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재미동포 여성 恨 풀린다…성폭행후 살해범 '사형' 예정
입력 2013-09-10 09:58 
34년 전 미국 땅에서 무참하게 살해된 한인 여성이 저승에서 한을 풀게 됐습니다.

 오클라호마주 법무부는 1979년 김모(당시 24세)씨를 납치, 성폭행하고 총으로 쏴 살해한 앤서니 뱅크스(61)의 사형을 예정대로 10일(현지시간) 오후 6시 집행한다고 9일 발표했습니다.

 주한 미국 공군 병사와 결혼하고 오클라호마주 털사로 건너온 김씨가 이역만리에서 참혹한 죽음을 당한 것은 79년 6월이었습니다.

 그는 퇴근한 남편이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사이 자택인 아파트 앞 주차장으로 나갔다가 사라졌고, 다음 날 아침 인근 도로 옆 배수로에서 상의가 찢기고 속옷이 벗겨진 채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습니다.


 두부는 총상을 입었고 얼굴은 멍투성이였습니다. 시신에서는 용의자의 것으로 보이는 체액이 검출됐습니다.

 이후 수사는 원점을 맴돌다 몇 달 후 강도 혐의로 쫓기던 뱅크스의 자수로 활기를 띠게 됐습니다.

 그는 경찰에 선처를 조건으로 김씨를 아파트 주차장에서 납치해 죽인 범인이 자신의 친구인 앨런 넬슨이라고 진술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두 피의자의 진술이 엇갈리는 데다 증거도 불충분하다며 살인 혐의를 기각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유전자 감식기술이 발달하지 않은 때였습니다.

 김씨 피살 사건은 영구미제로 남는 듯했지만 경찰은 진범 추적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1997년 정식 재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DNA 분석을 통해 18년동안 보관해온 체액이 뱅크스의 것으로 밝혀내고, 그를 살인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2년 후 오클라호마주 법원은 또 다른 살인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뱅크스에게 사형을 선고했습니다. 사건 발생 20년 만이었습니다.

 뱅크스는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가족을 상대로 검사가 불리한 진술을 유도했다고 주장하며 연방법원에 재심을 청구하는 등 목숨을 보전하려고 온갖 법적 수단을 동원했지만 연방 대법원은 지난 5월 심사 없이 기각하고 사형을 확정했습니다.

 진범을 법의 심판대에 세우려는 미국 경찰의 투철한 사명감과 증거 보전 노력이있었기에 김씨의 억울한 원혼이 안식을 찾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뱅크스의 사형집행은 체내 독극물 주입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KRMG 라디오 등 현지 언론은 뱅크스가 오클라호마주에서 올해 들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는 네 번째 사형수라고 전했습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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