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반스는 봉 감독의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를 모두 봤다”고 했다. 영화를 본 뒤 정말 뛰어난 감독이구나, 천재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캡틴 아메리카이니 수많은 시나리오가 들어올 텐데도 ‘설국열차에 직접 오디션을 보고 합류한 이유다.
전 영화를 택할 때 시나리오나 다른 출연진을 고려하지 않아요. 감독이 누구인지를 먼저 보죠. 훌륭한 영화는 좋은 감독이 맡았을 때 나온다고 생각해요. 봉 감독님 작품을 보고 당연히 출연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에반스는 폭력적인 부분을 다루는 데 정말 사실적이었다”며 예를 들어 ‘살인의 추억 같은 경우 식당에서 일어나는 싸움이나, 송강호가 언덕에서 사람을 걷어차는 것이 진짜 같았다. 진짜였다고 하더라. 정말 영화 같이 느껴지지 않았는데 미국에서는 절대 안 하려 하는 부분을 봉 감독은 진짜로 담아냈다”고 감탄했다.
틸다 스윈튼은 한술 더 뜬다. 그를 유명하게 만든 것이나 다름없는 데릭 저먼(1942~1994) 감독과 오래 일을 하며 유전자가 일치하는 수준의 가족”이라고 생각했는데, 봉 감독은 사촌”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였단다. 수많은 영화를 찍었지만 모두가 가족 같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고 한 그는 송강호와 봉준호 감독이 내게는 스코티시(스코틀랜드 사람)처럼 가깝게 느껴진다. 그런 의미에서 가족”이라고 말했다.
나는 미국인도 아니고 영국인도 아니며 스코틀랜드 사람”이라고 강조한 그는 봉 감독이 ‘혹시 위스키 때문에 그런 것 아니냐고 하는데 그것 때문은 아닌 것 같다”고 웃으며 우리는 스코티시 기질이 잘 맞는 것 같다”고 만족해했다.
반란의 중심이 되는 커티스를 연기한 크리스 에반스는 캡틴 아메리카에서의 리더와의 차이점에 대해 캡틴 아메리카는 자기가 리더를 하겠다고 생각하고 영혼이 있는 사람이다. 항상 남을 우선시하고 자신을 끝에 생각하는 타고난 리더지만, ‘설국열차의 커티스는 주변 상황 때문에 리더가 된 인물이다. 자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지도 않는데 어쩔 수 없이 리더가 됐다”고 차이점을 전했다. ‘캡틴 아메리카에서 보여준 모습과는 전혀 다른 리더로서, 좀 더 고뇌하는 면모를 보여 또다른 재미를 준다는 얘기다.
크리스 에반스는 현실의 자신은 독립적이고, 머릿속에 생각이 많아 리더를 하기에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리더가 돼야 하는 감독 연출에 도전할 준비를 하고 있다. ‘설국열차를 통해 봉 감독에게 도움을 주기도, 또 도움을 받기도 하며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도 알려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연출과 관련해 구체적인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두 사람은 또 지난 29일 한국에서 진행된 ‘설국열차 월드 프리미어 레드카펫을 걸어본 소감에 대해서도 팬들이 환호해줘서 행복하다”는 소감과 함께 고마움을 전했다.
‘설국열차는 새로운 빙하기, 인류 마지막 생존 지역인 열차 안에서 억압에 시달리던 꼬리칸 사람들의 멈출 수 없는 반란을 담은 영화다. 크리스 에반스와 틸다 스윈튼을 비롯해 에드 해리스, 존 허트, 제이미 벨, 옥타비아 스펜서 등이 봉준호호(號)에 탑승했다. 한국에서 가장 큰 액수인 4000만 달러(약 450억원)의 제작비가 든 작품이기도 하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