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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할배’의 역차별‥음주·흡연도 OK?
입력 2013-07-18 08:04  | 수정 2013-07-18 08:40

케이블 채널 tvN ‘꽃보다 할배가 2회 만에 케이블 시청률 4%(TNmS 유료매체 가입기구 기준)를 넘으며 고공행진 중이다.
‘꽃보다 할배는 ‘1박2일을 만들었던 나영석 PD가 KBS 퇴사 후 만든 첫 예능프로그램으로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 등 국내 대표적인 중견 배우들이 함께 배낭여행을 떠난다는 콘셉트의 리얼리티다. 배우 이서진이 네 명의 배우들의 수발을 드는 ‘짐꾼 역할로 동행한다.
‘꽃보다 할배는 차별화된 출연진으로 방송 전부터 큰 화제를 얻었다. 프로그램 1, 2회에 대한 평가 역시 호평 일색이다. 하지만 프로그램 초반 열광적인 반응에 프로그램의 문제점들은 쉽게 간과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음주와 흡연 장면이다.

12일 방송된 ‘꽃보다 할배에서 4명의 출연진들은 한국식당에서 준비해온 소주를 마시는 장면이 방송됐다. 해당 프로그램이 방송되는 시간대는 금요일 오후 8시 40분으로 청소년 시청보호 시간대에 속한다. 현재 국내 방송에서 음주는 관대하다 못해 과도한 상황이다. 지난 7월 YMCA는 드라마 등에서 음주장면을 조사해 발표하며 방송 중 음주 장면은 청소년을 비롯한 시청자들에게 음주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 시청등급에 따라 아동이나 청소년들이 시청할 수 있는 드라마와 청소년 시청 가능 시간대의 프로그램에서는 음주장면 등장을 금지하는 등 현실적인 규제책과 자율적인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같은 날 방송에는 흡연 장면도 등장했다. 출연자가 제작진과 의견을 나누는 장면에서 당당히 흡연을 하는 모습이 방송된 것. 출연자의 손에 들린 담배는 모자이크 처리됐지만 일반적인 예능프로그램에서는 엄격하게 금기시 되는 장면이다.
실제로 드라마에서는 흡연 장면이 모두 퇴출됐으며 간혹 예능프로그램에 흡연장면은 번번이 논란이 되며 시청자들의 뭇매를 맞아왔다. 그나마 이들 프로그램의 논란은 편집과정상 실수로 의도치 않게 노출된 장면이었지만 ‘꽃보다 할배에는 대놓고 흡연 장면을 방송했다.
출연자들의 갈등과 이를 드러내는 방식도 다소 과격하다. 가방의 짐을 제작진 보는 앞에서 집어던지는 등의 모습은 보는 이에 따라 다소 불편할 수 있는 장면이다. 이밖에도 출연자들이 속옷 차림으로 카메라 앞에 등장하는 것도 예사다.
이 같은 문제점에도 불구 프로그램이 비난 받지 않는 것은 출연자들의 연령 때문이다. 평균연령이 76세의 ‘어른들이라는 점에서 관대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 실제 앞서 열거한 장면 중 하나라도 일반적인 예능 프로그램에 나왔다면 시청자와 네티즌들은 제작진의 공식사과 입장을 강하게 요구했을 법하다.
‘꽃보다 할배에 대한 긍정적이고 따뜻한 시선은 아이러니 하게도 일정부분 역차별이자 왜곡된 시선일 수 있다. 방송 상식에 부합되지 않는 언행이나 표현도 ‘노인이니까 괜찮다는 논리는 이들을 상식 밖으로 치부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꽃보다 할배라는 프로그램에는 태생적으로 이 같은 시선이 깔려있는지도 모른다. 모든 예능프로그램의 근본적인 목적은 ‘재미다. 하지만 ‘꽃보다 할배의 출연자들은 예능인도 아니고 일부러 웃음을 만들려 노력하지도 않는다. 결국 제작진의 편집방식이 웃음을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편집과 자막을 통해 출연자들의 행동을 희화화 하는 것.
다른 동행들을 신경 쓰지 않고 앞만 보고 걷는 이순재에게 직진순재라는 별명을 붙이거나, 박물관에서 미술 감상보다 출구만 찾는 백일섭의 표정과 행동을 극대화 시키는 방식의 편집이 대표적이다. 결국 ‘꽃보다 할배가 주는 웃음에는 이들의 지극히 자연스러운 말과 행동을 ‘우스꽝스럽다고 여기는 제작진과 시청자들의 시선이 깔려있는지도 모른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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