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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역사적인 홈런왕·타격왕 석권 꿈꾼다
입력 2013-07-27 09:22  | 수정 2013-07-27 09:40

[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타격왕과 홈런왕이 1팀에 존재한다면 어떨까. 야구 감독이나 팬이라면 생각만 해도 즐거운 일이다.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이뤄질지도 모르겠다. 바로 홈런왕을 노리고 있는 최형우와 타격왕을 가시권에 둔 채태인을 보유한 삼성의 이야기다.
최형우(좌)와 채태인이 삼성에 역사적인 홈런왕-타격왕 동시 배출이라는 꿈을 이뤄줄 수 있을까. 사진=MK스포츠 DB
최형우와 채태인은 최근 이른바 ‘미친 활약을 펼치고 있다. 4경기 연속 홈런을 쏘아올린 최형우는 26일 넥센전 스리런홈런으로 20홈런 고지에 오르며 넥센의 박병호와 함께 동동 선두로 도약했다. 다음주 내로 규정타석 진입이 유력한 채태인은 타율 3할6푼7리로 현재 1위 박용택(0.338)에 2푼9리 앞서 있는 독보적인 선두다.
팀의 통산 6번째 홈런왕-타격왕 동시 석권도 결코 꿈이 아닌 분위기다.
▲ 뜨거운 최형우, 개인 통산 2번째 홈런왕 정조준
2011년 이미 홈런왕 대권을 차지한 바 있는 최형우의 상승세는 두드러진다. 4경기 연속 홈런은 최형우 본인의 통산 최다 기록. 꾸준했던 홈런 페이스는 최근 무서울 정도다. 7월에만 벌써 8개의 홈런을 쏘아올렸다. 시즌을 치를수록 기세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도 기분 좋은 신호다. 4월 2홈런, 5월 4홈런, 6월 6홈런, 7월 8홈런으로 월별 홈런 수를 2개 이상씩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큰 슬럼프가 없이 꾸준했다는 것도 긍정적이다. 월별 타율이 3할 이하로 떨어진 적이 6월(2할6푼3리)밖에 없을 정도로 꾸준히 안타를 만들어내면서 홈런도 동시에 만들어냈다. 롯데에게 유일하게 타율 1할5푼4리로 약했지만 2홈런 5타점을 기록 중인데다, 전 구단을 상대로 홈런을 쳐내는 등 특정 팀에도 약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찬스에 침묵하고 홈런 스윙만 하는 홈런 타자였다면 오히려 슬럼프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최형우는 타율 역시 10위에 해당하는 3할1푼을 기록하고 있고 득점권 타율은 무려 3할7푼(3위)에 달한다. 정교하고 위협적인 타자라는 방증인 셈이다.
본인 스스로 홈런에 일희일비하지 않았던 시즌이다. 목표치도 높다. 홈런 공동 선두에 의미를 두지 않겠다”는 것이 최형우의 현재 마음가짐이다. 시즌 후 최종 성적표가 더욱 궁금해지는 이유들이다.
▲ ‘장외 타격왕 채태인, 이젠 중심으로 도약한다
올해 채태인은 달라졌다. 달라져도 정말 달라졌다. 시즌 타율은 3할6푼7리로 통산 타율 2할7푼9리보다 1할 가까이 높다. 왼쪽 허벅지 부상으로 시즌 중 결장하지 않았다면 벌써 규정 타석을 채웠을테지만 아직은 ‘장외 타격왕이다. 233타석에 들어선 채태인은 다음주 쯤 규정타석 진입이 유력하다. 2위와의 격차가 큰데다 올해 꾸준한 페이스를 이어가고 있어 생애 첫 타격왕도 꿈은 아니다.
절치부심이 컸다. 지난해 타율 2할7리 7홈런 38타점으로 방출을 걱정해야할 성적을 냈다. 연봉도 1억1,000만원에서 반토막이 난 5,000만원으로 떨어졌다. 이를 악물었고 이는 눈부신 반전으로 이어졌다.
슬럼프도 없다. 4월 3할7푼8리, 5월 4할1푼2리, 6월 3할2푼3리, 7월 3할9푼6리 등 시즌 내내 맹타를 휘둘렀다. 홈과 원정도 가리지 않았다. 홈에서 타율 3할5푼1리 40안타, 원정에서 3할8푼7리 36안타를 기록했다.
타점은 34개로 높은 편은 아니지만 기회가 적었을 뿐이다. 득점권 타율은 무려 4할2푼리로 규정 타석에 진입한다면 단연 선수다. 장타율은 4할9푼9리로 본인의 통산 최고 기록을 경신 중이다.
현 장외 수위타자는 타율 3할8푼3리를 기록 중인 이병규(LG, 9번)다. 이병규는 201타석을 기록 중인데 꾸준히 출장한다면 시즌 후반 규정 타석 진입이 가능하다. 이병규를 포함해 박용택, 손아섭, 최정, 이종욱 등 경쟁 후보들이 모두 쟁쟁하다는 점이 채태인에게는 쉽지 않은 도전이다. 하지만 타격 잠재력이 올해 비로소 폭발한 ‘천재타자 채태인의 집중력도 그 어느해보다도 뛰어나다. 1998년 양준혁 SBS 해설위원 이후 대가 끊긴 삼성 출신의 타격왕 도전은 긴 기다림을 건너 순항 중이다.
▲ 팀 역대 6번째 동시 석권 가능할까?
타율이 높은 타자는 홈런이 떨어지기 마련이고, 홈런 수가 많은 타자는 타율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트리플 크라운 타자의 탄생이 요원한 것이다. 하지만 팀으로서는 타격왕과 홈런왕이 각각 팀에 있는 편이 오히려 더 긍정적일 수 있다.
프로야구 초창기 삼성은 걸출한 2명의 타자로 이런 호사를 누렸다. ‘영원한 3할 타자 故 장효조 삼성 2군 감독과 ‘헐크 이만수 SK 감독의 존재 덕분이었다. 故 장 전 감독이 4번의 타격왕, 이 감독이 1번의 타격왕과 3번의 홈런왕에 올랐는데, 1983년과 1985년에는 이들 두 사람이 나란히 타이틀을 차지했다. 특히 1984년 트리플 크라운을 차지했던 이 전 감독은 같은 기간 4번의 타점왕에 오르며 故 장 전 감독과 함께 팀에게 타격, 홈런, 타점왕의 왕관을 선물하기도 했다.
이후 삼성은 1987년 故 장 전 감독이 타격왕, 김성래 삼성 수석코치가 홈런왕, 타점왕에 오르며 다시 3개 부문까지 석권했다. 이어 1993년 양준혁 SBS 해설위원이 타격왕, 김 수석코치가 홈런왕에 오르면서 영광을 재현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대가 끊겼다. 1996년과 1998년 양 해설위원이 타격왕을 수상했고 이승엽이라는 걸출한 홈런왕이 배출됐지만 그들의 전성기가 겹치지 못하면서 2개의 타이틀을 동시에 석권한 경우는 존재하지 않았다.
명문구단 삼성의 입장에서도 흔치 않은 영광이다. 과연 두 명의 타자가 시즌 종료 시점에 삼성에 큰 선물을 안겨 줄 수 있을까. 삼성의 팬들에게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 생겼다.
[on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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