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선진 정치' 주문한 박 대통령, '장외 투쟁' 주문한 김 대표
입력 2013-08-09 13:20  | 수정 2013-08-09 17:00
여러분은 지금 정국 경색의 책임이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2자 회담을 거절한 청와대, 그리고 장외투쟁을 도는 민주당 둘 중에서 말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어느 쪽이 더 큰 책임이 있다고 보십니까?

지지 성향에 따라 사람들의 생각이 다르듯, 현재 박근혜 대통령과 김한길 민주당 대표의 생각도 판이합니다.

박 대통령은 어제 청와대에서 박준우 정무수석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 박근혜 대통령
- "상식적인 정치 문화가 우리 사회에 정착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그 분야도 챙겨주시고, 청와대, 정부, 국회, 정치권이 하나가 돼서 돌아갈 수 있도록 소통 강화에 힘써주시기 바란다."

'앞선 정치문화', '상식', '새로운 시각', '소통'이라는 말이 들립니다.

정통 외교 관료 출신인 박 수석이 외국 선진 정치문화를 많이 경험했으니, 국내 정치도 그렇게 되도록 노력해 달라는 뜻입니다.

거꾸로 말하면, 아직 우리 정치는 그런 선진 정치가 아니라는 얘기겠죠.

무엇이 이토록 박 대통령에게 현 정치문화에 대한 깊은 불신을 심어줬을까요?

박 대통령 스스로 오랜 정치생활 끝에 대통령에 당선됐으니 누구보다 잘 알겠지만 말입니다.


분명한 것은 현재 야당의 행태가 박 대통령의 정치문화 불신에 한 몫 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박 대통령은 정치권이 힘을 합쳐 어려운 경제여건과 서민 생활을 안정시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데 소모적인 것을 놓고 서로 싸우고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그 소모적인 것이란 바로 국정원 선거개입 국정조사일지 모릅니다.

국정원 선거개입을 박 대통령과 연계시키는 야당의 노림수는 더 소모적이라 판단할지 모릅니다.

지난달 이정현 홍보수석이 한 말입니다.

"박 대통령은 분명하게 전 정부에서 있었던 일이고, 관여한 일이 없었으며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그런 일이 발생했는지 국정조사를 통해 철저히 규명해 발표해야 한다고 했다."

"국정조사는 국회에서 할 일이고 의혹이 있다면 의원들이 밝힐 일이다."

분명히 대통령과 국정원 선거개입은 관련이 없다고 밝혔는데도, 야당이 계속 박 대통령의 책임과 사과를 요구하고 있으니 정말 답답한 노릇이라는 뜻입니다.

박 대통령이 김한길 민주당 대표의 '2자 회담' 제안을 거절한 것도 바로 이런 대목을 우려해서일까요?

민생과 통합을 얘기해야 하는데, 국정원 얘기만 할 것이 뻔해서 거절했던 것일까요?

어쨌든 박 대통령 눈에 이런 야당의 태도는 적어도 선진 정치로 비치지 않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김한길 대표의 눈에 청와대와 박 대통령은 어떻게 비칠까요?

서울시청 앞에 천막 상황실을 꾸린 민주당은 국정원 선거개입 규탄과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장외 투쟁을 전국으로 확대할 생각인가 봅니다.

어제 전북 전주에서 집회를 열었는데, 오늘은 천안, 다음 주는 부산과 광주에서도 열 예정입니다.

오늘 아침 국정원 토론회에서 김 대표가 한 말입니다.

▶ 인터뷰 : 김한길 / 민주당 대표
- "이명박 정부의 정치 개입 완성판은 국정원의 불법 대통령 선거 개입이다. 개입이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근절 안 되고 대화록 무단 공개처럼 더욱 노골화되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이 드러난다."

박 대통령은 국정원 선거개입이 이명박 정권의 일로 자신과 상관없다고 하는데도, 김 대표는 박 대통령도 관련 있다고 끊임없이 주장하고 있는 겁니다.

이 사실이 드러날까 두려워 자신이 제안한 '2자 회담'을 박 대통령이 거절한다는 겁니다.

김 대표는 장외투쟁 연설에서 '민주주의가 심각한 위기에 빠져 있다'는 말을 늘 합니다.

김 대표의 눈에 정보기관인 국정원이 선거에 개입한 것 자체가 '후진 정치'입니다.

그리고 '민주주의 위기'입니다.

따라서 그것을 바로 잡으려는 민주당의 장외투쟁은 자연스레 '합법적이고' 나아가 '선진적'인 것일지도 모릅니다.

민주당은 청와대가 2자 회담을 수용할 때까지 당분간 장외투쟁을 주력한다는 방침입니다.

민주주의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말입니다.

자, 어느 쪽이 선진 정치고, 어느 쪽이 후진 정치일까요?

청와대일까요? 민주당일까요?

청와대와 민주당은 '세법 개정안'을 놓고 다시 또 한판 붙을 모양입니다.

중산층 월급쟁이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는 세금 부담 증가는 민주당으로서는 뜻밖의 횡재입니다.

청와대로서는 서민과 민생안정을 위한 재정확충 차원에서 내놓은 안이 의도하지 않게 '증세' 논란으로 이어지는 것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합니다.

재임기간 증세를 하지 않겠다는 박 대통령의 공약이 깨졌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정원 선거개입 논란에 이어 '세금 폭탄' 논란까지 어느 쪽이 더 '선진 정치'를 보여줄지, 아니면 '후진 정치'를 보여줄지 궁금합니다.

아직 막은 내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지켜볼 뿐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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