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정치권을 뒤흔드는 막말들, 그 득과 실
입력 2013-07-15 12:05  | 수정 2013-07-15 17:32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기도 하지만, 말 한마디 잘못으로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음을 요즘 새삼 느끼게 됩니다.

'귀태' 발언을 꺼냈던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끝내 대변인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홍 의원은 책 이름까지 거명하며, 제법 논리적이고 객관적으로 '귀태의 후손들'을 지적하려했지만, 민심이 받아들인 것은 달랐습니다.

마치 국민 과반이 뽑은 대통령을 부정하는 것처럼 들렸기 때문입니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의 말과 홍익표 의원의 사퇴 변을 들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이정현 / 청와대
- "북한의 막말도 부족해서 이제는 국회의원이 대통령에게 그런 식으로 막말을 하는 것은 대한민국 자존심을 망치고 국민을 모독하는 일로…공존과 타협의 대상으로 대통령을 보지 않고 타도와 소멸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부분에 대해서 저희들은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입니다."

▶ 인터뷰 : 홍익표 / 민주당 의원
- "만주국의 귀태 박정희와 기시 노부스케가 있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귀태의 후손들이 한국과 일본의 정상으로 있습니다. 우선 사과의 말씀과 함께 책임감을 느끼고 원내 대변인직을 사임하도록 하겠습니다."

홍익표 의원의 대변인직 사퇴로 정국은 가까스로 정상화했지만, NLL 대화록 공방 국면을 주도했던 민주당은 그 주도권을 새누리당에게 내줘야 했습니다.

그런데, 하필 또 민주당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들으면 기분 나쁠 말이 또 나왔습니다.


이해찬 상임고문은 '국정원 개혁 촉구 당원보고대회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얘기를 꺼냈습니다.

"옛날 중앙정보부를 누가 만들었나? 박정희가 누구이고, 누구한테 죽었나? 박씨 집안은 안기부, 정보부와 그렇게 인연이 질긴가. 이제 끊어달라. 그래야 당신의 정통성이 유지된다"

박근혜 대통령을 '당신'이라고 칭했습니다.

청와대는 '국민의 뇌리에 많이 남아있는 자리에서 활동해 온 사람들은 끝까지 말을 좀 잘 했으면 좋겠다'며 불쾌감을 표시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막말도 살펴볼까요?

천정배 민주당 의원은 2010년 12월 26일 '이명박 독재심판 경기지역 결의대회에서 '서민 다 죽이는 이명박 정권은 말이라도 잘하지, 헛소리 개그하는데 어떻게 해야 되겠나. 죽여버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습니다.

대통령을 겨냥해 '죽여버려야 한다'는 말은 너무 과했다는 비판이 많았습니다.

지난해 1월엔 민주당 김광진 의원이 이명박 당시 대통령을 겨냥해 자신의 트위터에 '새해 소원은 뭔가요, 명박급사'라는 글을 리트윗했다가 곤욕을 치렀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막말도 많았습니다.

2003년에는 한나라당 김병호 의원이 노무현 당시 대통령을 '생긴 게 개구리와 똑같다' 조롱한 일도 있었습니다.

이한구 의원은 지난해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3주기를 앞두고 '이러니 노무현 개XX지. 잘 XX다' 욕설을 리트윗했다가 곤욕을 치렀습니다.

이상배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일본을 다녀온 노 대통령을 해 '방일외교는 한국 외교사에 치욕 중 하나. 등신외교의 표상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여야의 막말 수준이 피장 파장이네요.

대통령은 아니지만 국정조사에 나오지 않고 있는 홍준표 경남지사를 향한 막말도 나왔습니다.

김경협 민주당 의원은 홍 지사를 향해 '마치 히틀러가 나치 세력의 결집을 위해 유태인을 집단 학살했던 것과 같은 비슷한 모양새'라고 말했습니다.

같은 민주당 의원들도 표현이 과했다고 하자 김 의원은 비유를 취소하고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사과했습니다.

결국은 사과하고 한 발 물러설 말들을 왜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막막을 한다고해서 정치인에게 득이 되는 건 결코 아닙니다.

순간 언론의 조명을 받겠지만, 그 후에 찾아오는 부끄러움은 씻을 길이 없습니다.

사과한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닙니다.

한 번 뱉은 말은 줏어담기 어려우니 평생 꼬리표처럼 따라 붙을 겁니다.

막말을 하지 않고도 날카롭게 비판할 수 있고, 점잖게 정치하면서도 충분히 자신의 의사를 나타낼 수 있습니다.

거친 말을 쓰지 않더라도 충분히 그 의사를 알 만큼 우리 국민은 바보가 아닙니다.

정치인들, 말 조심합시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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