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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더 테러 라이브’ 명불허전 하정우 연기, 독이 되기도 하는 구나
입력 2013-07-26 08:31  | 수정 2013-07-26 10:04

서울 마포대교 폭발과 여의도 건물 폭발 테러라는 소재의 특이성 인정! 하정우라는 믿고 보는 배우의 존재감 인정!
상황을 모두 내다보며 자기 마음대로 주물렀는데 드러난 테러범의 모습은 불인정! 테러 체감 온도도 불인정! 약자의 자기주장 결과는 통쾌하지 못하고, 오히려 기분 나쁜 인상을 준다는 건 불만족!
영화 ‘더 테러 라이브(감독 김병우)는 하정우가 앵커로 변신한 점도 눈길을 끌고, 테러라는 소재의 특이성도 괜찮다. 예고편에서 기대감을 준 영상들은 영화 전반에 걸쳐 그대로 드러난다. 하정우의 탁월한 심리 묘사와 건물 폭파 장면 등등이 볼거리다.
이는 단점이기도 하다. 극 중 70% 이상을 차지하는 하정우는 분명 매력적이다. 하지만 하정우만 보일 수밖에 없다는 다른 말이기도 하다. 영화는 믿고 본다는 배우 하정우를 잘 이용했지만, 다른 이들의 활용도는 떨어진다.
특히 테러범이 실망감을 준다. 초반 몰입도는 높다. 초지일관 대통령의 진심 어린 공식사과라는 자신의 요구를 주장하며 감정의 진폭도 나름 조절, 긴장감을 이어가려 한다. 그런데 얼마 전 개봉한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의 연쇄살인범이나 ‘몽타주의 유괴범을 이미 겪어봐서인지 임팩트가 크지는 않다.
중반이 되면 누가 범인인지 알게 되는 관객도 있을 거다. 범인이 누군지 알게 됐을 때 터져 나오는 짜릿함이나 강렬한 무언가가 있어야 하는데 밋밋하다. 이를 해결하는 것도 하정우다. 영화는 테러범의 전화 목소리 배우와 실제 테러범을 다른 이로 기용했는데 후반부 테러범이 등장하는 부분을 반전이라고 해야 할까? 오히려 하정우의 선택을 더 반전이라고 해야 할 만큼 임팩트는 약하다. 실망감까지 이어진다. 테러범이 어떻게 어마어마한 폭탄을 치밀하고 섬세하게 설치하고, 지켜볼 수 있었을까하는 의심까지 들 정도다.

‘더 테러 라이브는 라디오 프로그램 ‘윤영화의 데일리 토픽을 진행하는 윤영화(하정우)의 등장으로 시작한다. 잘 나가던 마감뉴스 앵커였던 그지만 현재는 라디오로 밀려나 시사 프로그램을 1주일째 진행 중이다. 세금 문제와 관련해 청취자들과 전화 통화를 하다 건설 현장 노동자라고 밝힌 청취자는 마포대교를 폭파할 것이라고 협박한다. 기자 출신 윤영화는 직감적으로 특종이 될 것으로 생각해 생중계를 시작한다.
물론 그는 이 테러범의 이야기를 방송에 내보내고 잘 구슬려 자수를 시키면 자신이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 계산한다. 하지만 일이 예상처럼 쉽게 진행될 리 없다. 마포대교를 폭파시킨 범인은 과거 건설현장의 비극을 전하며 자신의 요구를 관찰시키려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먼 이야기 같은 테러는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테러 사건의 생방송 보도라는 중심 이야기 탓인지 라디오 부스에서 거의 진행되는 영화는 공간의 협소함이 답답하고 아쉽다. 단순하고 단조롭게 느껴진다. 후반부는 유독 늘어지는 인상을 준다. 잠이 들 때쯤 몇 번의 폭발 소리로 고개를 드는 관객도 있을 게 분명하다.
또 아쉬운 건 테러 공포가 그리 체감할 수 없다는 점이다. 컴퓨터 그래픽(CG)이나 짐벌(Gimbal) 세트 이용, 화면 흔들림 등을 잘 이용했지만 급박함이 안 느껴지고 긴장감도 주진 못한다. 대부분 하정우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는 탓이다. 스크린 안에서 방송 화면을 통해, 윤영화가 폭파 현장 상황을 보여주고 이야기하는 건 한 번 걸러져 전해져 사실감이 떨어진다.
감독은 약자의 입장에서 권력과 언론의 문제점을 비난하고 꾸짖는다. 자기 잘못을 절대 사과하려 하지 않는 대통령과 시청률에 목숨 거는 방송사를 몰아세운다. 일반 서민들을 분노하게 할 만한 설정이고, 표현이다. 하지만 결말은 답답하고 찝찝한 기분이 전해져 유쾌함이나 통쾌함은 없다.
‘더 테러 라이브는 ‘설국열차와 정면 대결한다. 제작비와 캐스팅, 이야기 모두 ‘혁명적인 ‘설국열차와 하정우에게 기댄 ‘더 테러 라이브가 하정우의 힘을 받아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97분. 15세 이상 관람가. 8월1일 개봉.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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