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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의 자랑인 ‘날개’들이 돌아왔다
입력 2013-09-04 09:13  | 수정 2013-09-04 09:19
[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오래도록 한국 축구의 비빌 언덕은 측면이었다. 상대적이기도 했고 절대적이기도 했다.
최전방에 무게감 넘치는 스트라이커가 부족했던 것, 그 아래서 전체적으로 공격의 물꼬를 열어줄 뚜렷한 공격형 MF가 없었다는 것과 맞물려 수준급 윙어들의 활약상은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중요한 공격루트이자 성패의 중요한 키워드였다.
한국축구의 오랜 자랑이던 ‘날개들이 다시 돌아온 느낌이다. 이청용 손흥민부터 윤일록 고요한 김보경 이근호까지, 자원들이 차고 넘친다. 사진= MK스포츠 DB
마냥 상대적 개념만도 아니다. 실제로 출중한 날개들이 시대를 수놓았다. 멀리 1970년대의 차범근 김진국을 시작으로 변병주 고정운 하석주 이상윤 서정원 등 빠른 주력과 날카로운 크로스를 겸비한 날개 자원들은 항상 대표팀에서 큰 몫을 차지했다.
세계무대로 도전하던 과정 속에도 날개들의 영향은 컸다. 2002월드컵 때 박지성-설기현, 2006월드컵 때 박지성-이천수, 2010남아공월드컵 때 박지성(염기훈)-이청용까지, 우리보다 강한 상대들을 뚫어내기 위해 가장 많이 의지했던 곳은 측면이었다.

하지만 지난 남아공월드컵 이후 브라질월드컵을 향하는 길목에서 공백기가 발생했다. 박지성과 이청용이 호흡을 맞췄던 2011년 아시안컵 이후 급격히 무게감이 떨어졌다. 오랜 버팀목이던 박지성은 은퇴했고 한창 싱싱할 것이라던 이청용은 예기치 않은 부상으로 쓰러졌다. 있었을 때는 잘 몰랐으나 없어보니 빈자리는 꽤나 컸다.
이들의 부재와 함께 바통을 이어줄 후발주자들의 성장세가 더뎠던 것도 영향을 미쳤다. 제2의 박지성이 되어줄 것이라던 김보경은 기복이 심했고, 손흥민과 남태희를 비롯한 차세대 날개로 분류됐던 이들은 기대만큼 치고 올라오지 못했다. 그랬던 것이 2012년 후반부, 2013년 초반까지 그랬다. 그때의 답답함을 생각하면 지금은 보기만 해도 든든한 수준이다.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이 가세한 홍명보호 3기 면면 중 가장 묵직한 느낌을 주는 곳은 측면이다. 아직 홍명보 감독이 선수들의 활용법을 결정한 것은 아니지만, 기존의 활동범위와 능력을 감안할 때 날개자원들에 가장 눈길이 간다.
역시 이청용과 손흥민이 도드라진다. 현재의 ‘에이스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은 이청용이고 현재의 ‘대세라는 수식어에서 하자 없는 손흥민이다. 박지성 시절부터 대표팀 오른쪽의 터줏대감이었던 이청용이고, 최전방에서도 활약이 가능하나 홍명보 감독은 측면공격수 출전을 염두하고 있는 손흥민이다. 적어도 현재의 무게감을 봤을 때는 흥민-청용 조합은 역대 대표팀의 날개들과 견줘도 손색없다.
이들에게 도전하는 날개들도 기량이 빠지지 않는다. FC서울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는 고요한과 윤일록은 이름값을 당당한 실력으로 극복하겠다는 자세다. 홍명보호 출항 후 치른 4경기에서 유일하게 골을 성공시켰던 윤일록, 가장 적극적이고 망설임 없는 플레이로 합격점을 받아낸 고요한은 충분히 경쟁력을 갖춘 날개들이다.
직접적인 윙어들 뿐 아니라 측면에서 뛸 수 있는 대체 날개들이 풍족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카디프시티에서 중앙미드필더로 나서고 있는 김보경은 앞서 언급했듯 박지성의 후계자로 점쳐졌던 날개 공격수고, 처진 공격수에 배치될 이근호나 원톱으로 나설 지동원이나 조동건 역시 모두 측면에서 뛸 수 있는 인물들이다.
요컨대 한국축구의 자랑이던 날개들이 다시 돌아온 느낌이다. 사실상 이들이 홍명보호 공격의 핵심이다. 이들이 막힌 실타래를 풀어줘야 한다. 날개들이 아직 첫 승을 신고하지 못한 홍명보호에 진짜 날개를 달아줘야 한다.
[lastuncl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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