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MBN 시사데이트] 김동현 통역관, '비밀접촉'했던 국제 외교 비사는?
입력 2013-08-09 21:06  | 수정 2013-08-09 21:07
▶ 우여곡절 끝에 남북회담이 성사되었습니다. 그러나 너무 톱니바퀴가 잘 맞아떨어져서인지 일각에선 남북의 사전 비밀접촉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28년 동안 미 국무부 통역관을 지내신 분이시죠. 김동현 고려대 교수 나와 계십니다. 안녕하세요.

▶ 북한이 다급하게 회담을 제안한 것이 아닌가, 겉으로 보기엔 그런데 어떻습니까?

-북한이 열흘 동안 기다리면서 나름대로 내부에서 강경파와 온건파 사이에 열띤 토론이 있었고 결국 하기로 결정했는데 그 과정을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6차 회담 끝나고 결렬이라는 선언은 하지 않았지만 박철수가 파국 직전, 결렬 선택이라는 선언을 할 때 우리는 남측이 없어도 개성공단을 우리끼리 운영할 수 있다, 위협이 아니라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북한에서 개성공단을 남한의 협력 없이 우리끼리 하겠다는 강경기류가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북한이 경제를 일으키기 위해선 개성공단이 필수적이고 금강산도 그렇고 그 밖의 남북 간 경협문제, 5.24 조치 해제 등등 김정은이 추진하고 있는 모든 경제 사업, 국제사회 투자를 상대로 한 사업을 할 수 없는 거죠. 그래서 결국 그렇게 되었는데 여기서 하나 재미있는 것은 지난 5일 날 조선중앙TV에서 김정은이 업적으로 선전하고 따라서 거기에 대한 관심을 지극히 표현했는데 바로 그 다음날 노동신문에서 남쪽의 성의가 없어서 파국 직면에 이른 것이라고 반대를 했습니다. 그렇다면 중앙통신하고 노동신문 사이가 어떤 관계냐. 노동신문은 당을 대표하는 것이기 때문에 항상 강경발언이 노동신문에서 더 많이 나옵니다. 노동신문에 나오는 내용들은 상부에서 최종으로 결정하기 전에 우리 입장은 이거다, 상부에 대한 건의 형식도 있었던 겁니다. 개성공단에 대한 운영은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 남쪽이 원했던 겁니다. 그런데 박철수가 그런 이야길 했습니다. 물론 그쪽에서 그전까지 전향적인 몇 가지 안 을 내놓은 가운데 남측에선 이것을 넣어달라고 요구했었다, 그런 말까지 했는데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인 겁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됐느냐. 북한의 협상 전략을 봐선 자기 입장에 따라서 변경한 적이 많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절대 안 된다, 원칙이다 하다가도 바꾼 사례가 여러 번 있는데요. 유엔의 동시 가입을 처음에는 절대 안 된다, 영구분단이라고 하다가 결국 동시가입에 응하게 되었고 거기에는 중국의 역할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94년에 우리가 제네바에서 북핵 협상을 하는데 그 과정에서 강석주가 이런 말을 합니다. ‘우리가 경수로 지원을 받는 협상을 하고 있는데 우리의 자주적인 인민 경제 원칙에는 맞지 않는 거다. 그리고 미국 측에서 남조선에서 자금을 끌어다가 대준다고 하는데 우리 북쪽에선 세 살 먹은 아이도 그것을 믿지 않는다. 남쪽이 우릴 도와준다는 게 말이 되느냐 그러다가 나중에 그것을 받아들이는데 뭐라고 받아들이느냐. ‘그 대신 미국이 책임지고 돈을 받아주면 받겠다. 그런 적도 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6자회담에 나갈 때도 우린 절대로 안 나간다, 4자 회담을 해보니까 처음에 2대2, 중국이 북한 편을 들 줄 알았는데 가보니까 3대 1이 되어버린 겁니다. 그러니까 우린 이런 형식이 회담이 싫다. 그러니까 다시는 이런 것을 안 한다. 그리고 당시 W 부시 대통령은 5대1의 형국을 머리에 두고 5대1로 북한을 압박한다는 기조가 있었습니다. 사실 미국에선 5자회담을 하자고 했던 겁니다. 그런데 북한이 하나 더 붙이자, 러시아를 끌고 들어와서 6자회담이 된 건데 그때 말도 걸작입니다. ‘우리는 진지한 협상을 한다면 회담의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다. 그렇게 바꾼 예가 여러 번 있습니다. MB 정부 기간에도 ‘그동안 남북 간에 있었던 모든 합의들은 무효다 ‘6자 회담에서 나온 것은 모두 무효다했다가 지금 6자 회담도 같이 가겠다고 이야기하고 있고. 또 남북 합의가 다 무효 되었다고 했다가도 지난번에 저쪽에서 회의를 제의했을 때 6.15 기념행사를 공동행사를 하자고 들고 나온다든가. 일단 그쪽에서 무효라고 한 번씩 했던 것들입니다. 그래서 북한은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서 자기 입장을 바꾸는데 북한을 지켜보는 사람은 보는 사람에 따라서 생각이 달라질 수밖에 없고 북한은 무엇을 한다하다가도 안하고 안한다고 했다가도 하고. 어떤 때는 가만히 있다가도 하고. 예를 들어서 천안함은 가만히 있다가 한 겁니다. 그런가 하면 연평도는 한다고 했다가 한 겁니다. 9.19가 이행되지 않은 것은 한다고 했다가 안 한 겁니다. 이런 여러 가지의 형태가 있는데 요. 북한에선 마치 옛날 영화제목처럼 천의 얼굴을 가진 사나이처럼 변모하는 양상을 보이는데 아주 조심스럽게 보지 않으면 혼돈이 됩니다. 이번에 모든 사람들이 막판에 저쪽에서 백기를 들고 나온 거 아니냐고 하는데 거기에는 다른 이야기가 있습니다. 협상의 양태 중에 하나인 벼랑 끝 전략과 협상술, 이것은 북한이 많이 사용하던 겁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마치 그것을 박근혜정부가 한 것처럼 결과적으로 되었습니다.


▶ 예전부터 보면 북한을 예측하기 힘든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에 보면 그 양태가 조금 더 심해진 것 같아요. 북한 내부에서 사정이 있는 걸까요?

-아마 이런 것이 있을 겁니다. 벌써 3대째 내려왔는데요. 우선 김정은이 협상스타일이 무엇인지 나타난 것이 없습니다. 중국의 국가 부주석인 리위안차오가 왔을 때 쫓아가서 무슨 말을 했다고 하는데 백화원에 의례 외국 귀빈이 오면 그 자리에서 회의를 하게 됩니다. 그래서 회의를 하러 간 것이지 숙소까지 달려간 것이 아니고. 그런 것을 보면 한국매체에서 다루는 것이 실제로 맞지 않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북한은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여러 가지 이유에서 이것을 해야 되겠다고 생각하고 하려고 했었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북한이 정말 알고 싶었던 것은 한국의 대북정책을 누가 주도하는 것이냐, 통일부 류길재 장관은 우리가 핫바지가 아니라고 하는데 그쪽에선 핫바지 아니냐고 보는 겁니다. 청와대 안보 실장이 하는 것이냐, 김장수 장관이 하는 것이냐, 국정원에서 하는 것이냐, 혼돈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 그쪽에서 내건 비밀채널이 있었습니다. 최근에.

▶ 북한에서 비밀 채널을 요구했다고요?

-요구한 거죠. 7월 27일에 소위 그들이 말하는 전승절 기념에 참석하고 왔던 나라로 돌아가는 사람을 통해서 그 사람이 서울에 와서 청와대에.. 이 사람이 원동연도 만나고 김양건도 만나고 다른 간부들도 만났는데 김양건이 사진에서 사라졌다, 이름이 없어졌다, 간 거 아니냐, 이런 얘기가 나왔었는데 이 사람이 가서 건재하고 있는 것을 보고 얘기도 하고 온 사람입니다.


▶ 그 분이 외국 분이겠군요?

-국적은 외국 사람입니다. 그 사람이 청와대에 아주 높은 사람을 만난 것 같진 않고 어쨌든 청와대 관계자를 만나서 ‘북측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가장 신임하는 사람, 반드시 높은 사람이 아니어도 괜찮으니까 보내면 우리도 평양에서 보내겠다, 베이징에서 만나자. 개성공단 하나의 문제가 아니고 전반적인 남북 현안 문제에 대해서 심도 있는 얘길 해보자는 제의를 했다는 겁니다.

▶ 북한이 비밀접촉을 하자고 전승절에 왔던 인사를 통해서 우리 측에 의사를 전한 거군요?

-그에 대한 답변으로 청와대에서 잘 한 것 같은데요. ‘우리는 비선을 통해서 북한과 접촉할 생각이 없다

▶ 청와대에서 거절한 거군요?

-그렇죠. 그 이유는 ‘이미 개성공단을 통해서 우리가 제의한 것도 있고 거기서 만나면 되는 거 아니냐. 이렇게 답변을 했다고 하는데 이것이 평양에 들어갔을 겁니다. 평양에 들어가서 이런 것을 다 검토해서 이 사람들이 고민 하다가 이쪽에서 보험금을 지불하겠다고 발표를 하니까 미리 준비해 놓았다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사람이 싸움하다 나중에 가서 지치면 강펀치가 아니더라도 조금만 건들어도 쓰러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보험금 지불 발표에 그런 효과가 있지 않았나. 벼랑 끝 전술이 항상 위험한 것은 아닌데 어쨌든 지금은 통용되었다고 봐야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따르는 위험이 또 하나 있습니다. 이제 7차 회담을 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부분이 하나 있는데 그것과 관련해서 가장 중요했던 사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입니다. 그때는 핵전쟁이 나는 겁니다. 당시 소련과 미국이 가지고 있던 핵전략은 지구를 일곱 배 반 을 파괴하고도 남는 힘입니다. 일촉즉발인데 케네디가 여기에서 완강하게 군인들, 당시 막강했던 CIA의 건의를 물리칩니다. 쳐들어가라는 거였지만 케네디가 ‘쳐들어갈 수 없다. 그러나 케네디는 전쟁을 각오했었습니다. 그게 벼랑 끝입니다. 그리고 자기 가족들보고도 다 피란가라고 해놓곤 내린 결정이 해상봉쇄를 하면서 외교적으로 이것을 해결하겠다. 그래서 나중에 ‘소련이 쿠바에 있는 미사일들을 다 철거해라. 그러면 우리가 쿠바에 쳐들어가지 않겠다. 당시 미국이 터키에 소련의 코 밑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고 있었는데 그것도 나중에 철거하겠다. 이런 위기가 있었는데 그때 케네디가 부하들에게 한 말이 ‘흐루쇼프가 백기 들었다고 너무 크게 떠들지 마라. 그쪽을 건들어서 반발하면 다시 전쟁이 날 위기로 떨어질지 모른다. 이런 경고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북한 사람이 입장을 많이 바꾸지만 급하면 달라고도 하는 사람이지만 그렇다고 너무 건드리면 자존심 강한 사람들이 나중을 생각하지 않고 케네디처럼 막 나갈 수도 있는 우려도 없지 않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 앞서서 회담이 이뤄지기 전에 북한에서 비밀접촉을 원했었는데 청와대에서 반대했기 때문에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씀하셨는데 왜 공식적인 제안을 할 것이지 북한은 왜 이렇게 비선라인으로 이야기 하는 것을 좋아하는 거예요?

-원래 그렇습니다. 그 사람들의 외교술에는 밀사가 있습니다. 우린 비선이라고 하지만. 알고 보면 그것에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비선이라는 비공개가 하나 있고 또 하나는 정부의 공식 라인이 아닌 제3자를 통한 비선, 이런 두 가지의 뜻이 있는데요. 저쪽에선 정부의 대표하지 않는 다른 사람이 없습니다. 여기에는 정부가 아닌 다른 사람이 대신 나올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만. 옛날에도 밀사 외교는 세계외교사에서 여러 번 있었던 일인데 북한이 그것을 더 하는 것은 북한이 비밀을 위주로 하는 정책과 사회이고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비밀을 유지하면서 협상을 하면 결정하기 쉽습니다. 반발이 없습니다. 누가 무엇을 하는지 모르지 않습니까. 그런 비선 라인을 김대중, 김정일 1차 남북정상회담을 할 때도.. 당시 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도 사실 비선이거든요. 북한의 그런 예는 많습니다. 미국과 할 때도 그런 예가 많은데요. 미국은 현재 비선이 필요 없는 것이 여기서 비선이라고 할 때 소위 트랙투 민간인 외교채널이라고 정부 간의 공식 채널과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쪽에서 트랙투를 원했던 것은 아닌데 이번에 서울을 왔다 간 사람은 민간인이기 때문에 민간인을 에이전트로 한 번 사용했을 뿐이지 사실 내용은 그 사람들이 만나서 박근혜 대통령께서 신임하는 사람과 자기네가 신임할 수 있는 사람.. 북한에선 이런 이야길 많이 합니다. 조명록 차수가 특사로 미국에 왔을 때도 그런데요. ‘현지에 최고로 결정하는 사람이 오면 일이 다 되는 거다. 김정일 위원장이 한 이야기 중에서 기억나는 것이 ‘7년 동안 외무성에 맡겨보니까 아무것도 안되더라. 그런데 내가 특사를 한 번 보냈더니 다르더라. 그때부터 일이 진행되더라. 그래서 그 사람들은 그런 것을 좋아합니다.

▶ 북한에서 그런 의도를 가지고 우리한테 비밀 회담을 제의했다면 박 대통령 입장에서도 한 번 응하고 싶은 유혹을 느끼지 않았을까요?

-베이징에서 비밀 정상회담 협상을 하다가 저쪽에서 노출하는 바람에 MB 정부가 망신당하는 결과를 맞지 않았습니까. 그런 것도 있고. 이 정부의 원칙 중에 하나가 투명한 외교, 공공외교, 뒷거래 없이 정정당당하게 한다는 원칙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것을 봐선 잘하는 것 같은데 만약 박 대통령께서.. 이쪽에서도 만약 개성이 안 되면 부담이 많습니다. 진출한 업주들만 얘기하는 것이 아니고 박 대통령이 공약한 신뢰프로세스도 안되고, 새로운 남북관계도 안되고, 동아시아 서울 프로세스도 안 되고, 비핵화에 대한 분위기 조성도 안 되고. 더군다나 요즘 얘기하시는 DMZ 평화공원도 안되고 되는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여기서도 그런 부담이 많아지기 때문에 뭔가 해야 하는데 제 개인적인 생각엔 만약 누가 박근혜 대통령께 건의를 한다면 7차 회담이 14일 날 열리는데 15일이 8.15입니다. 경축사가 나오는데 그것이 끝나고 할 것이 아니라 ‘원칙을 지켜라, 지금까지 하던 자세로 북한 사람과 협상을 하되 이번에 종말을 내라. 이쪽에서도 마지막이라고 했고 저쪽에선 뭐라고 하느냐면 ‘8.15를 기해서 좋은 선물을 민족에게 주자. 그러니까 하루에 끝낸다는 의지를 저쪽에서도 표현했습니다. 그러나 내부적으론 협상 대표가 꼭두각시로 나가든 누가 나가든 그 사람들한테 뭐라고 지시하느냐면 ‘이번에 이것을 종결해서 일단 개성공단이 재가동 수순에 들어가도록 해라 이렇게 지시를 해놓으면.. 대통령제에서 부하들과 참모들이 할 일이 뭐냐면 일은 자기가 하고 모든 영광은 지도자한테 대통령한테 주는 것이.. 그것은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자기가 다 했다고 하면 안 됩니다. 그런데 국내 분위기를 보면 대통령은 원칙을 가지고 잘 하려고 하는데 누가 어떻게 건의를 하느냐, 제대로 하느냐, 여기에 대한 우려는 상당히 많습니다. 그래서 8.15 기념행사에서.. 예전 휴전 60주년 연설에도 그런 내용이 나옵니다만 긍정적으로 내가 했다고 하면 박근혜 대통령은 남북관계의 숨통을 뚫고 앞으로 신뢰 프로세스를.. 신뢰 프로세스라는 말 자체가, 신뢰라는 게 만나서 이야기해야 뭐가 될 거 아닙니까. 그런데 이번에 깨지면 만나게 되는 일이 굉장히 어려워지게 되고 긴장이 고조됩니다. 저쪽에서 도발도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경제도 어렵다고 하는데 북으로 진출할 수 있는 경제성장의 기회를 우리가 포기하는 결과가 됩니다. 만약 북이 너무 도발적으로 나오면 최악의 경우 국가 신임도에도 지장이 올 수 있는 이런 여러 가지 우려사항들을 볼 때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에 말만 한 번 잘하시면 80%정도 올라갈 것 같습니다.

▶ 이번 7차 회담이 상당히 의미가 깊은 것 같은데요. 어떻게 될지 지켜보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박지은 인턴기자(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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