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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감기’, 의외의 복병이 나타났다
입력 2013-08-08 09:01  | 수정 2013-08-08 09:16
영화 ‘감기는 불운한 운명을 갖고 태어났다. 영화 ‘연가시와 비슷한 시점에 진행되는 프로젝트인 것 같더니 제작이 지연됐다. 그 때문에 ‘연가시에 전염병이라는 소재의 특이성과 흥행성을 빼앗겼다. ‘감기의 예고편을 봤다면 ‘연가시를 떠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
개봉을 확정하고는, 대작 영화 ‘설국열차가 앞에 등장해 비슷한 시기 영화 관객들을 선점해버렸다. ‘설국열차에 이어 ‘감기를 배급하려던 CJ엔터테인먼트는 손을 뗐다. 두 영화가 모두 잘 되려는 최선책이라는 해명을 하지만, 일반 관객이 봤을 때 ‘감기를 버리는 카드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감기는 또 한국 분당에서 치사율 100%의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발생, 무방비 상태로 폐쇄된 도시에 갇힌 사람들의 사투를 그린 작품이라는 간단하면서도 상투적인 설명으로 영화를 소개하지만, 그렇게 단순하고 또 신물이 날 작품은 아니다.
너무 빤한 소재고 해결 방법도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것이라고 받아들일지 모르지만, 영화 ‘비트와 ‘태양은 없다 등을 연출한 김성수 감독은 10년 만에 돌아왔기 때문인지 여러 가지를 담으려고 애썼다. 그 노력의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스케일 큰 CG(컴퓨터 그래픽) 효과와 엄청난 숫자의 감염자들, 또 감염자들의 행동 양상, 나아가서는 한국과 미국의 대결이라고도 할 수 있는 상황들이 촘촘히 영화 러닝타임을 감싼다.

열혈 구조대원 지구(장혁)가 사고를 당한 다혈질의 감염내과 전문의 인해(수애)를 구하는 장면 등 초반 전개가 불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영화에 꼭 필요한 장면이었다. 우직한 지구가 끝까지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한국에서 의사이면서 싱글맘으로 살아가야 하는 엄마가 아이를 지키기 위해 어떻게 행동하고 변하는지가 영화 전체를 흘러 나타나기 때문이다.
돈을 벌기 위해 컨테이너를 타고 밀입국하는 외국인들의 상황 역시 영화를 위한 중요한 소재다. 원인 모를 바이러스로 컨테이너에 있던 모두가 죽고 한 명만 살아남았는데, 이것이 원인이 돼 한 지역을 위기로 내몰고 한국 전체를 위협하는 초대형 사건이 된다. 치명적인 변종 바이러스 H5N1은 감염속도가 엄청나고, 수만 명의 사람들은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된다.
영화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또 백신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인공들과 조력자들, 악인들의 모습이 몰입도를 높인다. 특히 주인공 장혁과 수애, 아역 박민하의 열연, 조연 유해진이 영화 보는 맛을 제대로 제공한다.
열혈 구조대원이면서 자신이 한눈에 반한 수애와 그녀의 딸 미르를 위하고 지켜내는 장혁의 모습이 멋지게 느껴지지 않을 수 없다. 얼마 전 사랑받은 ‘월드 워Z의 브래드 피트만큼 매력적이다. 수애는 전작에서 엄마를 연기한 적은 있지만 이렇게 모성애 가득한 엄마를 연기한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본인은 모성애라기보다 실제 상황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아이의 위태로운 목숨을 구하기 위해 똑같은 행동을 보여줬을 것”이라는 말로 대신했지만 이 정도의 모성애라면 실제 엄마가 아닌가 의심해 볼만도 하다.
특히 주목을 받아야 할 건 박민하다. 처음부터 등장해 영화를 이끌고, 이야기를 전개시키는데 중요하며, 결말을 맺기에도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인물이다. 김성수 감독은 박민하에게 엄청난 역할을 부여했음이 오롯이 전해지는데 박민하도 그 역할을 잘 수행했다. 또 지구의 구조대원 동료로 나오는 유해진은 틈틈이 등장해 웃음을 선사한다.
정부가 감염 지역을 통제하는 상황은 클라이맥스다. 어쩔 수 없는 통제의 단순화, 그리고 이어지는 정부와 정부의 대응을 이해 할 수 없다며 항거하는 일반인들의 대치가 숨 막히고 긴장감을 높인다.
미국질병통제센터(CDC)와 한국의 대통령의 대치는 ‘전작권까지 언급, ‘애국주의 마케팅이 떠오르며 다른 길로 빠지는 것 같지만 이는 김 감독의 중요한 포인트로 받아들여진다. 철저하게 오락영화인 ‘감기가 휴머니즘과 인간애를 강조하며 감동적으로도 다가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121분. 15세 관람가. 14일 개봉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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