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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전] 홍명보, 배에 힘 줄 수 있는 동력을 얻다
입력 2013-07-20 20:58 

[매경닷컴 MK스포츠(상암) 임성일 기자] 공을 소유하는 시간이 길어야하고, 공을 빼앗겼을 때 되찾아오는 시간이 짧아야한다.”
지난 6월25일 홍명보 감독이 국가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뒤 첫 공식기자회견에서 밝힌 대한민국 축구의 여러 가지 문제점과 나아갈 방향에 대한 이야기 중 하나다. 아주 단순한 이야기지만 결국 ‘오래 공격하고 수비를 짧게 하는 것이야말로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는 기본조건이다. 그 ‘이상적인 축구의 가능성을 호주전에서 보았다.
결과는 아쉬움이 남으나 내용은 만족할 수준이었다. 홍명보 감독이 지향하는 이상적인 축구, 한국형 축구의 가능성을 보았다. 적어도, 배에 힘을 줄 수 있는 동력은 얻었다. 사진(상암)= 김재현 기자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이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호주와의 동아시안컵 1차전에서 0-0으로 비겼다. 홍명보호의 첫 출항으로 관심이 집중됐던 이 경기에서 한국대표팀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평가가 아깝지 않은 내용을 선보였다. 비록 수많은 득점찬스를 살리지 못한 것은 아쉬우나, 홍명보 감독이 지향하는 ‘이상적인 축구와 ‘한국형 축구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전체적인 주도권을 한국이 잡았고 내내 이어갔던 경기다. 일단 패스의 정확도가 높았다. 주는 사람보다 받는 사람의 역할이 컸다. 패스 성공률이 높았던 것은 정확하게 받겠다는 집중력이 기반이 됐다. 상대가 공을 주려할 때 받으려는 선수의 눈과 움직임이 적절하게 이뤄지면서 특별한 패스미스가 나오지 않았다.
이를 토대로, 공격은 과정을 통한 전개가 가능했다. 컨트롤 타워 하대성이 밸런스를 잡고 에너자이저 이명주가 왕성하게 뛰면서 축이 됐으며 윤일록 이승기 고요한 등이 2선에서 빠르게 움직이면서 수차례 좋은 기회를 만들어냈다. 원톱 김동섭 역시 포스트에서 혹은 2선에서 최전방 공격수다운 플레이로 본인이 혹은 동료의 찬스를 이끌었다.

수비는, 협력이 동반된 압박이 빛났다. 상대가 공을 잡으면 기본적으로 두세 명이 둘러쌌다. 상대의 트래핑이 완전하지 않을 때, 패스할 곳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때 빠르게 압박하다보니 공을 빼앗는 모습들이 많았다. 홍정호와 김영권이 중심이 되는 수비라인의 안정감도 칭찬이 아깝지 않았다. 홍정호가 전진해서 차단하면 김영권이 자연스럽게 뒤를 커버했다. 좌우측 김진수-김창수의 오버래핑과 대인마크도 준수했다.
공을 가지고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상대방 공을 차단하는 빈도가 높으니 자연적으로 점유율이 높아지는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경기를 지배하면서 선수들의 슈팅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과감한 중거리슈팅을 비롯해 근래 대표팀에서는 나오지 않았던 적극적인 공격 전개가 가능했다. 구성 면에서, 온전한 호주대표팀이라 볼 수 없다는 것을 분명 감안해야겠으나 보기 드물게 ‘우리의 경기가 가능했던 호주전이다.
홍명보 감독은 부임 당시 나는 한국형 전술을 만들 것이다. 우리 선수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가장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전술을 준비해서 다가오는 월드컵에 나설 것”이라고 말하면서 우리 선수들의 근면과 성실 그리고 팀을 위한 희생, 그 세 가지만으로도 충분히 전술을 만들 수 있다”는 말로 강한 자신감을 표했다. 그 추상적인 ‘한국형 축구가 현실이 될 수 있음을 호주전을 통해 실마리를 풀었다.
언급했듯 호주의 전력이 완전치는 않고, 이제 1경기를 치른 상황에서 섣부른 호들갑은 자제해야함이 마땅하지만, 박수 받을 잘한 점도 분명하다. 후반전의 양상은 더더욱 대한민국의 일방적으로 흘렀다. 포스트를 맞고 나온 슈팅도 있었다. 판정승은 없는 축구지만, 내용상으로는 한국이 크게 앞섰다.
‘수비 ‘조직력 ‘압박 ‘역습 ‘스피드 ‘점유 등 이상적인 축구에서 필요로 하는 요소들의 싹을 보았다. 홍명보 감독은 동아시안컵을 앞두고 결과도 내용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잃어버린 대표팀의 신뢰를 찾는 것”이라 밝혔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겠으나 홍명보 감독은, 적어도 배에 힘을 줄 수 있는 동력을 얻었다.
[lastuncl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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