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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전] ‘꾀돌이’가 그리운 왼쪽에 등장한 ‘능청’ 김진수
입력 2013-07-28 21:58 

[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임성일 기자] 하도 출현했다 침몰했던 재능들이 많이 조심스럽지만, 반가운 마음과 그렇게 됐으면 싶은 바람까지 숨길 수는 없다. 이영표의 대표팀 은퇴 이후 오랫동안 무주공산 느낌이던 왼쪽 측면수비수 자리에 ‘물건이 나타난 느낌이다.
능글능글해 보일 정도의 영리한 플레이와 주눅 들지 않는 대담함, 악바리 같이 쫓아가는 승부근성 그리고 심지어 다부진 외모까지 많이 닮았다. 그 닮았다는 판단이 이번에는 오래도록 이어졌으면 싶은 마음이다.
이영표의 은퇴 이후 오래도록 무주공산 느낌이던 왼쪽 풀백 자리에 ‘물건이 나타난 느낌이다. 능청스런 김진수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진= MK스포츠 DB
알비렉스 니가타 소속의 좌측면 수비수 김진수의 잠재력이 범상치 않다. 지난 20일 호주와의 동아시안컵 1차전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렀던 김진수는 28일 서울 올림픽 주경기장(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숙명의 한일전에 왼쪽 측면수비수로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했다. 두 번째 국가대항전을 치르는 초짜라고 보기에는 여유가 넘쳤다.
전체적으로 오른쪽 측면을 이용한 공격전개가 많았던 일본전이다. 우측풀백 김창수와 우측 날개 고요한이 한일전의 주된 공격루트에 가까웠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김진수의 움직임은 덜 부각됐다. 하지만 알게 모르게 역할이 컸다.

공격 가담도 적극적이고 대인마크도 집요했다. 코너킥과 프리킥을 도맡았을 정도로 왼발 킥도 수준급이다. 제법 날카로운 크로스들이 많았다. 후반 37분 보여줬듯, 터치라인에서 골문 앞까지 롱 스로인을 던질 수 있는 강견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활용가치가 많은 자원이다. 무엇보다 돋보였던 것은, 나이와 경험답지 않았던 여유다.
코너킥을 차려다가 물을 마시는 여유, 심판 판정에 웃음으로 답할 수 있는 여유, 동료들에게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여유를 한일전 같은 부담스러운 경기에서 보이기란 쉽지가 않다. 1992년생이다. 이제 겨우 21살로, 동아시아컵을 위해 모인 23명의 엔트리 중 가장 막내다. 아직 여물지 못한 부분도 있으나 그만큼 발전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선수다.
홍명보 감독은 김진수를 발탁한 배경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김진수는 현재 일본에서 주전으로 확고하게 뛰는 선수”라는 짧은 말로서 그만한 능력을 갖췄다는 뜻을 전한 바 있다. 그리고 김진수는 호주와의 1차전이 끝난 뒤 파주NFC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선배 이영표와 비교해주는 자체가 영광이다. 하지만, 결국은 이영표 선배를 넘어서는 것이 나의 꿈”이라는 당돌한 견해를 전한 바 있다.
감독의 믿음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통해 보여준 김진수의 두 번의 A매치는 좋은 점수가 아깝지 않은 수준이었다. 적잖은 무게감 속에서 신뢰를 높였던 홍정호-김영권 센터백 듀오와 우측풀백 김창수와 함께 향후 경쟁력을 갖출 요소들이 많았다. 홍명보 감독은 지금 당장보다 1년 뒤 발전 가능성을 염두하고 있다.
‘능청스럽다는 단어는 ‘속으로는 다른 마음을 숨기고 있으면서 겉으로는 천연덕스럽게 행동하는 데가 있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동아시안컵을 통해 축구팬들에게 거의 첫 선을 보인 김진수는 능청스러운 구석이 있다. 플레이도 포부도 그렇다. 아직은 미완의 대기에 가까우나 그의 속에는 이미 큰 그릇이 들어 있다.
이영표라는 이름은 아직까지 박지성만큼 많이 거론되고 있다. 그만큼 존재감이 컸다. 컸던 만큼 빈자리는 쉬 채워지지 않고 있다. 그러기가 2011년 아시안컵 이후다. 덜커덕 김진수가 그 적임자라고 말하는 것은 호들갑에 가까우나 새로운 인물이 나타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지금껏 실험했던 이들 중 큰 만족감을 심어준 이는 없었던 게 사실이다. 능청스러운 김진수를 향한 기대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회 결과는 탐탁지 않으나, 의미 있는 발견은 있었던 동아시안컵이다.
[lastuncl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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