가 출연한 ‘하녀에서 부잣집 남자인데 품격 떨어지는 행동을 하는 주인공을 보고 수양대군을 맡기면 좋겠다는 판단이었다. 이정재는 한 감독이 원하는 이상을 표했다.
이정재는 권력을 누려 보니 어떠했느냐고 하니 그런 건 없더라. 컷 소리가 나면 그 권련은 금세 없어졌다. 빨리 찍고 집에 가고 싶었다”고 웃겼다.

그동안 활동이 드물었는데 지난해부터 다양한 장르의 영화 출연이 잦아졌다. 어떤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 작전상 그렇게 된 건 아니에요(웃음). 해볼 만한 시나리오가 들어와서 재미있었죠. 그런데 또 그건 운이에요. 10년 전에는 영화 시장이 외부에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전체적으로 경기가 안 좋다 하면 투자가 안 됐죠. 돈이 넘쳐나야지 ‘남는 돈을 자투리로 활용해볼까?였는데 지금은 안 그래요. 상황이 무척 좋아진 것 같아요. 제작자, 연기자, 스태프 모두에게 좋은 것 같아요. 다행이죠.”
이정재는 또 영화 편수가 많이 는 것과 비례해 좋은 시나리오가 많아졌다”며 예전에 제작 영화가 100편이었으면 좋은 작품은 10편도 안 됐다. 좀 더 기다리면 좋은 작품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많았는데, 이제는 100편 중 40편 정도는 훌륭한 시나리오더라. 많은 기회가 생겨 연기자나 스태프한테 좋은 것 같다”고 즐거워했다.
이번 영화도 만족스럽다. 시나리오가 좋았는데 그만큼 영상으로도 잘 표현된 것 같아요. 관상가를 통해 한 사람의 커다란 폭풍을 잘 그렸어요. 감동적이었죠. 물론 강호 형은 원래 잘하는 배우고, 조정석은 또 페이소스가 있는 사람이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정말 재미있었죠.”
이정재의 팬들은 혹여 ‘관상을 보고 아쉬운 마음이 들지도 모른다. ‘도둑들에 이어 ‘신세계, ‘관상까지 멀티 캐스팅이기 때문에 그의 얼굴을 보는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연기자로서 본인도 아쉬울 것만 같다.
이정재는 그건 전혀 상관없는 것 같다. 2시간이라는 상영시간을 한 사람이 20분이 됐든, 30분이 됐든 나눠 그 안에서 확실한 자신의 모습만 보여주면 되는 것 같다”며 연기자들은 좋은 배우들과 함께 연기해보고 싶은 욕망, 욕구가 있다”고 말했다. 또 멀티 캐스팅은 추세인 것 같다”며 큰 예산이 드는 영화 제작자들은 큰 영화가 손실이 적다고 하더라. 1, 2주 안에 관객몰이하려면 캐스팅이 좋아야 하고, 그 이후 영화가 재미있으면 더 흥행이 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정재는 또 공교롭게도 절친한 친구 정우성과도 비교되게 생겼다. 같은 영화에 출연한 건 아니지만 정우성이 최근 영화 ‘감시자들을 통해 멋지게 악역 제임스를 소화했으니, 악역으로 나오는 이정재를 향한 기대감이 클 수도 있다. 이정재는 서로 다른 영화니 비교하는 건 맞지 않는다고 손사래 쳤다.
다만 정우성이 ‘감시자들 촬영만 하고 오면 무척이나 좋아하더라. 자기 캐릭터가 좋다고 했는데 시사회 때 가서 보니 진짜 멋있게 잘 나왔더라. 최고였다”고 칭찬했다. 물론 자신이 출연한 ‘관상의 흥행도 바랐다. ‘도둑들로 1302만, ‘신세계로 486만 관객을 동원한 적이 있으나, 여전히 이정재는 흥행에 굶주려 보였다.
스타 배우들이 많은 현장에서 이정재가 중간급 위치이니 왠지 군기반장이었을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했다. 그는 권위주의를 무척이나 싫어한다”고 강조했다.
요즘은 후배들에게 잘 보여야 해요(웃음). 과거에는 이상한 분위기 만드는 사람이 많았죠. 권위주의에 빠진 분들이요. 가만히 있으면서 대접을 받으려고 하는데, 정말 그런 분들은 불편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그런 것을 많이 겪어서 거리를 두는 것일 수도 있어요. 감독과 연기자와의 관계, 선배와 후배와의 관계라는 것 등에 있어서 나이 한, 두 살 많다고 해서 ‘내가 너보다 더 대접받아야 해!라는 생각은 개인적으로 정말 싫어요. 지금에서야 하는 말이지만 ‘하녀 때도 권위주의에 빠진 남자주인공은 싫고 불편한데 연기했죠. 사실 힘들었어요. 하하하.”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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