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MBN 송지헌의 오늘] 함승희 변호사 "정권이 바뀌면 인간이 다 바뀌어야"
입력 2013-07-19 19:01  | 수정 2013-07-19 19:02


▶ 저희가 오늘 비자금 수사의 달인으로 모셨습니다. 1993년 동화은행 비자금 수사를 진행하다가 전두환, 노태우 전직 대통령들의 비자금 꼬리를 제일 먼저 찾아낸 분이시죠. 하지만 당시엔 바로 검찰 수사로 이어지지 못했다고 하는데요. 어떤 사연이 있었던 건지, 당시 동화은행 비자금 담당 검사였던 함승희 변호사를 오늘 모셨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 이번 검찰 수사소식을 접하는 기분이 남다르실 것 같아요. 압수수색이 요란하던데요. 어떠세요?

-저는 그 장면을 보면서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는 분이 인간적으로 저렇게까지 추락할 수 있구나, 세계 경제 10위권에 이른 대한민국에서 저런 장면이 외신을 타고 보도되는데 국가 체면은 어떻게 되는지, 그런 두 가지로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 많은 분들이 부끄럽다는 생각을 하셨을 거예요.


-네.

▶ 정보를 입수해서 빼돌린 거 아니었냐는 의혹도 나오는 것 같아요?

-정보를 입수했다기보다 지난번 전두환 추징법이 개정되지 않았습니까. 거기에서 뇌물을 받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제3자가 취득한 불법 재산에 대해서 추징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인데 그렇다면 결국 자녀들을 비롯해서 친인척까지 확대 수사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에 그 법이 통과되자마자 검찰은 가족들에 대한 추징절차를 밟을 것이 예상되고 당사자들은 거기에 대한 대비를 하지 않았을까 그렇게 봅니다.

▶ 현금은 하나도 없고 본인 명의 통장도 없겠죠?

-그렇지 않겠습니까. 그건 수없이 이미 훑어봤을 테니까요.

▶ 함 변호사님, 95년에 전 대통령의 비자금 수사가 부실로 진행됐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추징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결국 같이 수사되었던 노태우 대통령은 2600억이라는 뇌물을 수수했다고 기소되어서 그 중에 거의 90% 수준에 가까운, 250억 정도 빼고 다 추징되지 않았습니까. 그에 반해 전 대통령은 2200억 원을 뇌물 수수로 기소되었는데 지금 추징된 액수는 한 500억, 25% 밖에 추징이 안 되었죠. 그 이유가 물론 노태우 대통령은 수사 받은 시점은 그만둔 지 2년밖에 경과가 되지 않았고 전두환 대통령은 7년이 경과된 시점에서 수사를 받았기 때문에 자금이 흐트러지는 거죠. 그렇더라도 수사할 받은 액수가 한두 푼도 아니고 거액이란 말이죠. 거액의 돈이 받은 상태로 존재하진 않지만 다른 형태로 변형된 자산으로 존재했을 테니까 그것을 좀 더 철저히 수사했으면 지금같이 이런 문제가 남아있지 않았을 건데. 결국 준 사람이 주었다, 받은 사람이 받았다는 진술만으로 기소를 해서 두 대통령을 법정에 세웠다는 것에 검찰이나 언론이나 당시 대한민국 모두가 흥분했죠. 그러면서 추징액 문제가 숙제로 남게 된 거죠. 좀 더 철저히 수사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는 거죠.

▶ 전 대통령의 경우 워낙 측근들의 충성심이 강해서 계좌추적과 추징에 어려움이 컸다는 이야기도 들리던데요.

-충성심이라는 게 개인적 충성심을 말하는 것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결국엔 대통령을 그만두고 수사받기까지 만 6년이 지나지 않았습니까. 그동안 받았던 돈들을 소위말해 자금 세탁을 하거나 은닉을 할 때 이 사람들도 함께 도와주었거나 거들었으면 그것을 찾기 쉽지 않았겠는가, 그런 의미가 있는 걸로 보입니다.

▶ 최근 장남 재국씨가 영국령 버진아이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는 얘기도 나왔고 검찰이 주무 부서를 외사부로 옮긴 거 아니에요? 이건 어떻게 봐야 돼요?

-결국 이번 수사의 핵심은 많은 물건들을 압류하거나 압수했지만 그것이 불법재산과 연계되어 있다는 입증이 쉽지 않은 거 아닙니까. 그러니까 결국 그동안의 자금을 추적해야 되겠죠. 자금을 역으로 추적하다 보면 자금이 해외로 유출된 부분이 나올 테니 그 부분에 대해서 수사의 노하우가 있는 외사부에서 수사하는 게 옳다고 판단했을 것 같고. 탈세라든가 요즘은 불법자금세탁 자체가 범죄 행위가 되거든요. 그러니까 자금세탁방지법에 위반되지 않는가, 또는 해외 재산 반출, 탈세를 본격적으로 수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 조금 전 기자 리포트에도 나왔지만 보험까지 추적하고 있다 하는데요.

-매달 낸 보험금들이 또는 일시금으로 낸 보험금들이 모두 불법 재산과 연계되면 불법 자산 및 그로부터 생긴 돈도 다 압류하게 되어 있으니까요.

▶ 그 돈을 다른 사람에게 주고 그 돈을 받아 차명으로 보관하고 있던 사람이 냈을까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겠죠.

▶ 결국 1672억의 미납액을 받아낼 수 있을 거라고 보세요?

-언론 보도만 보면 자녀들의 재산이 엄청나게 있긴 한데 추정금액이 그렇지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공매처분이 됐을 때 그만한 돈이 될 수 있을지 모를 뿐더러 또 그것이 다 불법 재산과 연계되었다고 볼 수 없는 거 아닙니까. 그래서 저는 이쯤 압박이 되면 자녀들이 합의해서 아버지 돌아가시기 전에 부모의 명예를 회복할 겸 모두 십시일반으로 합의해서 자진납부하면 혹시 어떨까 싶고. 자진납부 하지 않는 한 추징의 방법으로 금액을 전부 충당하긴 어렵지 않겠나 싶습니다.

▶ 십시일반이라 하셨는데 좋은 뜻 아닌가요?

-아버지를 위해서..

▶ 십시일반해서 낼 돈은 있지 않을까요?

-자식들 입장에서 그래주면 어떨까..

▶ 노태우 전 대통령의 추징금도 털고 가야 될 부분이잖아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의 실체를 처음 발견하신 거죠?

-그렇죠. 당시 동화은행장 비자금 수사를 하면서 꼬리가 잡힌 거죠.

▶ 그때 어떻게 아신 거예요?

-동화은행장이 연임을 로비하면서 당시 노태우 정권 말기 실세라고 하는 사람들, 은행장을 지명하는데 힘 꽤나 쓸 수 있는 사람들을 예측해보면 재무장관, 국회재정위원장, 경제수석, 민정수석, 대통령 특보, 이런 사람들인데 이런 사람들에게 비자금이 흘러갔다는 정보를 입수해서 추적했죠. 그때까진 정상적으로 수사가 잘 되었어요. 그런데 그 자금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당시 국회 재정위원장이 이원조씨, 이 사람에게 흘러들어간 돈의 일부가 김영삼 정권의 말하자면 선거장으로 들어간 것이 포착된 거죠. 집권 1년도 안 된 마당에 자기네들의 불법 선거 자금이 문제될 것 같으니까 그때부터 수사에 제동을 걸기 시작한 거죠. 무조건 수사하면 안 된다고 하면 안 되니까 아무리 준 사람의 줬다는 진술이 있더라도 객관적인 물증, 수표 확보가 안 되면 소환을 못한다는 1차적인 억압을 해왔죠. 그래서 계속 수표 추적을 하다보니까.. 돈이란 건 끊임없이 돌고 돌지 않습니까. 결국 그것이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서 노태우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흘러들어간 거죠. 당시에는 가명이 가능할 때인데 청와대 근처에 있는 효자동 산업은행 지점에서 가명 계좌로 수 백 억 원의 계좌가 발견되면서 노태우 자금이 드러난 거죠.

▶ 처음 아셨을 때 기분이 어떠셨어요?

-처음에는 이것이 쓰다 남은 통치자금 인가 정도로..왜냐하면 경호실에서 그것을 다 관리했거든요. 그래서 공적인 의미의 돈인가 생각했는데 나중에 계속 수사해보니까 이것이 전부 기업체에서 받은 사적인 뇌물성 범죄인 것이 확인된 거죠.

▶ 상당히 스릴 있으시겠네요.

-그렇죠. 그때는 완전히 수표 추적에 미쳐있을 때니까요.

▶ 그러다 발견하시면 금괴 찾은 것과 같을 것 같아요.

-두 달에 걸쳐 전 시중은행 지점을 안 거친 데가 없죠.

▶ 그 맛에 검사하십니까?

-맛 이랄 건 없고요. 집념 때문에..

▶ 어쨌든 흐지부지 되었잖아요. 노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고 그렇고 동화은행 비자금 수사도 그렇고.

-결국 동화은행 비자금은 어느 정도는.. 예컨대 동화은행장을 연임하는데 힘쓴 자가 누구냐 하는 면에선 어느 정도 밝혀졌죠. 여분으로 나온 노태우 비자금하고 김영삼 정권의 불법선거 자금 부분이 흐지부지 되고 끝난 거죠.

▶ 그럴 때 검사를 때려치우고 싶으신 건가요?

-그럴 수도 있고 어떡하든지 움켜쥐고 있으면 언제든 수사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 것이고..결국 그것이 빌미가 되어서 나중에 수사가 이뤄지고 그때는 모면했던 이원조씨도 훗날 감옥을 가게 되었고..

▶ 외압은 어떤 형태로 받으세요? 전화로 옵니까? 아니면 누가 찾아와요?

-그런 건 아닙니다. 정상적으로 수사를 하다가 느닷없이 물증이 없으면 수사를 못한다고 한다든지. 아니면 제 방에 동원되어 있는 요즘으로 말하면 금융감독원 직원들, 국세청 직원들, 경찰서에서 파견된 직원들, 이런 사람들을 정당한 절차 없이 수사에 동원했느냐고 검사로 하여금 말하자면 무장해제 시키죠. 그렇게 해서 자꾸 수사를 못하게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 수사만으로 수사는 계속 가능합니다.

▶ 어쨌든 그때 미완으로 끝난 것이 지금 다시 진행이 되는 거 아니겠어요?

-그렇죠. 저는 이 사건을 보면서 그때 김영삼 정권으로 장권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전 정권 수사까지 방해하는가. 사실 노태우 대통령은 전 대통령이니까 수사 할 수 있어야 되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도 방해되는 이유는 결국 현 정권에도 과거 정권과 인연을 맺은 인간들이 많이 들어와 있기 때문에 그래요. 그 자들은 현 정권에 들어와서 새로운 일을 하는 것처럼 위장을 하고 있지만 사실 과거 정권의 끈을 가지고 있거든요. 말하자면 과거 정권의 끈을 가지고 있는 자들이 현 정권에 많이 들어와 있으면 정경유착과 부패 뿌리를 드러낼 수 없어요. 그냥 눈에 보이는 가지나 잎사귀는 쳐낼 수 있어도 뿌리는 뽑아낼 수 없어요. 끊임없이 과거 정권과 연계된 자들의 방해 공작이 있기 마련이거든요.

▶ 슬슬 말씀이 터프해지시네요. 인간, 그자들. 그런 인간, 그런 자들은 지금 박근혜정부에 없습니까?

-모든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그 점을 유념해야죠.

▶ 앞으로 수사가 어떻게 될지?

-앞으로도 예컨대 이명박 정권에 있었던 일들을 수사한다고 할 때 과연 청와대나 검찰이나 기타 여러 방향에서 이명박 정권의 수사 타깃이 된 자하고 인간적인 관련, 또는 부패 커넥션에 연결된 자는 없는가. 그 자들이 있으면 끊임없이 수사기밀 누설, 수사 방해, 이런 것들이 이뤄지면서 수사가 어려워지죠. 그래서 저는 정권이 바뀌면 인간이 다 바뀌어야 된다는 생각을 하는 겁니다.

▶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 이명박 정부 인사도 비리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고요. 우리 정부가 부정부패 척결을 위해서 어떤 노력을 기울어야 할까요? 더 나아지고 있는 겁니까?

-그렇죠. 우선 대통령 스스로가 나는 돈이 필요 없다고 선언하지 않았습니까. 물려줄 대상도 없다고 했기 때문에. 하지만 아까 얘기한대로 정경유착의 고리와 뿌리는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거든요. 밑에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커넥션이 끊어지지 않는 한 대한민국의 부패 고리는 끊어지지 않죠. 원세훈 사건도 원세훈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그런 각도에서 유심히 살펴봐야 합니다.

▶ 어쨌든 시스템에서 바꿔가야 되지 않겠는가, 국정원 개혁 요구가 높지 않습니까?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추진해야 된다고 보시는지?

-국정원이 지금 여러 가지 각도에서 문제가 되서 국내 파트를 폐지해야 된다든가 대공수사 기능을 분리해야 된다고 하지만 현재 간첩이라든가 대공 같은 것을 국정원만큼 그나마 해낼 수 있는 기관이 없거든요. 이것을 검찰이나 경찰에 맡긴다는 것은 지금으로썬 어불성설입니다. 그런데 이대로 놔두면 국내정치 개입 문제는 끊임없이 반복되지 않습니까. 가장 중요한 것은 대통령의 정보기관을 보는 눈이 바뀌어야 하고 대통령은 국정원장에게 요구하는 정보가 주요 안보 외교에 관한 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야지 정치와 관련된 정보는 제공하지도 못하게 하고 받지도 말아야죠. 반대로 국정원장 역시 자기는 국가안보에 충성하는 자이지 현직 대통령이나 현직 집권당에 충성하는 자가 아니거든요. 그것이 전제되고 제도가 바뀌어져야지 제도가 아무리 바뀌어도 대통령이 정보기관에 요구하는 정부 수요에 정치적 수요가 따르게 되면 어쩔 수 없는 거죠.

▶ 아무리 파트를 나누고 제도를 바꿔도?

-결국 처벌 규정까지 두어도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게 제일 문제죠.

▶ 그만큼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하다?

-정보기관을 보는 눈.

▶ 대통령 관심, 질문, 어느 방향으로 향하고 있느냐.

-그렇죠. 만약 이 사람이 잘 보이기 위해서 정부와 관한 문제를 얘기 하면 ‘당신은 당신 할 일이나 해라. 왜 쓸데없이 정치 얘기를 하냐. 대북 해외정보, 테러 정보, 또는 방첩정보에 대한 보고를 대통령한테 해야죠.

▶ 조직은 조금 손을 대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죠. 지금 제일 중요한 것은 정보기관이 우방국 정보기관으로부터 신뢰를 다 잃고 있지 않습니까. 왜냐하면 우리한테는 인적 정보망만 있지 통신 정보나 위성정보가 기술적으로 거의 없거든요. 그런 부분에 대해선 미국을 비롯한 우방국 정부 기관의 신뢰를 받아야 되는데 그 점도 문제고. 그 다음에 정권이 바뀌면서 계속 인적교류 내지는 교체, 자기 편 심기 과정을 거치면서 인적 정보망이 와해된 문제, 그리고 국내 방첩 망이 많이 와해됐어요. 그래서 이런 부분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 수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강화시킬 건 강화시키고 국내 정치에 관여한다든가 출입처에 드나들면서 기관장 약점이나 잡아서 한다든가 이런 것들을 하지 못하도록 제도적으로 막아야 돼요.

▶ 웬만큼 얼굴 두꺼워선 그러고 다니기 힘든데 그런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데 그런 관행이 계속 반복되지 않습니까.

▶ 함 변호사님 어디 자리로 안 가십니까?

-요즘 포럼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 상당히 당황하시는 것 같아요. 오늘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으셔서 나오신 거 아니고요?

-아니요. 특별히 어떤 말을 해야겠다고 벼루고 온 건 아니고 국정 전반에 걸쳐서..

▶ 오늘 감사합니다.

-저도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 함승희 변호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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