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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내야 할 ‘때’를 아는 홍명보의 마이웨이
입력 2013-08-07 07:01 
[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지금의 성화란 막 배를 띄운 사람에게 언제 물고기를 채워올 것이냐 보채는 격이다. 아직 배도 성하지 않다. 이대로는 물고기 떼가 있는 먼 바다에 갈 수 있을지도 모르고, 설령 나갔다한들 만선은커녕 풍파에 갈피 잡지 못하고 흔들리다 망신만 당할 수도 있다. 지금은 안정된 항해를 위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때다.
홍명보호 2기가 떴다. 지난 7월 동아시안컵을 통해 첫 항해를 마친 홍명보호가 오는 14일 페루와의 평가전을 통해 다시금 상태 점검에 나선다.
홍명보 감독은 이미 브라질월드컵까지의 로드맵을 세웠다고 했다. 중요한 것은 그때라는 것을 잘 알기에 지금은 소신을 지켜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 MK스포츠 DB
홍명보 감독은, 지금은 배를 튼튼하게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런 뒤 큰물로 나가는 것이 순서라 했다. 품은 뜻이 크기에 큰물에서 놀아야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역시 배가 잘 준비되어야한다는 지론이다. 얕은 물에서 아무리 그물을 던져봤자 배를 넉넉히 채울 수 없음도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결국 ‘언제 힘을 줘야하는지를 알고 있기에 지금은 ‘어떻게에 집중하고 있는 홍명보 감독이다.
홍명보 감독은 6일 오전 축구회관에서 20명의 대표팀 명단을 발표하며 동아시안컵을 치르면서 발견한 문제점들을 보완하기 위해 고심해 뽑은 명단”이라면서도 하지만 선발하지 않은 선수들 중에는 이미 검증을 마쳤기에 배제한 선수들도 있다”는 표현으로 페루전 명단이 동아시안컵이라는 거름종이를 통과한 선수들은 아니라는 뜻을 전했다.

이어 이번에 발탁되지 않았다고 실망할 이유는 전혀 없다. 선수들에게 기회의 문은 항상 열려있다”면서 옥석가리기는 내년 5월 월드컵 최종명단을 결정할 때까지 이어질 것이다. 사실 옥석을 가린다는 표현보다는 경쟁을 끝까지 이어간다고 보는 것이 맞다”는 표현으로 정해진 로드맵 안에서 선수들의 치열한 경쟁을 계속 부추기겠다는 뜻을 전했다.
내부의 긴장감 유지를 위해 당연한 일이다. 하물며 출항 초창기인 지금은 더더욱 정해진 것이 없다. 다양한 실험을 통해 무엇이 바람직한 방향인지, 어떤 것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길인지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결과물이 중요치도 않다. 어차피 얕은 물에서 그물을 던질 것이 아니라면, 먼 바다(월드컵)에서 통할 수 있는 힘을 키워야할 상황이다.
페루전 명단을 발표한 뒤 홍명보 감독은 이미 브라질월드컵 직전까지 모든 계획을 다 세워놓았다. 차근차근 갈 것이다. 하지만 밖에서는 우리가 언제 이길 것인지, 언제 골을 넣을 것인지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다”라고 웃은 뒤 페루전에서도 골을 넣지 못할 수 있고, 또 이기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 눈은 2014년 월드컵에 맞춰있다”며 강한 목소리를 전했다. 흔들리지 않겠다는 뜻이다.
‘언제 힘을 줘야한다는 것을 정확하게 알고 있기에 지금은 그때를 위한 과정에 매진하겠다는 현명한 처사다. 동아시안컵이 그랬듯 페루전 역시 주위의 왈가왈부에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이 세운 계획대로 선수를 실험하고 팀을 조합하는 것에 신경을 쓰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결과가 좋으면 더 좋겠으나 적어도 연연은 하지 않겠다는 의도다.
심지어 홍명보 감독은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서의 첫 승이 브라질월드컵에서 달성돼도 상관없다. 어쩌면,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면서 지금은 과정이 중요하다. 앞으로 분명히 어려운 시점이 찾아올 것이다. 그때도 흔들림 없이 나아가기 위해 지금부터 원칙을 지켜나갈 것”이라는 각오를 내뱉었다. 자신의 소신대로 꼿꼿하게 가겠다는 굳은 의지다.
힘을 쏟아야할 때는 분명 월드컵 본선이다. 그때 감독으로서 첫 승을 거둬도 괜찮다는 정도의 각오다. 워낙 안팎의 흔들기가 심한 한국축구계에서 쉽지 않을 원칙과 소신이지만, 이쯤이면 지켜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lastuncl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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