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이산가족 상봉 수용한 북한, 핑퐁 게임 끝나나?
입력 2013-08-22 12:04  | 수정 2013-08-22 16:49
북한이 내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실무접촉을 수용했습니다.

장소도 금강산이 아니라 우리가 요구한 판문점을 받아들였습니다.

북한이 이렇게 순수히 우리 요구를 받아들이다니요?

다소 의외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북한은 그동안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을 연계하는 원칙을 고수했고, 우리는 분리대응이라는 원칙을 고수했습니다.

과거에도 우리가 분리 대응 원칙을 밝히자, 이산가족상봉을 아예 취소시킨 전례도 있습니다.

▶ 인터뷰 : 조선중앙TV / (8월19일)
- "개성공업지구 문제가 해결의 길에 들어선 오늘 금강산 관광도 재개되어야 하며 그것은 북남관계 개선에도 매우 유익한 것이다."

이랬던 북한이 돌연 과거 원칙을 깨고, 이산가족 상봉을 먼저 하자는 우리 측 요구를 받아들인 겁니다.

물론 금강산 관광에 대한 미련은 버리지 못했습니다.


다음 달 25일에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실무접촉을 하자는 우리 쪽 제안에 대해 '금강산 관광은 빨리 재개했으면 좋겠다.'라며 8월말~9월 초 날짜를 제시했습니다.

뭔가 속내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 여기서 통일대교에 나가 있는 오지예 기자 연결해 개성공단 소식, 그리고 이산가족 상봉 소식 들어보겠습니다.

<오지예 기자>
1. 먼저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실무접촉 제안을 전격 수용한 배경이 뭡니까?

- 현재 남북 분위기 깨고 싶지 않았을 것
-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해서는 이산가족 상봉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을 것


2. 그렇다면, 추석을 전후해 이산가족 상봉이 열릴 수 있겠군요.

- 현재 남쪽 이산가족 7만 5천 명 들뜬 기대.
- 대규모로 진행될 수 있을지 관심

3. 하지만, 북한은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욕심을 버린 건 아니죠?

- 8월말 9월초 개최 희망
- 금강산 관광 재개 접촉 남측이 거부하면 이산가족 상봉 무산될 가능성 있어

4. 개성공단 얘기를 해보죠. 오늘 우리 기업들이 다시 방북했죠?

오지예 기자의 말처럼, 북한이 내일 이산가족 실무접촉을 수용했다고 해서 이산가족 상봉이 순탄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너무 이릅니다.

북한이 제안한 이달말 또는 9월초 금강산 관광 실무접촉을 우리가 거절한다면 이산가족 상봉 역시 무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그 실무접촉 제안을 우리가 수용한다 하더라도, 실무접촉에서 금강산 관광재개 회담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면 역시 이산가족 상봉이 깨질 수도 있습니다.

아직 변수는 너무나 많은 셈입니다.

어쩌면 북한은 다시 공을 우리에게 넘긴 셈입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이 이 제안을 어떻게 할까요?

사실 박근혜 정부는 금강산 관광 재개에 소극적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어제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금강산 관광 사업 재개는 신변 안전 보장이 핵심이다. 복잡한 쟁점이나 조건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실타래 같은 문제들을 단번에 풀기보다는 점진적 단계적으로 풀어나가겠다."

금강산관광 재개문제를 논의는 하겠지만 그렇게 서두르지는 않겠다는 정부의 입장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입니다.

정부가 금강산 관광 문제에 대해 소극적인 것은 천안함 사건에 따른 5.24 조치를 금강산 관광 재개로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금강산 관광 대가가 북한 핵무기 사용에 흘러들어갈 수 있다는 점, 유엔 대북제재 위반이라는 점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금강산 관광 재개는 정부가 쉽게
수용하기 어렵습니다.

8월말 9월초 금강산 관광재개 회담을 수용한다 하더라도, 여기서 좋은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다는 뜻입니다.

그렇다고 아주 비관적인 것도 아닙니다.

이산가족 상봉 장소가 금강산으로 정해지고, 일회성이 아닌 정기적인 만남으로 이어진다며 자연스레 금강산 관광 재개 회담이 풀릴 수 있습니다.

오늘 북한 청소년 3명이 광주에서 열리는 국제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온 것처럼, 교류가 조금씩 늘어나면 금강산 관광도 의외로 쉽게 풀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남북관계 신뢰는 이제 비로소 첫발을 떼려 하고 있습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김희경 이민경 신민희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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