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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전] 두 마리 토끼 놓치며 애매하게 끝난 첫 출항
입력 2013-07-28 22:07 

[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임성일 기자] 아쉬운 첫 출항이었다. 2무1패. 아무리 이제 팀을 막 꾸린 체제에서의 대회였다지만 호주 중국 일본을 상대로 한 결과치고는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뽑아낸 득점은 1골에 불과하다. 게다 마지막 자존심으로 여겼던 한일전에서도 1-2로 패했다. 막무가내 비난을 쏟기는 어려우나 칭찬은 더더욱 어렵다. 애매하게 끝나버린 홍명보호의 첫 출항이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이 28일 서울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린 일본과의 동아시안컵 최종 3차전에서 1-2로 패했다. 호주와의 1차전과 중국과의 2차전을 모두 0-0으로 비겼던 한국은 2무1패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대회를 마쳤다.
홍명보호의 첫 출항이 애매한 결과를 남겼다. 실험에 초점을 맞춘 대회라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나 결과와 여론이라는 토끼는 놓쳤다. 사진(잠실)= 옥영화 기자
대회 전체를 실패라고 규정짓기는 어렵다. 홍명보 감독은 자신이 뱉었던 ‘소신과 관련된 심지를 지켰고, 그 속에서 확실하게 선수들을 실험하면서 당장이 아닌 앞을 내다본 행보를 내딛었다.
애초 홍명보 감독은 대회를 준비하며 이번 대회는 내용도 중요하고 결과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대표팀의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는 것”이라면서 국가대표로서의 사명감을 가지고 모든 경기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출사표를 전한 바 있다.

대회 1차전은 호평이었다. 호주와의 경기에서 한국은 근래 보기 드문 짜임새 있는 축구를 펼치면서 상대를 크게 압박했다. 호주의 전력이 1.5군 혹은 2군에 가까웠으나 거의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던 홍명보호의 모습은 내일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숱한 찬스에도 불구하고 골이 없었다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었으나, 여론은 따뜻했다. 괜찮다는 반응이었다.
24일 열린 중국과의 2차전은, 똑같은 0-0이었으나 공기까지 같지는 않았다. 한국과 일본, 호주에 비해 중국의 참가 면면이 베스트에 가까웠다는 상대적인 이유를 감안해야겠으나 내용면에서 그리 후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 특히 후반전은 좋은 평가가 어려웠다. 그런 와중 또 다시 골이 없었으니 제법 냉랭해졌다. 하지만 이해할 여지가 있었다. 1차전과 비교해 거의 모든 선수들을 바꿔서 전혀 다른 팀으로 나섰던 중국전은 분명 실험이었다.
결국 홍명보호의 분수령은 일본과의 3차전이었다. 아무리 내일의 비전을 확인하는 무대라고 할지라도 상대는 일본이었다. 2011년 일본 삿포로에서 참사에 가까운 0-3 패배가 마지막 한일전의 기억이었다. 결과도 중요했다는 뜻이다.
일본전에 대한 비중을 ‘승부사 홍명보 감독이 모를 리 없었다. 이에 홍 감독은 1차전과 동일한 베스트일레븐을 출격시켰다. 당시 멤버를 현재의 ‘정예라고 못 박기는 어려우나 최선에 가깝다는 것은 앞선 두 경기에서의 간접 비교를 통해 확인됐고 홍 감독 역시 같은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호주전과 중국전 멤버를 섞지 않았다는 것도 ‘실험보단 ‘실전에 가까운 운영을 펼쳤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렇게 중요한 고비 같던 한일전에서 홍명보호는 무너졌다. 패스 한방으로 먼저 실점을 했고, 윤일록의 중거리포로 동점을 만드는 것까지는 좋았으나 종료를 앞두고 집중력 부족으로 역전골을 허용해 1-2로 패했다. 뼈 아픈 패배였다.
결과적으로 여러모로 애매해졌다. 실험(그 속에서의 비전)은 1,2차전을 통해 감행했다손 치더라도 마지막 경기는 ‘결과에 집중한 인상이 적잖았다. 결과는 얻지 못했다. 오랜만에 잠실벌을 가득 채웠던 팬들에게도 좋은 모습을 전해주지 못했다. 잃어버린 신뢰 회복도 동아시안컵으로는 쉽지 않아 보인다.
결국 ‘결과와 ‘여론이라는 토끼는 잡지 못했다. 국내에서 열린 대회인데 2무1패, 1골2실점은 초라하다. 적어도 마지막 한일전만 잡았다면 달라질 수 있는 분위기였으나 그 고비도 넘지 못했다. 안방에서 일본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지금보다는 1년 뒤 브라질에서의 경쟁력에 초점을 맞추고 준비한 대회라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나, 여러모로 애매한 상황이 됐다.
[lastuncl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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