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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기자24시]손현주, 이런 선배 있으면 좋겠다
입력 2013-08-21 10:34 
얼마 전, 한 배우와 술자리에서 연극에서 활동하다 영화계에서도 활발히 활동하는 배우들의 이야기를 했다. 내로라하는 배우들”이고, 연기의 신이라는 평까지 듣는다”고 하자 이 배우는 연극 무대에는 그들보다 뛰어난 배우들이 많다. 경력이 오래된 분 중에서 그 사람들보다 연기 잘하는 분들이 엄청나게 많다. 특히 남명렬, 박지일 선배 같은 경우는 톱”이라고 했던 게 기억에 박혀 있었다.
이 배우의 말이 다시 떠오른 건 배우 손현주를 인터뷰하면서다. SBS 수목극 ‘황금의 제국 촬영으로 바쁘지만 짬을 내 영화 ‘숨바꼭질(감독 허정)의 홍보를 위해 언론을 만난 그는 영화와 관련해 열과 성을 다해 답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후배들을 향한 애정과 사랑이다.
최근 ‘연기의 신이라는 평가를 받는 손현주도 혹시 과거에 연기 못한다고 혼났는지 궁금해 물었는데, 손현주는 ‘손현주, 절대 안 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주위에서 들은 것도 아니고 직접 대놓고 앞에서 말한 적도 엄청 많았다”며 말문을 열었다. 비속어까지 써가며 면박을 줬단다. 하지만 그는 당신이 내가 안 된다고 해도 나는 내가 갈 길을 가는 것이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도 고마운 건 그런 사람들이 굳은살을 만들어 줬다는 것이다. 나는 그 고마움을 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손현주는 자신의 휴대전화에 연극배우들의 이름이 저장된 목록이 따로 있다고 말했다. 이유는 영화가 됐든, 드라마가 됐든 그 후배들을 제작사나 감독에게 추천하기 위해서다.

과거 3개 극단을 전전하다 1991년 KBS 공채탤런트 14기로 데뷔한 손현주는 지금도 대학로를 자주 가는데 연기 잘하는 진주와 같은 배우는 쓰임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야 시청자도 기분 좋고, 드라마나 영화의 질이 좋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소속사에서는 이렇게 말하면 엄청나게 싫어하겠죠. 하지만 감독이나 누가 됐든 이렇게 연기 잘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알리고 싶어요. 큰 부탁은 아니고 오디션 볼 수 있는 장을 마련해 달라는 것이죠. ‘숨바꼭질에도 그렇게 들어온 친구가 있어요. 이제는 선배들이 그런 걸 해줄 때라고 감히 말합니다. 연극 무대에 있는 친구들 중 매니지먼트도 모르고, 오디션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친구들이 많거든요. 우리가 그런 것을 해줘야죠.”
손현주는 과거에 이런 도움을 받은 적이 없다. (그런 선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내가 그렇게 행동한다. 그렇게 되면 서로 좋다. 연기 잘하는 배우들을 쓰면 제작사도 좋고, 배우도 좋고, 보는 이들도 좋다”고 소박하게 웃었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면 으레 도움을 준 배우, ‘숨바꼭질에 나온 배우가 누구냐는 질문이 나오기 마련. 하지만 그는 다음에 말씀 드리겠다”며 정중하게 그 배우들을 밝히길 꺼려했다. 나쁜 일도 아니고 좋은 일인데도 사람들에게 이상하게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손현주가 더 괜찮은 배우라고 생각된 지점이다.
손현주가 연기 데뷔 21년 만에 지난해 드라마 ‘추적자로 SBS 드라마대상을 받은 뒤 한 말이 기억난다. 세상에 이런 날도 온다. 우리 드라마가 관심이나 기대를 못 받았던 것은 사실이다. 촬영하는 내내 우리 드라마에는 없는 게 너무 많다는 얘기를 들었다. 아이돌이 없고 스타가 없어서 죽기 살기로 했다.”
그의 말마따나 영화 ‘숨바꼭질에도 아이돌과 스타가 없지만 관객들의 사랑을 받아 승승장구 중이다.
덧붙이자면 손현주는 한 신이 나오면 어떻고 두 신이 나오면 어떻나. 그건 상관없다. 나도 그럴 때가 있다”고 후배들에게 힘을 실었다. 무대에 서 앞을 향해 달려가는 후배들에게 손현주가 있다는 것이 힘이 될 것 같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호호호비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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