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급할수록 커지는 안익수의 굳은 외침, ‘그대로’
입력 2013-08-18 06:34 
[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조급해질 때가 됐으나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애초 세운 계획에 흔들림이 없어야한다고 했다. 그것이 비틀거림을 방지하는 길이라는 신조다. 적어도 선수들을 이끄는 자신은 그래야한다는 것이 안익수 성남 감독의 마음가짐이다.
안익수 감독은 1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과의 23라운드 원정경기를 앞두고 마음이 급해질 시기가 왔으나 선수들에게 특별히 주문하는 것은 없다. 오히려 더 말을 아끼고 있다”는 뜻을 전했다.
조급해질 수 있는 상황이지만 안익수 성남 감독은 특별히 다를 것 없는 ‘그대로를 외치고 있다. 목표도 그대로이고 목표를 향한 계획도 그대로다. 사진= MK스포츠 DB
‘급해질 시기라는 것은 곧 상하위리그 분기점이 다가오는 것을 의미한다. 9월1일 일제히 열리는 26라운드 결과를 끝으로 K리그 클래식은 상위리그와 하위리그로 갈린다. 이때부터는 전혀 다른 길이다. 상위 스플릿에서는 우승팀을 비롯해 ACL 진출팀(3위까지)을 가리고 하위 스플릿에서는 다음 시즌 K리그 챌린지로 떨어질 팀을 결정하게 된다.
상위리그에서 잔여 시즌을 소화하는 것과 하위리그에서 보내는 것은 천양지차다. 아무리 잘해도 8위가 최고성적이 되는 하위리그는 ‘동기부여라는 측면에서 힘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강등을 피하려는 몇몇 팀들이야 절실한 싸움을 펼치겠으나, 8위부터 10위 정도의 2~3팀은 그야말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애매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실상 순위표 하단에 있는 3~4개 팀을 제외하고는 26라운드가 1차 강등이라 봐도 무방하다.

그런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아는 팀이 성남이다. 지난 시즌 성남은 예상치 못한 갈지 자 걸음과 함께 하위리그로 떨어졌다. 통산 최다인 7회 우승에 빛나는 명가의 자존심이 크게 구겨졌다. 하위리그로 떨어진 자체만으로도 괴로웠으나 더 괴로운 것은 하위리그에서 할 것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는 주문으로는 한계가 있었고, 결국 성남은 그 최선에도 실패하면서 리그 12위로 2012시즌을 마쳤다. 신태용 감독은 성적부진의 책임을 지고 경질됐다.
때문에 커트라인 언저리에서 위태로운 행보를 벌이고 있는 지금, 성남은 마음이 급해질 수밖에 없다. 22라운드까지 성남의 순위는 9위(승점 30)였다. 7위 제주(승점 32)와는 승점 2점차에 불과하지만, 그 2점을 줄이지 못하면 지난해처럼 맥없는 후반기를 보내야한다. 조급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젠 매 경기 모든 것을 쏟아야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해 보이는 때다. 하지만 안 감독은, 달라진 것은 없고 달라져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안익수 감독은 지난 라운드 부산전(11일)을 끝내고 선수들에게 더 휴식을 줬다. 지난 수요일은 아예 쉬게 했다. 그런 뒤 모여서 오늘 경기를 준비했다”면서 이럴 때일수록 선수들의 긴장을 이완시켜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뜻을 전했다. 특별히 감독이 말하지 않아도 선수들 스스로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데, 그 자체만으로도 심적으로 체력적으로 힘든데 굳이 채근할 필요 없다는 이야기였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을 실천하는 것까진 아니더라도 세워놓은 로드맵은 지켜야한다는 소신이었다. 그는 내 지도를 받은 선수들은 잘 알 것이다. 시즌 중에 생긴 어떤 변수로 인해 시즌을 시작하면서 세운 중장기 계획이 변하는 일은 거의 없다”는 말로 자신의 철학을 전했다.
안 감독의 말대로 성남 선수들은 굳이 채찍질하지 않아도 충분히 집중하고 있었고 그 집중력은 17일 수원전 결과에서 잘 드러났다. 성남은 두 번의 리드를 빼앗기면서도 결국 2-2 무승부로 경기를 끝냈다. 전체적인 흐름은 수원이 경기를 잡는 분위기였다. 어려운 원정에서 소중한 승점 1점을 챙긴 성남이다.
경기 후 안익수 감독은 최선을 다해준 경기였다. 오늘 보여준 선수들의 모습이 남은 경기에 더 발전된 모습으로 나타나길 희망한다”고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낸 뒤 우리는 100% 상위리그에 진출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안 감독의 스타일을 감안한다면 이례적인 발언이다. 덧붙인 말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안익수 감독은 (상위리그 진출은)2013년 1월1일에 세웠던 목표다. 그것을 이루기 위해 선수들과 모든 스태프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 모두의 일념이기에 반드시 이뤄낼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결국 목표도 그대로고 그 목표를 향한 계획도 그대로라는 뜻이었다. 상하위리그 분기점까지 단 3경기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도 안익수 감독이 배에 힘을 주고 ‘그대로를 외치고 있는 힘이기도 하다.
[lastuncle@maekyung.com]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