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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백으로 아팠던 고요한, 옷 갈아입고 재도전
입력 2013-07-20 09:49 

[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지난 17일, 파주NFC에 입소하던 FC서울의 고요한은 사실, 얼떨떨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예상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사실 다소 의외의 결정이기는 하다. 동아시안컵을 준비할 홍명보호 1기 명단에 고요한이라는 플레이어가 함께 할 것이라는 예상은 많지 않았다. FC서울이 지난해처럼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 속에서 고요한이 엄청난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도 아니지만 홍명보 감독은 고요한을 선택했다. 주목할 필요가 있는 발탁이다.
측면수비수로서는 아픈 상처만 남겼던 고요한이 측면공격수로 옷을 갈아입고 국가대표팀 재도전에 나선다. 사진= MK스포츠 DB
홍명보 감독은 선수들을 소집하면서 당장의 동아시안컵도 중요하지만 1년 뒤 어떤 경쟁력을 보일 수 있는지, 그 성장가능성이 있는 선수들로 구성했다”는 말로 발탁배경을 설명했다. 고요한에게는 더더욱 의미가 있는 선발이다. 지난해 오른쪽 풀백으로 대표팀에 들어왔다가 아픈 상처만 안고 되돌아갔던 고요한이 측면 공격수로 재도전에 나서는 셈이다.
고요한의 A매치 출전기록은 3회다. 데뷔는 2009년 10월이었다. 세네갈과의 평가전에서 후반 중반 투입돼 그리 긴 시간을 뛰지는 않았다. 그에게 다시 기회가 찾아온 것은 3년이 지난 2012년 8월, 고요한은 최강희호에 승선해 광복절에 열린 잠비아와의 평가전에 나섰다. 이때 고요한의 포지션은 오른쪽 측면수비수. 소속팀에서의 위치변경과 맞물려 측면풀백으로의 가치를 인정받았을 때다.

잠비아전에서의 인상이 나쁘지 않았던 고요한은 곧바로 9월에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3차 원정멤버로 다시 발탁됐다. 마땅한 측면수비수가 없다는 오랜 답답함을 해소시켜줄 대안이 될 수도 있는 흐름이었다. 하지만, 고요한은 고개를 숙인 채 귀국해야했다. 시쳇말로 ‘멘붕에 빠졌을 만큼 경기력이 좋지 않았고, 이후 고요한의 이름은 대표명단에서 발견되지 않았다.
그랬던 고요한이 대표팀 사령탑의 교체와 함께 재호출됐으니 그가 얼떨떨하다고 했던 것도 이상할 게 아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번에는 측면 공격수로 뽑혔다는 점이다. FC서울이 차두리를 영입하면서 고요한은 측면 미드필더로 전진배치됐다. 최효진이라는 풀백자원까지 있는 상황에서 고요한은 본디 포지션을 되찾았다. 그는 원래 공격적인 성향이 강해서 지금 위치가 편하다”는 말로 맞는 옷을 입었다는 뜻을 전한 바 있다.
결국 그 자리가 고요한에게 어울리는 옷이라는 것을 홍명보 감독도 인정한 셈이다. 고요한은 소위 말하는 ‘홍명보의 아이들 출신도 아니다. 특별한 인연도 없다. 스스로 홍명보 감독님이 청소년대표팀을 이끌 때, 연습경기 상대가 됐던 적은 있다”는 말과 함께 웃었을 정도다. 요컨대, 순수하게 가능성과 잠재력을 본 발탁이라는 뜻이다.
고요한은 호주와의 동아시안컵 1차전에 선발로 출전할 확률이 높다. 포지션 경쟁자인 J리거 조영철이 뒤늦게 합류해 적어도 호주전은 고요한에게 무주공산 느낌이다. 그래서 더더욱 호주전에서 강한 인상을 남겨야한다. 어차피 조영철의 장단점은 홍명보 감독이 잘 알고 있다. 둘의 비교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지난 대표팀에서의 부진을 만회해야한다는 생각뿐이다”는 말로 새 출발에 대한 강한 의지를 전한 고요한. 1년 만에 포지션을 다르게 국가대표에 뽑힌다는 것도 쉽지는 않은 일이다. 그만큼 가진 재주가 크다는 방증이다. 이제 기회를 잡는 것만 남았다.
[lastuncl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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