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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봐야할’ 이근호와 ‘봐왔던’ 백성동의 배수진
입력 2013-08-07 10:01 
[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표현은 다르지만 결국 비슷한 상황이다. 누가 낫고 누가 유리할 것도 없다. 두 선수 모두 도전자 같은 입장이다. 주어진 지금의 찬스를 놓친다면 다시는 기회를 살리지 못할 수도 있다. 페루전을 앞두고 가장 고참급으로 호출을 받은 이근호와 가장 어린 축으로 부름을 받은 백성동의 처지가 비슷하다.
오는 1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페루와의 A매치 평가전을 앞두고 20명의 명단을 작성한 홍명보 감독의 기준은 명확했다. 허리라인 아래로 수비진은 거의 동아시안컵의 기조를 유지하는 쪽이다. 면면이 유사하다. 반면 공격진은 적잖은 인원이 바뀌었다. 동아시안컵과 견줘 모두 6명의 새 얼굴이 가세했는데 그중 5명이 공격자원이다. 그만큼 부실한 결정력에 한숨지었다는 뜻이다.
페루전 소집명단 중 나이로도 경험으로도 가장 고참인 이근호이지만, 지금은 도전자의 자세로 임해야한다. 사진= MK스포츠 DB
조동건(수원) 임상협(부산) 조찬호(포항) 이근호(상주상무) 백성동(주빌로 이와타) 등이 답답했던 공격라인에 새로운 활기를 불러 일으켜줄 선수들이다.
전체적으로 스타일이 유사하다. 홍명보 감독은 6일 명단 발표장에서 최전방 원톱을 중심으로 섀도 스트라이커나 측면 공격수들을 활용해서 득점하는 것을 지향한다. 기본적으로 포지션 체인지가 능수능란한 선수들을 원한다”는 말로 자신이 선호하는 공격수들의 능력을 설명했다. 언급한 5명 모두 섀도도 측면도 가능하고, 포지션 체인지에 어려움이 없는 이들이다.

하지만 발탁 배경은 조금 차이가 있다. 임상협과 조찬호 그리고 조동건은 현재의 상승세가 기회를 잡게 했다. 홍명보 감독은 임상협이나 조찬호, 조동건은 아시다시피 K리그에서 워낙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선수들”이라는 말로 소속팀에서의 활약이 대표팀 발탁의 중요한 기준임을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이근호와 백성동은 다소 의외인 측면이 있었다. 최근 페이스가 그리 좋은 것은 아닌 까닭이다. 홍명보 감독도 다른 설명을 전했다.
홍 감독은 이근호는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대표팀을 위해 많은 노력을 쏟았고 활약도 많았다. 경험도 풍부한 선수”라면서 이번에 한번은 지켜봐야할 선수가 아닌가 생각했다”는 표현으로 선발한 배경을 밝혔다. 뼈가 들어있는 말이었다.
국가대항전 기록이 10회에도 못 미치는 이들이 대다수인 스쿼드에서 이근호는 51회의 A매치를 자랑한다. 홍명보 감독의 말마따나 노력도 많았고 활약도 많았다. 하지만, 어느새 과거형이 되는 느낌이다. 최종예선 막바지 이근호의 플레이는 많이도 하향곡선을 그렸다. 본인도 부인하기 힘들었다. 때문에 (그래도)한번은 지켜봐야할 선수가 아닌가 싶다”는 홍명보 감독의 발언은 의미심장하다.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지금껏 봐왔던 백성동이지만 더 이상은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수 있다. 배수진의 마음가짐이 필요한 페루전이다. 사진= MK스포츠 DB
백성동 역시 상황은 다르나 쉽지 않은 기회를 잡았다는 것은 이근호와 유사하다. 홍명보 감독은 백성동을 소개하며 백성동 역시 예전부터 지켜본 선수다. 상대 수비를 혼란시키거나 파괴할 수 있는 탤런트는 확실하다고 생각한다”는 말로 호출한 이유를 밝혔다.
백성동은 이미 홍명보 감독이 지켜본 선수다. 런던올림픽에 출전해 동메달을 목에 걸었던 선수다. 다부진 체격과 스피드를 앞세워 시원스러운 드리블 돌파가 인상적인 백성동은, 한국축구가 자랑하는 ‘날쌘돌이 계보를 이어줄 재목으로 꼽혔다. 하지만 런던올림픽 이후 성장세가 주춤하다. 주빌로 이와타에서도 그리 많은 기회를 잡지는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알고 있기에 홍 감독은 (지금은 주춤하나)재능은 확실한 선수”라는 소개를 전했을 것이다. 이전에 봤던 기량을 알기에, 그래도 한 번의 기회는 주겠다는 뜻으로의 해석도 가능하다. 백성동 역시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 있다.
A매치 데뷔전을 노리는 백성동도, 52번째 A매치를 노리는 이근호도 상황이 그리 넉넉해 보이지는 않는다. 한번은 봐야할 이근호와 지금껏 봐왔던 백성동에게 두 번의 기회는 오지 않을 수 있다. 배수진의 자세가 필요하다.
[lastuncl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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