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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건너 기성용과 싸우는 하대성-이명주
입력 2013-08-14 10:19 
[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미드필더 하대성과 이명주의 체력이 어느 정도 유지된다면, 수비진에 특별한 부상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교체카드는 공격 쪽을 위해 쓰고 싶다.”
페루와의 평가전을 하루 앞둔 13일 기자회견에서 나온 홍명보 감독의 말이다. 발언의 핵심은 6장의 교체카드를 주로 공격진 실험을 위해 활용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것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속내가 공개됐다. ‘미드필더들의 체력이 아니라 ‘하대성과 이명주라 콕 집은 대상이 나왔다. 어지간하면 특정선수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는 홍 감독의 스타일을 감안할 때, 이례적인 실수 혹은 이례적인 신뢰다.
하대성과 이명주 조합이 페루전에 출격할 예정이다. 홍명보 감독에게 좋은 눈도장을 받았다. 하지만, 결국 그들이 싸워야할 대상은 바다 건너 기성용이다. 사진= MK스포츠 DB
하대성과 이명주 콤비는 지난 동아시안컵 때 꽤 호평을 받았다. 호주와의 1차전과 일본과의 마지막 경기에서 둘은 짝을 이뤄 홍명보호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 침착하고 부드러운 경기조율이 돋보였던 하대성과 방대한 활동량과 거침없는 플레이로 짝을 이룬 이명주 조합은 안정적이었던 수비라인과 함께 좋은 점수를 받았다.
결국 포지션 경쟁자 박종우를 밀어내고 두 선수가 다시 신임을 받은 모양새가 됐다. 런던올림픽에 참가했던, 이른바 ‘홍명보의 아이들 중 하나인 박종우는 아예 페루전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다른 선수들의 실험을 위해 이미 기량이 확인된 박종우를 배제시킨 영향도 있겠으나, 어쨌든 페루전은 하대성-이명주 조합을 다시 가동하겠다는 의도가 보인다. 한국영은 만약을 위한 카드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
둘이 뛰는 위치는 홍명보 감독이 지향하는 축구에 있어 가장 중요한 포지션이라 의미가 더 크다. 홍 감독은 동아시안컵 당시 (내가 추구하는 축구의)기본적인 틀은 4명의 수비와 그 앞을 지키는 2명의 중앙 미드필더다. 전방 공격수들의 배치가 달라질 순 있어도 4명과 2명은 기본적으로 간다”는 말을 전한 적 있다. 결국 포백과 두 명의 볼란치는 홍명보 감독이 추구하는 밑그림에 가깝다.

홍명보호의 주된 전형은 4-2-3-1이다. 지난 런던올림픽에서도 그랬고 현재 A대표팀에서도 같은 그림 속에 선수들을 배치하고 있다. 이는 브라질월드컵에서도 유지될 공산이 높다. 홍 감독의 말마따나 전방의 형태가 달라질 순 있어도 ‘4와 ‘2라는 기본적인 골격은 변함이 없다. 하대성과 이명주는 지금 중요한 포지션에 도전하고 있는 셈이다.
좋은 눈도장을 받기는 했다. 하지만 하대성-이명주 조합의 가동은 한동안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페루전이 마지막 호흡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유럽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까닭이다. 결국 기성용 이야기다. 최근 큰 논란을 일으키긴 했으나 홍 감독이 그 사건으로 인해 기성용을 내친다고 생각하는 축구인은 없다.
만약 합류한다면, ‘2의 하나는 기성용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그렇다면 조합의 중심도 기성용이다. 기성용과 어울리는 ‘짝이 평가의 큰 기준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커버플레이에 능한 박종우가 런던올림픽에서 급부상했던 것이 그런 이유다. 다시 박종우가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상황에 따라 구자철이 2선으로 내려오는 것도 감안해야한다.
결국 하대성과 이명주가 궁극적으로 경쟁해야할 상대는 기성용과 기성용을 둘러싼 상황들이다. 홍명보 감독은 오는 9월부터 진행되는 평가전에는 유럽파를 소집한다고 공언했다. 곧바로 기성용이 합류하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하대성과 이명주에게 시간이 많지 않은 것은 사실로 보인다. 지금 하대성-이명주 조합의 상대는 페루의 미드필더들이 아니라 바다 건너에 있는 기성용이다. 경쟁력을 입증해야한다.
[lastuncl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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