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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경엽 감독, `4강행` 앞두고 무서워졌다
입력 2013-09-05 07:22 
[매경닷컴 MK스포츠 표권향 기자] 염경엽 넥센 히어로즈 감독이 단단히 화가 났다. 평소 '착한 형님' 카리스마를 가진 염경엽 감독이지만, 이날만큼은 단호했다.
넥센은 4일 목동구장에서 5위 롯데 자이언츠와 만났다. 시즌 내내 라이벌 관계는 아니었지만,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가을야구를 향한 양 팀의 치열한 혈투가 벌어졌다.
염경엽 감독은 4일 목동 롯데전에서 나온 오심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사진(목동)=김재현 기자
이날 넥센 선발 오재영은 5이닝 4피안타 2볼넷 6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시즌 2승째를 바라보며 6회부터 구원 투수들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그러나 마정길-강윤구-한현희 등 믿었던 카드들이 흔들리면서 3-0에서 3-2로 쫓겼다.
그러던 중 오심까지 나왔다. 3-2로 앞선 8회말 2사 2루에서 대타자 오윤의 타구가 우익선상 안쪽에서 2루수 정훈의 글러브에 들어갔다. 그러나 몸을 날려 높게 캐치하던 중 정훈의 몸은 파울라인 밖으로 떨어졌고 잡았던 공도 놓쳤다. 이 과정에서 추평호 1루심이 파울로 선언한 것.

이날 생방송으로 중계를 담당했던 SBS ESPN은 느린 화면으로 이 장면을 여러 번 확인했다. 오윤의 타구는 정훈이 페어지역에서 포구를 했기 때문에 명백한 안타였다. 염경엽 감독은 더그아웃을 박차고 나와 1루심에게 걸어가 판정에 대해 항의했다.
넥센은 지난 6월 15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도 오심이 나왔다. 0-0이던 5회말 2사 만루에서 박용택의 땅볼 타구에 2루로 달리던 1루 주자 오지환의 손이 베이스에 닿기 전에 박근영 2루심이 세이프를 외쳤다. 선발 브랜든 나이트는 흥분했고 팀 동료들이 그를 다독였다. 그러나 경기 흐름은 완전히 망가져 결국 0-9로 패했다.
염경엽 감독은 4일 목동 롯데전에서 나온 오심이 번복되지 않자 2루 주자 강정호를 제외한 심재학 최만호 주루코치와 타자 주자 오윤을 더그아웃으로 불러들였다. 사진(목동)=김재현 기자
자칫 선수단의 사기가 떨어질 수도 있는 상황. 염경엽 감독이 앞장 선 것이다. 염경엽 감독이 강력히 항의했으나 결과는 번복되지 않았다. 그러자 염경엽 감독은 그라운드에 2루 주자 강정호만 남겨둔 채 심재학 최만호 주루코치와 타자주자 오윤을 더그아웃으로 불러들였다. 인정할 수 없는 판정에 대한 무언의 시위였다.
6분 뒤 경기가 재개됐다. 타석에 나선 오윤은 중전안타를 때려 2루 주자 강정호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이어 허도환이 볼넷-서건창이 좌전 적시타로 득점을 추가했다. 9회 마운드를 지킨 손승락은 삼자범퇴로 경기를 종료시켰다.
이날 염경엽 감독의 강경한 대응은 선수단의 단합을 불러일으켰다. 오심으로 인한 아픈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선수들 역시 감독의 뜻을 따랐다. 선수단은 이전과 달리 끝까지 차분한 정신력으로 집중해 5-2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전날 패배를 설욕한 넥센은 58승2무48패로 5위 롯데를 3.5경기 차로 밀어냈고, 3위 두산 베어스를 2경기 차로 추격에 나섰다.
[gioia@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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