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이승엽, 생애 첫 홈런레이스 우승 날릴 뻔한 사연
입력 2013-07-18 22:40 

[매경닷컴 MK스포츠(포항) 서민교 기자] 감독님 감사합니다.”
클래스가 달랐다. ‘국민타자 이승엽(삼성 라이온즈)이 10년 만에 참가한 올스타전 홈런 레이스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큰 일 날 뻔했다. 8번째 도전 만에 이룬 우승을 놓칠 뻔했다. 숨은 사연이 있다.
‘국민타자 이승엽이 18일 포항구장에서 열린 2013 프로야구 올스타전 홈런 레이스 결승전에서 나지완(KIA, 2개)을 상대로 6개의 홈런을 때려내 홈런왕에 등극했다. 사진(포항)=옥영화 기자
이승엽은 18일 포항구장에서 열린 2013 프로야구 올스타전 홈런 레이스 결승전에서 나지완(KIA, 2개)을 상대로 6개의 홈런을 때려내 홈런왕에 등극했다. 이승엽의 홈런은 질이 달랐다. 포항구장을 훌쩍 넘기는 장외 홈런도 수차례 나왔다. 특히 힘이 빠질 법한 결승서 비거리 135m를 기록해 최장 비거리상까지 거머쥐며 2관왕을 차지했다.
‘홈런=이승엽으로 통하지만, 유독 홈런 레이스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하지만 이날은 아들 은혁 군이 보는 앞에서 ‘아빠의 괴력을 선보였다. 예선에서 강민호(롯데, 1개)를 상대로 8개의 홈런을 뽑아내더니, 4강전에서 김현수(두산)를 4-1로 제압했다. 마치 이승엽 앞에 선 거포들이 기가 죽은 것 같은 기운마저 흘렀다.
이승엽은 좋네요. 내일이 되면 똑같겠지만, 지금은 정말 좋네요”라며 가슴 뭉클한 기분을 전했다. 이어 피칭 파트너였던 소속팀 포수 진갑용에게도 감사의 뜻을 보냈다. 진갑용이 이승엽에게 먼저 한 번 던져줄까”라고 제안해 성사됐다. 이승엽은 공이 제일 좋다. 타자가 치기 좋게 타이밍을 잘 맞춰서 던져준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실 이승엽은 홈런 레이스를 고사했다. 손가락 부상 때문. 이승엽은 우승을 할 생각은 하지 못했다. 손가락이 아파서 감독님께 안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 처음에는 알았다고 하셨는데, KBO에 요청을 해본 뒤 안된다고 하시더라”고 홈런 레이스에 출전하지 못할 뻔한 사연을 공개했다. 이승엽은 1라운드에서 탈락할 줄 알았는데…”라며 감독님께 감사하다”고 활짝 웃었다.
이날 우승은 이승엽에게 또 다른 의미가 있었다. 공식 석상에 처음으로 같이 나온 아들과의 약속을 지켰기 때문. 이승엽은 아들 앞에서 아빠의 강한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 그리고 우승으로 그 약속을 기어코 지켜냈다.
이승엽은 일본에 있을 때 1군에서 2군으로 내려가자 아들이 ‘왜 아빠는 거기에 있어?라고 하더라. 그때 자괴감에 빠졌었다. 그래서 아들이 있는데 망신 당하면 안된다는 책임감이 있었다”라며 제대로 된 아빠를 보여주고 싶었다. 내일도 굉장히 좋은 추억을 만들 것 같다”고 기뻐했다.
[min@maekyung.com]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