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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아쉬움 남긴 한화 스무살 배터리
입력 2013-08-01 21:37  | 수정 2013-08-01 21:55
[매경닷컴 MK스포츠(목동) 김원익 기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1일 목동 넥센전 호흡을 맞춘 스무살 배터리의 패기는 넘쳤고 재능은 빛났다. 하지만 결국 4회 위기서는 경험 부족의 아쉬움을 남겼다.
한화는 1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3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4회 김민성에게 뼈아픈 만루홈런을 허용하고 2-5로 패했다. 2연패를 기록한 한화는 시즌 56패(23승 1무)째를 당했고, 김응용 한화 이글스 감독의 통산 1500승도 이틀째 무산됐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스무살 배터리 조합이 가능성과 함께 아쉬움을 남겼다. 선발 투수 조지훈은 3회까지 역투를 펼쳤지만 4회 흔들린 끝에 만루홈런을 맞고 무너졌다. 사진(목동)=옥영화 기자
한국 나이로 스물. 이날 선발 포수로 마스크를 쓴 1994년생 2년차 포수 엄태용과 선발 투수로 나선 루키 조지훈은 넘치는 재능과 부족한 현재의 아쉬움으로 팬들에게 열탕과 냉탕을 동시에 선물했다.
선발 투수 조지훈은 3회까지 인상적인 호투를 펼쳤지만 4회 흔들린 끝에 3이닝 3피안타(1홈런) 3볼넷 1탈삼진 5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엄태용과 루키 조지훈에게 3회까지 모습이 빛나는 미래의 증명이었다면, 4회 급격한 흔들림은 일천한 경험을 그대로 노출한 현재였다.

경기 전 김응용 감독은 이들 둘에 대해 흡족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김 감독은 조지훈에 대해서 지난 25일 롯데전 첫 선발 이후 우리 투수들은 조지훈을 배울 필요가 있다”는 극찬을 한데 이어 이날 경기전에도 앞선 투구에 대해 도망가지 않고 정면으로 붙었다”며 공격적인 투구에 대해 호평했다.
엄태용도 3경기 연속 선발로 출장시키며 잘하잖아. 어깨도 좋고 뒤로 빠지는 것도 하나도 없고. 원래 우리 투수들이 폭투가 많은데 그것만 해도 어디냐”면서 볼배합도 좋더라. 앞선 경기서 사인을 거의 내지 않았다”며 환한 미소를 짓기도 했다.
김 감독의 기대대로 이날 이들은 3회까지 여러 번의 인상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특히 조지훈은 1회를 단 10구만에 끝내며 앞선 경기 호투의 기세를 이어갔다. 첫 타자 장기영에게 6구 모두 속구를 던지는 정면승부를 펼치는 등 10구 중 9개를 속구로 가져가는 파격 투구를 했다.
2회 1실점을 하긴 했지만 공격적이면서도 변화무쌍한 볼배합으로 넥센 타자들을 무력화시켰다. 패기 넘치는 조지훈의 투구와 엄태용의 현란한 리드, 안정적인 블로킹 능력은 썩 잘어울렸다. 김 감독의 말대로라면 이날도 엄태용과 조지훈의 스무살 배터리가 직접 가져간 볼배합이었을 터였기에 더욱 놀라운 결과였다.
엄태용은 3타수 1안타 1타점 활약에 안정된 수비능력을 선보였지만 경험부족을 노출하며 아쉬움도 함께 남겼다. 사진(목동)=옥영화 기자
문제는 이날 승부처였던 4회. 피해가는 승부를 하다, 누상에 주자를 채운 이후 김민성에게 결정적인 그랜드 슬램을 맞았다. 조지훈은 문우람에게 선두타자 볼넷을 내줬다. 이어 이택근을 상대로도 3B 1S의 불리한 볼카운트에 몰린 이후 우중간 안타를 맞았다. 흔들린 조지훈은 박병호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고 무사 만루에 몰렸다.
엄태용은 5회 추격의 1타점 2루타를 쳐내고, 안정적인 수비 능력을 선보이는 등 맹활약했지만 4회 안방마님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 자리서 일어나 조지훈과 눈을 맞추며 진정을 시키거나 마운드로 올라가 흐름을 끊고, 마음을 다독여주는 등의 일을 하지 못했다. 사실 베테랑들에게나 기대할 수 있는 모습이기도 했다.
결국 조지훈을 진정시키기 위해 정민철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랐지만 흔들림을 멈추지 못했다. 조지훈이 다음 타자 김민성에게 던진 초구 138km 직구가 가운데로 몰리면서 중월 만루홈런으로 연결됐고, 5실점째를 한 조지훈은 구원투수 이태양과 교체돼 마운드서 내려왔다. 이 점수는 결국 그대로 한화의 패배로 연결되고 말았다.
4회 위기서 연이어 흔들린 조지훈이나, 투수를 리드하지 못한 채 가장 위험한 순간 초구 직구를 요구한 엄태용 모두 경험 부족을 노출한 아쉬운 순간. 스무살 배터리는 김 감독에게 역사적인 1500승을 선물해주지 못했지만, 역설적으로 이들이 빛나는 재능이라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경기이기도 했다.
[on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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